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숨겨진 아이

by 분촌

미설은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갔다. 미설의 오두막은 달못에서 조금 떨어진 숲속에 있었다. 사람들이 숲속에 들어오더라도 눈길을 주지 않을 구석진 곳이었다. 칡넝쿨을 우거지게 하여 입구를 감쪽같이 가려 놓고, 신통을 부려 자욱한 안개로 주변을 감쌌다. 안개는 매우 짙을 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하루 종일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의 눈에 이 안개는 너무나 신기할 뿐 아니라 두려움마저 주었다. 사람들은 필시 ‘신이 된 단군’, 환검이 조화를 부려 만든 것이라 여겨, 환검 안개라 부르며 함부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또한 그곳을 지나갈 일이 있으면, 두 손을 얌전히 모아 다소곳이 인사를 하곤 재빨리 지나칠 뿐이었다.

집에 돌아온 미설은 자신의 방에 조심스럽게 아기를 뉘였다. 미설은 이제야 제대로 아기를 살펴볼 수 있었다. 아기는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고, 긴 여행과 모진 고초로 울 힘조차 없어 보였다.

미설은 문밖으로 목을 길게 빼고,

“호이오-, 호이오-!”

하고 부드럽게 외쳤다.

그러자 어디선가 무지개가 포르르 날아왔다. 햇살을 받은 무지개의 깃털이 반짝반짝 빛났다. 무지개가 마루 끝에 앉자,

“어미 산양을 데려오너라.”

하고 말했다.

미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무지개는 쏜살같이 날아가 어미 산양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어미 산양은 폴짝 마루로 올라가더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게 젖을 먹였다.

기진맥진하던 아기는 어미 산양의 젖을 먹고 기운을 회복했다. 아기의 두 볼에 발그레한 핏기가 돌았다. 아기는 배가 불러 기분이 좋아졌는지 어미 산양의 품에서 쌔근쌔근 잠들었다. 어미 산양은 아기가 깨지 않고 포근히 잘 수 있도록 아기 옆에 가만히 엎드렸다.

아기가 잠을 자는 동안, 미설은 비어있는 작은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먼저 먼지를 깨끗하게 닦아내고, 깨끗한 이불을 꺼내어 이부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곤 집 주변에 피어있는 꽃들과 신선과 나무의 잎을 따서 이부자리 주변에 가득 뿌려 놓았다. 신비롭고 기분 좋은 향기가 문밖까지 진동을 하였다. 그때부터 그 작고 향기로운 꽃방은 달모시의 방이 되었다.

미설은 한시도 달모시를 떠나지 않았으며, 정성을 다해 키웠다. 달모시가 잠든 틈을 이용해 집 주변 숲에서 열매를 따거나 텃밭에서 채소를 돌볼 때면, 숲속 동물들이 와서 달모시를 지켜 주었다. 호랑이 두 마리는 종일 집 둘레를 어슬렁거렸다. 새들은 노래를 불러주고, 사슴과 토끼들은 달모시와 함께 놀았다.

가끔 죽현과 양질, 양적이 곡식을 마련하여 미설에게 들렀다. 세 사람은 미설의 오두막으로 올 때마다 약간의 수고를 거쳐야 했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소민의 복장을 하고, 세 사람 모두 곡식을 넣은 등짐을 메었다. 걸어서 부리마을까지 이동을 한 다음,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달못 아래 숲속으로 들어가 날이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달못에 기도하러 온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서산으로 해가 넘어가면, 세 사람은 그제야 달못을 지나 미설의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미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잠시 눈을 붙인 후, 먼동이 트기 전에 서둘러 산길을 내려가곤 했다.

미설은 달모시에게 죽현이 날라다 준 곡식과 자신이 손수 기른 채소로 밥을 지어 먹였다. 숲에서 구해 온 열매와 약초도 자주 먹였으며, 매일 신선과 하나씩을 먹였다. 미설 자신은 신선과 말고는 그 어떤 것도 먹지 않았다. 다른 음식을 삼키는 순간, 신통력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미설은 달모시도 자신처럼 신통력을 갖길 바랐다. 그러나 그것은 평생토록 신선과만 먹는 크나큰 인내가 필요한 일이어서 자신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었다. 달모시가 자신처럼 신통력을 가진 산사람으로 살길 원할지, 아니면 세상으로 나아가 사람들과 어울려 살길 원할지 아직은 모르는 일이었다. 미설은 달모시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키우며 기다려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미설이 달모시에게 해줄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유로운 외출이었다. 달모시는 하루에 한 번, 이른 아침 미설과 함께 달못에 갈 때를 빼고는 외출이 금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