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끄적임
눈이 2만개나 있는 것을 볼 때 그 유전자가 3억 년이란 시간 동안 얻은 지혜는 눈이 밝아야 한다는 것 연약한 몸뚱이와 날개로 천적을 대적하는 대신 되도록 많은 눈을 가져야 한다는 것 눈알이 조롱조롱 하나씩 생겨나는 동안 종족의 생존율은 안정되고 자신감도 붙었겠지만 어떤 유전자를 타고난 계집애 하나는 고사리 손가락 두어 개를 가지고도 수많은 잠자리를 잡으며 자랐다 잊을 수 없는 승리감 하나도 살려두지 않았던, 혹은 숨이 끊어진 채로 혹은 숨이 붙은 채로 갖고 싶도록 붉었던 꼬리 빛나는 날개 낙엽처럼 찢어져 개미 밥이 되는 것까지 보아야만 카타르시스 충만한 의식
천적에게 살이 물어뜯기고 치명상을 입은 채 뼈 시린 동굴 속에 웅크려 어두운 눈알을 하나씩 늘려가며 2만 개의 눈으로도 어린 천적의 손을 피하지 못한 잠자리들은 다시 생각해보니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