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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로컬리 Dec 09. 2022

먹고사는 일의 조금 다른 의미

[부로컬리] 크리에이터 인터뷰 vol.5 시리얼빌리지

입은 공간으로 치면 현관에 가깝다. 문을 통해 사람이 드나들듯, 입을 통해 세상을 받아들인다. 식사를 할 때도, 대화를 할 때도, 우리는 몸에 달린 개구부를 이용한다. 섭식과 발화는 판단력과 절제력을 요하는 행위다. 몸에 해로운 물질인지 판별하고, 나의 말이 상대방에게 칼이 되지 않도록 골몰을 요하기 때문이다.


뱉는 말이 한 사람의 가치관을 모사하듯, 삼키는 음식도 한 사람의 일부를 설명한다. 식탁에 오르는 '고기'를 누군가의 '살'로 바라보는 일종의 시력 교정은 인식 전환을 병행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마트 진열대를 보며 입맛을 다시는 대신, 스톨에 갇힌 엄마 돼지를 떠올리는 일은 익숙한 방식과의 결별을 선언에 가깝다. 음식을 체내화하는 일은 영양 보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섭식은 자아를 구성하는 작업에 가깝다. 사회학자 데버러 럽턴(Deborah Lupton)이 <음식과 먹기의 사회학>에서도 논한 바 있다. 


그러므로 식재료를 고르는 일은 살기 위한 '행동'에서,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실천'이 된다. 스위치이츠(SWITCHeats)의 대표 박서진. 그는 조금 다른 의미의 '먹고사는 것'을 생각한다. 인간에게 건강한 음식에서 나아가, 우리와 관계 맺은 자연과 사회의 건강으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이를 위해 그가 한 움큼 집어 든 건 다름 아닌 시리얼. 많은 것들 중 왜 하필 시리얼이었을까.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시리얼빌리지를 찾아가 그 이유를 들었다.





곡물들이 모여 사는 마을


처음 뵙겠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스위치이츠(SWITCHeats) 대표 박서진입니다. 성수동에서 시리얼빌리지를 운영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F&B 관련 일을 해오셨나요?

아니요. 원래는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그런데 어쩌다?

30대 초반, '뭘 하면 재밌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그쯤, 장진우 셰프가 SNS에 회사를 설립한다는 소식과 동시에 디자이너 채용공고를 올린 걸 확인했죠. 제가 그분 팬이었거든요. (웃음) 요리야 평소에도 워낙 좋아했고. 이거다 싶은 마음에 용기 내 지원했어요.


결과는요?

합격 소식을 들었어요. 근데 막상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니 쉽지는 않더라고요. 연봉, 경력 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이 눈에 보였거든요. 하지만 결국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로 결심했죠. 20대 시절,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요. 당시 만났던 언니, 오빠들의 이야기가 힘이 됐거든요. 새로운 꿈을 위해, 혹은 인생의 짧은 쉼표를 찍기 위해 해외에 왔다는 일화들. 당시에는 잘 와닿지 않았던 말들이 갑자기 너무 떠올랐어요.



새로운 일을 해보시니 어떠셨나요?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점차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컨트롤하는 제 모습을 발견했죠. (웃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게 잘 맞았어요. 특정 대상을 디자인하기보다는 과정과 결과 전체를 아우르는 기획 쪽에 매력을 느꼈거든요.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끼는 편이기도 했고요. 당시 회사 특성상, 일 인분 이상을 해야 했는데 그것도 오히려 좋았어요. 장진우 대표의 열정도 한몫했죠. 덕분에 정말 많은 경험들을 할 수 있었어요. 그 시절에 배운 것들로 커리어도 쌓았고요.


나름 굳건한 입지를 다지신 걸로 아는데. 안정적인 회사를 나와 본인의 사업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F&B 산업에 몸담으며 여러 문화들을 접하다 보니 어떤 흐름이 보였어요. 바로 지속가능성이에요. 그즈음, 건강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하고 있었어요.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체감했거든요. 이런 게 맞물렸죠. 우리 몸에도, 지구의 건강에도 좋은 식문화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사업의 출발이 시리얼이었나요?

아뇨. 몇 년 전, 플랜트밀크 프렌즈(@plantmilk.friends)를 운영하며 식물성 우유 유통을 시작했어요. 이걸 하면서 좀 더 친환경 식품에 빠져들게 됐죠.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이건 무조건 해야 하는 산업이라고 판단했어요. 무분별한 자연 착취에서 벗어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건 이 업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이었거든요.


근거는 무엇인가요?

숫자에요. 처음 시작했던 19년도와 지금의 판매량이 확연히 다르거든요. 3년 전과 달리, 지금은 대다수의 카페에서도 식물성 우유를 찾는게 수치로 명확하게 보여요. 거래하는 업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요.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어요.



플랜트밀크 프렌즈에서 유통하는 '오트사이드'를 구매한 적이 있어요. 문득 궁금해지네요. 이미 건강한 먹거리를 유통 중이신데도 불구하고 시리얼을 사업으로 확장하신 이유가 말이죠. 다른 식재료에 집중할 수도 있었을 거 같은데요.

건강한 식문화를 '캐주얼하게' 접근하고 싶었거든요. 회사를 만들며 세운 가치가 ‘친환경 식품의 대중화’였어요.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음식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소수만 향유하는 문화에 머물게 하긴 싫었거든요. 시리얼이 그런 재료로 보였어요.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유기농, 친환경 식품에 비해 접근성도 좋다고 판단했고요.


‘개인 맞춤 시리얼’이라는 문구가 보이네요.

네. ‘먼슬리 시리얼’인데요. 30개 문항의 설문조사 결과와, 약 2,800만 건의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각자에게 맞는 시리얼을 제공하는 서비스죠. 곡식과 견과류, 다양한 슈퍼 파우더를 조합해 각자에게 필요한, 혹은 몸에 최적화된 결과를 1회 분량의 시리얼로 포장해 드려요.


과학적이네요.

시리얼은 역사가 깊은 음식이에요. 과거 요양소 환자들에게 제공된 건강식이 지금의 시리얼의 시초기도 하고요. 근데 이걸 똑똑하게 풀고 싶었어요. ‘개인 맞춤’이 바로 그 전략이고요. 이걸 구현하기 위해 약 2년 정도 사업을 준비하고 설계했어요. 개인 맞춤 식품이라는 건 그만큼 다양한 측면에서 확실하게 검증된 방대한 식품 빅데이터와 정밀한 알고리즘 구축이 중요한데요. 이를 위해 생명공학에서 출발한 API 구축 기업을 찾았고, MOU를 체결해 지금의 서비스를 개발했어요. 내년 가을 APP 런칭을 목표로 서비스 고도화 작업이 진행중이에요.



시리얼=곡물


가오픈 기간 시리얼 빌리지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주문을 앞두고 직원분께 들은 말이 “흔히 아는 시리얼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였는데요. 한 숟갈 들자마자 왜 그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그간 제가 섭취해 온 시리얼, 맹수의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거든요. 맛도 식감도 말이죠. 어떠세요? 시리얼 하면 흔히 떠올리는 맛과 이미지가 공고해서 힘든 지점이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정확하게 말씀해 주셨네요. (웃음) 그게 지금 해결해야 하는 가장 큰 미션이에요. 기운이 솟아나는 브랜드의 아성을 넘는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사실 시리얼(cereal)은 로마신화 속 농업의 신 케레스(Ceres)의 이름에서 나온 단어인데요. 먹을 수 있는 곡물이나 씨앗이 달린 식물을 의미해요. 본래 요양소에서 출발했던 시리얼도 곡물 본연에 집중한 형태였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여기에 각종 합성첨가물들이 추가되면서 시리얼의 당도도 높아졌어요. 앞으로 저희가 열심히 알려야죠. '시리얼=곡물 본연의 맛'이라고 말이죠.


시리얼 빌리지라는 공간을 운영하게 된 배경도 방금 말씀하신 시리얼의 본래 의미를 복권하기 위한 차원일까요?

견과류의 특성 때문이에요. 견과류는 매일 볶아야(로스팅) 품질과 맛 모두를 챙길 수 있어요. 전처리 과정이 꼼꼼해야 제대로 만들 수 있죠. 이를 위한 환경이 필요해 오프라인 스토어를 직접 운영하게 된 거예요. 제조 공정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고 살펴보기 위해서 말이죠.


품질에 대한 확보를 위해 공간을 만드신 거군요.

네. OEM 방식으로 시도한 적도 있어요. 당시 유통기한 1년 허가받았는데요. 그걸 6개월로 줄여서 판매했어요.


자발적으로요?

네. 신선도를 확보하고 싶었기 때문이죠. 구운 견과류에 시럽이나 오일을 바르면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압착기에 눌린 곡물에서 발생하는 향을 감추기에도 좋고요. 저희는 꿀과 사과즙만 이용해요. 시럽을 사용했을 때보다 산패가 빠를 수밖에 없죠. 친환경을 지향하니 종이 패키지를 쓰고 있는데요. 공기 흡수율이 많아 마찬가지로 견과류의 산패 속도가 더 빨라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을 고수하고 있죠. (웃음) 이걸 놓기 싫었어요. 공정 자체를 대량생산으로 작업하면 우리가 처음 내걸었던 가치가 희석될 거 같았기 때문이에요.



의외네요. 저는 개인 맞춤 시리얼을 처방받는 경험, 맞춤으로 제조 받는 걸 시각적으로 전하는 게 오프라인 공간의 목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공간 운영의 첫째 목적은 품질 때문이었어요. 개인 맞춤 시리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창구의 역할은 두 번째 목적쯤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무모하단 말 참 많이 들었어요. (웃음) 하지만 그러니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게 됐죠. 처음부터 끝까지 제 눈으로 본 것들을 제공하니까요. 이 정도로 견과류와 곡물에 정성을 담는 브랜드는 없다고 생각해요. (웃음) 공정 자체도 힘이 많이 들고, 단가도 너무 높아지거든요. 하지만 이걸 이겨내야만 해요. 브랜드 규모가 커지고 생산량이 늘어나도 품질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이 부분에서 저희는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멋지시네요. 본인들이 만든 결과물에 대해 이렇게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는 게 말이죠.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게 아니니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있고요.


공부요?

곡물과 견과류 종류가 생각보다 많아요. 이것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된 종인지부터 접근했어요. 특정 견과류의 경우 산패가 빠른 이유, 이것들이 기름에 닿았을 때 우리 몸에 미치는 의학적인 상식까지 파고들었죠. 거의 영양사분들처럼 공부한다고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만약 누군가 제게 견과류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하면, 그 친구의 일상 패턴이나 몸 상태를 들은 후 추천해 줄 수 있는 정도의 지식까지는 보유하고 있어요. 지금도 계속 발전시키고 있고요.


건강한 섭식


앞서 건강에 대한 인식을 하게 됐다고 하셨는데. 그 이야기 좀 더 해주세요.

넘긴 달력의 두께가 두꺼워지면서 건강을 찾는 게 순리처럼 여겨졌어요. 몸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요. (웃음)


너무 공감해요. 저도 해를 거듭할수록 체감하고 있거든요.

건강에 대한 관심이 생길 무렵, 제가 몸담은 업계에 대해서도 돌아봤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카페뿐만 아니라 바도 운영하는 곳이어서 밤낮의 경계가 없었거든요. 사실상 손목시계를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분들의 시간표에 맞춰야 했죠. 문제가 발생할 시 대응하기 위해서요. 그게 스스로를 갈아 넣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건강하지 않은 삶 같았다고나 할까.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업계를 완전히 떠나시진 않으셨네요.

아무래도요. 제가 몸담고 해왔던 시장 안에서 좋은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건강한 먹거리를 건강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고 믿었어요.


이전에는 어떻게 일하셨나요?

대부분의 업계가 그렇듯, F&B 산업에서도 어느 정도의 포장은 필요해요. 어떨 때는 자극적인 재료들로 점철된 것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좋고 맛있는 음식이라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죠. 이것들을 반복하다 보니 여러 면에서 회의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회의감이라면 어떤?

음식의 맛을 위해, 공간의 멋을 위해 자극적인 요소들을 쓸 수밖에 없다는 지점이었죠. 어느 시점이 되자 그게 눈에 선명히 보인 거 같고요. 그런 행위들이 부정적이라는 것도, 그런 전략이 의미 없다는 말은 절대 아니에요. 저도 여전히 다양한 F&B 브랜드를 소비하고 공간도 찾으니까요.



지금은 어떠세요?

꾸미지 않아도 돼서 좋아요. 재료도 좋고, 몸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그럴듯한 단어 대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전할 수 있거든요.


시리얼이 사는 마을, 성수


시리얼빌리지란 씨앗을 성수에 심은 이유가 있을까요?

원래 성수동에 올 생각은 없었어요. 지역보다 중요한 건 주변 환경이었거든요. 개인 맞춤이라는 특성상, 직장과 주거 단지가 공존하는 곳이 좋겠다고 판단했어요. 반포나 목동 정도의 지역을 염두에 뒀었죠.


그런데 어쩌다?

공간을 보러 다닌 게 6월부터였는데요. 코로나로 인해 움츠러든 활동들이 다시금 기지개를 켜는 시점이었나 봐요. 마음에 드는 공간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하는 수 없이 서울시내 여기저기 돌아다녔죠. 오전에는 여의도에 갔다가, 오후에는 연희동으로 이동했죠. 그러다 보니 성수동까지 오게 됐네요. (웃음)



성수동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낯설었어요. 소위 MZ 세대가 향유하는 ‘핫플’이 집성한 동네라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그건 성수의 일부 모습이더라고요. 메인 거리라 불릴 법한 곳에서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다가 우연히 지금의 공간을 만나게 됐어요. 주변에선 걱정이 많았어요. 카페 골목이 아니니까. 우린 그 이유로 더 좋았어요. 마침 주변에 유치원, 학교, 주거 단지가 모여있었거든요. 처음 머릿속에 그렸던 지역의 형태와 맞닿아있어 이곳으로 정했죠.


결국 성수동이라서 고른 게 아니라, 앞서 말씀해 주신 조건에 부합하는 공간을 찾다 보니 성수에 오시게 된 거네요.

맞아요.




가오픈 기간, 개인 맞춤 시리얼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안에서 일하고 계신 영양사분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누군가의 건강을 위해 누군가 심혈을 기울이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두 분의 행위가 너무나 멋져 보였어요.

대단히 전문적인 분들이시죠. 정말 꼼꼼하세요. 저희가 많이 배우고 있죠. (웃음) 제조 분야의 경우, 다양한 연령대로 채용하려고 해요. 두 분의 영양사분들도 시니어시고요.


바의 형태와 공간 구성이 영양사분들의 모습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준 것 같기도 해요.

리파인드 스튜디오(@refyndstudio) 덕분이죠. 아마 작업하실 때 주방 때문에 여러 면에서 고민 많이 하셨을 거예요. 평면 자체가 반듯하지도 않은데, 제조 시설인 만큼 쾌적한 환경도 갖춰야 했거든요. 여기에 직원분들이 쉴 수 있는 공간까지도 마련해달라고 요청드렸으니 많이 힘드셨을 거예요. (웃음)


휴게 공간이요?

네. 공간을 찾는 손님뿐만 아니라, 공간에 오랜 시간 머물며 일하는 직원분들 또한 사용자(user)이니까요. 건강한 식문화를 준비하는 분들의 건강을 챙기지 않으면서 만드는 음식을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휴식 공간은 당연히 있어야죠.




시리얼이 담길 그릇, 공간


공간을 설계한 리파인드 스튜디오(refynd studio)와는 어떻게 작업하게 된 건가요?

우연히 데스툴(@derstuhl_)이라는 카페를 알게 됐어요. 공간 운영을 염두에 둔 시기였죠. 이미지를 봤는데 되게 감각적이면서도 편안하게 느껴지는 거예요. 직접 찾아가 봤는데 사진으로 거짓말하는 공간이 아니더라고요. 정말 좋았어요. 여기 설계한 분에게 작업을 의뢰해야겠다, 다짐했죠.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으셨을 텐데요? 대부분의 SNS에는 공간에 대한 인상평 위주라, 정작 공간을 만든 분들의 이야기나 정보는 찾기 어렵거든요.

맞아요. 정말 힘들었어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데스툴 관련 게시물에 달린 댓글들을 죄다 읽었죠. 하늘이 도운 건지. “이 공간 제 지인이 작업한 거예요”라는 식의 댓글을 찾았어요. (웃음) 그분 계정에 들어가서 팔로우 목록을 또 한 번 세밀히 살폈죠. 그렇게 리파인드 스튜디오를 발견(find) 했어요. 미팅 일정 당일, 무조건 리파인드 스튜디오와 작업해야겠다고 다짐한 상태였어요. 타샤(@tashayoo) 님은 모르셨겠지만요. (웃음)


어떠셨어요?

반전이었어요. 리파인드 스튜디오 팀원 분들 인상이 되게 강렬했거든요.


맞아요. 각자만의 색이 선명하시죠.

속으로 ‘하, 잘못 생각했나?’라고 곱씹었다니까요. (웃음) 이야기를 나눈 후, 그 생각을 철회했죠. 아, 역시 사람은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을 떠올렸어요.


반전미가 있죠. 마치 외부와 내부가 전혀 다른 공간에 들어섰을 때 전해지는 의외성 같은.

그러니까 말이에요. (웃음)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는데요. 리파인드 스튜디오도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으셨어요. 저희가 낸 의견들을 잘 들어주시고 공간에 반영하려고 최선을 다해주셨죠.




그나저나 정말 진심으로 임하셨네요. 재료 만들고 음식 만들고 공간 만드는 거 모두 다. 요즘은 어떠세요?

나름 골머리를 앓고 있죠. 공간을 열었으면 방문을 유도를 해야 하잖아요.


새로 문 여는 공간들 보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아직 안 했어요. 한 달 정도는 유예 기간을 가지고 살펴보자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이유가 있나요?

개인 맞춤 시리얼이라는 모델의 특성 때문이에요. 이걸 안내하고, 제조하는 행위에 있어 직원들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저와 코파운더(co-founder)도 마찬가지죠. 전반적인 관리와 운영을 이해할 기간이 중요했거든요. 그래서 한 달 정도는 지켜보자고 생각했어요. 이제 거의 다 왔네요.


시리얼빌리지의 가치관이 엿보이네요. 기다리는 태도.

이게 중요하다는 걸 너무 잘 알아요. 제아무리 손님이 많다고 해도, 직원분들이 감당할 수 없으면 아무 소용 없거든요. 많이 봐왔거든요. 그런 방식이 해롭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고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좇는 바람에 고객에게 불편사항을 주게 된다면, 건강한 식문화를 제안한다는 말이 부끄러워질 거 같아요.


속도전은 아니라는 말씀이시네요.

네. 그렇게 해서 될 문제였다면 애당초 우리가 제일 잘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시리얼빌리지의 시초는 지속가능성이었어요. 매장 운영도 마찬가지죠. 지속 가능한 방식을 찾기 위해, 조금 느리더라도 신중한 한 걸음을 내딛고 싶어요. 매일매일 제품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도 그런 이유고요.




건강한 식문화를 담은 우리 동네 사랑방


건강한 식문화를 지향하는 시리얼빌리지의 대표님. 요즘 어떠세요? 잘 챙겨 드시나요?

네. 요즘 정말 꼼꼼히 챙겨 먹고 있어요. 일종의 임상실험 같은 느낌으로 말이죠. (웃음)


몸에 들어갈 섭취물을 신경 써보시니 어떤가요?

지금 아무리 못해도 하루 한 끼는 시리얼 보울을 섭취하고 있는데요. 외식했을 때와 확실히 상태가 달라요. 포만감은 느껴지는데 소화가 금방 되거든요. 먹을 때마다 몸으로 느끼고 있어요. 우리의 방향성, 우리가 생각하고 실천하는 이 가치관이 잘못된 게 아니구나, 하는걸요. 비유가 아니라 정말 몸소 느껴요. 물론 여전히 떡볶이도 좋아하지만 말이죠. (웃음)



공감해요. 지난번 처방받은 맞춤 시리얼을 아침마다 먹고 있는데요. 포만감이 잘 느껴지면서 소화가 잘된다고 느꼈어요. 동시에 뭐랄까. 더 꼭꼭 씹어 먹게 되는 거 같았어요.

씹는 활동(저작 활동) 이 인간의 몸에 유익한 세로토닌을 생산하게 만들어줘요. 근데 요즘에는 셰이크처럼 삼키기 좋은 건강식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죠. 거기에도 몸에 좋은 성분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어요.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몸에 맞는 작용, 씹고 삼키는 일련의 행위들을 생략하게 만들기도 해요. 곡물과 견과류는 달라요. 오래 씹게 만들어주죠. 어찌 보면 요즘 현대사회에서 먹는 것들이 몇 번 씹지 않고 삼키도록 설계된 느낌도 들어요. 시리얼빌리지는 식탁 앞에서 씹는 행위에 대해서 곱씹어 보게 만들어드리기도 해요.(웃음)


시리얼빌리지가 어떤 공간으로 자리하시길 바라시나요?

시리얼빌리지 인스타그램(@cereal_village)에 적어놨어요. 우리 동네 사랑방! 건강한 방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편안한 장소가 됐으면 해요.



'시세권'에 살면 좋겠어요. 선택지가 많아지는 기분일 것 같거든요.

처음 시리얼빌리지 준비하면서 기획했던 방향성은 10곳 정도의 거점 매장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곡물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니, 지역 생산자분들과 직접 거래를 하는 선순환 모델을 가져가고 싶었거든요. 커피 원두 또한 성수동 로컬 카페의 제품을 쓰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고요. 현재 시리얼빌리지에서 맛볼 수 있는 '성수시리얼'의 경우, 저희가 생각한 톡톡 튀는 성수의 지역성을 맛으로 표현한 시도였죠. 당장은 전략상 이유로 서울 성수동을 거점으로 잡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지역, 동네의 거주민과 접점을 만드는 매개체가 되고 싶어요.







에디터 김승훈

인터뷰 박서진 monthlycereal.kr





부로컬리(Boolocally)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이 되는 공간을 소개하는 플랫폼입니다. 인터부(INTERBOO)는 매주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마주(inter) 앉아 공간을 보는(view) 그들만의 태도를 부로디(BOOlody)에게 소개하는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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