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끄적임
매일 아침 눈썹을 그리며 울던 때가 있었어 문을 열고 거리로 나가면 들이쉬는 공기는 타인의 때에 절어 있었지
따뜻한 계절은 언제 끝났을까 내가 삼키는 건 오염된 살얼음 소화된 조각들은 광활한 혓바닥을 펼치고 기다리는 아귀의 목구멍 너머로 사라졌어
어머니는 우리가 같은 종족임을 믿으라 했고 아버지는 종족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어 그들의 말에 따르면
아침부터 포근한 바람이 불었다고 해 천만 개의 하얀 세포가 바람 속에서 태어나더니 부모님의 집 뜰에 소복소복 쌓였다고 해 내가 처음 사람의 몸을 받은 그날 밤하늘엔 또 다른 종류의 천만 개 세포가 생겨나 있었지
그것은 무수한 별들이며 내가 몰고 온 축복이며 나는 장차 행복한 아이가 될 거라고 부모님은 말했지 오래지 않아 별빛이 굴절되기 시작하자 그제야 우린
내가 너무나 많은 것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걸 알았어 나는 누군가의 뜰을 사랑하고 뜰에 비치는 불빛을 사랑하고 따뜻한 화로를 사랑하고 저녁식탁을 사랑하고 벽시계와 현관문을 번갈아 바라보는 초조한 눈을 사랑했지만
그런 풍경은 나의 세포를 태워버릴 것만 같았고
어떤 세포는 쉽게 고장을 일으키는 법이어서 나는 고개 돌리는 걸 잊고 말았어 캄캄했지 커튼이 쳐지고 불빛이 사라진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 우두커니 서 있었다니까 나의 까만 눈을 들여다보며
부모님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했어
어제처럼 화장을 하고 오늘도 똑같이
어머니는 싸우라고 했고 아버지는 흘러가라고 했어
나는 싸우는 법도 몰랐고 흐르는 법도 몰랐지 나의 세포는 부모님의 것처럼 우직하지 않아 나는 별 이야기를 떠들어대며 행복하다고 말했어 어느 성자가 한 그릇의 달콤한 밥을 먹고 외로운 별 하나를 만난 이야기
성자는 맑은 시냇물에 빈 그릇을 띄워 보낸 후 외로운 별을 보고 물처럼 흘러갔다는 거야 마침내 폭포를 만나 오천 년이나 만년 쯤 어쩌면 수십 만 년이나 수백 만 년 쯤 묵은 오물을 쏟아 부었고 그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돌아오지 않아서 그 후 영원히 행복했다는 거야 돌아온 사람들의 기억이란 별빛만큼이나 믿을 수 없는 거라고
어머니는 소화가 안 된다고 했고 아버지는 그릇이 문제라고 했지
(나는 영원히 성장하지 못할 것 같아요. 미안해요, 엄마아빠.)
나는 요즘 햇살을 느끼고 있어 물론 남의 것이지 하루도 빠짐없이 나를 파먹고 있지 별빛의 굴절을 나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종족이 있을까
어머니는 모든 게 별 때문이라고 했고 아버지는 알고 보면 밥이 원수라고 했어
(난 나의 세포가 문제란 걸 알아요. 미안해요, 엄마아빠.)
지금 내 머리 위에는 별들이 너무 많아서 나는 어느 겨울, 바람 속에서 또다시 태어나게 될 거야 밥을 주는 무수한 별들이 아니 무수한 별들을 주는 밥이, 성자보다 센 밥이,
슬픔을 주는, 먼 것을 그리워하게 하는, 그것을 잃게 하는, 나를 돌아오게 하는, 결국은 행복할 수가 없게 하는, 나의 천만 개 세포에 하나씩 새겨지는 이야기가 모두, 밥이라니 화가 났었지만 별이 아닌 밥이라니 그땐 무척 화가 났었지만
언젠간 내 머리 위의 별도 하나였으면 좋겠어 원수같이 달콤한 밥을 먹은 후 외로운 별 하나를 보고 싶어 천만 개의 별보다 센, 모든 그리움을 하나로 모아줄, 잃을 것도 없게 하는, 나를 돌아오지 않게 하는, 사실이라면 마침내 행복할 수 있게 하는, 둘이어서도 안 되는, 그 하나로 충분한 별을……
바람을 따라 나설까 해 이런 세포라면 흐르는 건 가능할지도 몰라 어제는 너무 많은 것들을 사랑했고 내일은
앞으로 앞으로 갈 거야
폭포의 풍경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어 돌아온 자들의 기억은 별빛과 같지 아귀가 토해내는 걸 지켜봐야 할 거야 나의 내장을 할퀸 조각들이 천만 개의 별들로 둔갑해도 나는 고개를 돌릴 수 없을 것이고 싸우거나 흐르거나 나는 다시 시작할 거야 이 모든 시작이 너무 무섭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아름답게 보이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바라는 건
더는 밥알이 별빛을 내뿜으며 쏟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