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uma of remaining people.
작성: 노운아(盧韻芽)
연극: 페스트 la peste
극작가: 알베르 카뮈 Albert Camus
일시: 2018. 05월
장소: 명동예술극장
비극이 내게 닥쳐 내게서 끝이 났다면 좋으련만, 항상 그 끝이 내 주변을 스쳐 지나갔을 때의 슬픔은 크다. 어떤 비극일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 때, 누군가와의 영원한 이별을 경험하면서 어쩔 수 없이 대면해야만 하는 고통스러운 반성의 시간. 결실을 채 보기도 전에 의도치 않게 엇갈린 인연의 끈을 꿈속에서나 볼 때.
그냥 나는 이대로 눈을 감고 싶을 때가 있다.
죽음이라는 것.
물병 속에서 흔들거리는 물. 그처럼 내 일상이 흔들려 불안해질 때가 있다. 이대로 눈을 감고 싶을 만큼 생활이 고통스러울 때가 있다. 그러다 생을 향한 집착이 사진기의 불빛이 터지는 것처럼 선명해지곤 했다. 문득 내 주변을 돌아본다. 그것과 그들이 모두 사라진다면. 그 상상하기조차 싫은 순간에 나는 차라리 내가 먼저 죽는 것이 낫겠다고 자조하곤 한다. 내게 남겨질 트라우마를 예상하면 끔찍하다. 먼저 죽을 수도 후에 죽을 수도 없는 이 불안의 전선에서 생활한다.
오랑에서의 삶이라는 것도 나의 삶과 비슷하리라.
의사 리유의 시선으로 바라본 페스트로 뒤덮인 도시, 오랑은 죽음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젊은 의사를 망연자실하게 하는 상황. 페스트에 하나둘 죽음을 맞이하며 도시 전체는 혼란에 놓인다. 죽음으로 생이별하는 사람들. 살아 있는 자에게 남은 병보다 더 끔찍한 고통,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트라우마일 것이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진 구렁텅이. 그 안에서 생존을 위해 사람들은 몸부림을 쳤다.
완벽한 고립을 추구한 무대 장치, 음향이 돋보인 연출이었다. 그렇지만 생존과 죽음이 연극보다 더 비극적이어서 이번 연극은 내게는 다소 그러한 연극이었다.
슬프다.
페스트 없는 현실이 페스트 있는 연극보다 더 비극적이라니.
이번 ‘읽는 연극’은 짧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