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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 Jun 26. 2023

내가 왜 행복해져야 하나요

반박 시 당신의 말이 정답입니다

이 글의 부제를 열 번은 더 바꿨다. 수많은 단어가 나왔다. 아리스토텔레스나 행복추구권, 세잎클로버와 같은 단어들. 어떤 식으로든 행복과 연결고리가 있는 단어들이었다. 그럼에도 끝내 '반박 시 당신의 말이 정답입니다'라는 문장을 부제로 택한 이유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살고 싶은 이유, 살아가야 하는 이유, 살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다르리라 생각한다. 그중 무엇도 오답은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각자의 삶과 세계를 존중하는 사람들이 글을 읽고 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를 뿐이라고,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도 내 이야기도 오답이라 부를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오답이 아니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이건 솔직히 나조차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이라서, 그래서 이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 건지 여전히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을 살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감정들을 가슴에만 묻고 살아야 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 그중 하나쯤은 두서없이 세상에 내던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는 생각으로 글을 써본다.


-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말해보자면 나는 우울증과 기분부전장애 이걸 제외하고도 기타 등등의 정신과 질환을 앓고 있다. 오래된 우울이 익숙한 사람이라는 점을 미리 말하고 들어간다. -



'모든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다' 이 문장을 들을 때마다 섬뜩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오른다. 모두가 세뇌라도 당한 것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문장을 모든 사람이 진리라고 여길 수 있나. 아무런 의심 없이 아, 내 인생의 목표는 행복이구나. 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볼 때면 두려움을 밀어낼 수 없다.


물론 많은 인간이 행복을 위해 산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배가 고플 때 밥을 먹는 것, 졸릴 때 자는 것, 따뜻한 보금자리를 가지는 것. 이 모든 것이 결론적으로는 행복과 직결된 문제니까. 인간은 불행하면 죽을 수도 있는 동물이라는 걸 알기에 틀림없이 행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과연 행복이 '모든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단어일까


일단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이 아니다. 글쓰기, 쉽게 말해 글을 '잘' 쓰는 게 내 인생의 목표다. 지나가는 누군가는 이 문장을 읽고 내게 말할 것이다. 글을 쓰면 행복하니까 그게 결국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행복이라는 걸 증명해 주는 것 아니겠냐고.


그러니까


글 -> 잘 쓴다 -> 독자의 인정 -> 행복 = 궁극적인 목표는 행복


이런 결과가 도출되는 시스템이 아니겠냐고 말이다.


내 첫 글을 읽었다면 어느 정도 알겠지만 내게 글쓰기는 행복이 아니다. 나는 적어도 내 삶이라는 범위 내에서 쓰는 일보다 더 괴로운 일을 알지 못한다.


왜 행복해져야 하나요. 왜 건강해져야 하나요. 왜 편안해져야 하나요. 나를 평생 동안 괴롭힌 질문들은 늘 막연했다. 소설에 써도 모두가 모호하고 관념적이라고 했다. 왜 이런 걸 고민하냐고, 이런 걸 고민하는 사람이 있냐고, 그렇다면 이유가 뭐냐고 했다.


이유가 뭘까. 나는 왜 이런 것들을 골똘히 생각하고 생각하며 아파하고 아파하면서도 긍정하지 못하는 걸까. 그저 행복이 이 세상의 최고 진리라고 인정하면 모든 것이 편해질 텐데. 오래된 우울이 피부에 달라붙어 그런 것일까.


언젠가는 이런 내 마음을 여러분에게 공유하고 싶었다. 내 주변 누구도 이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가혹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해주길, 결국은 그 답을 내리고 내게도 공유해 주길 바라고 있다.


여러분이 이 질문으로 인해 괴롭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아무런 의심 없이 평화로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적어도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 내 의문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를 바랐다.


행복해지는 것. 모든 인간이 가진 너무나도 당연한 목표. 그걸 몰라서 하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알아서 가지는 의문에 가까웠다. 나 또한 행복하고자 모든 것을 버려본 적이 있기 때문에. 행복해지기 위해 버린 것에 비해 내게 찾아온 불행은 언제나 늘 그랬듯 너무나 컸다.


-여기 누군가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살지 않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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