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장마가 시작되었어요.
송이는 화단에 오지 않았어요.
꽃밭은 매일 시무룩했어요.
하지만 채소밭은 반대였어요.
비를 맞은 채소가 싱싱하게 쑥쑥 자라고
송이 부모님 칭찬은 더 늘어났으니까요.
이번엔 채소밭이 먼저 약을 올렸어요.
“비가 오니 예쁜 꽃이 무슨 소용이람.”
꽃밭은 눈물을 글썽이며 대꾸했어요.
“장마는 끝날 거야. 송이는 돌아올 거야!”
꽃밭의 말대로 장마가 끝났어요.
꽃송이들은 더욱 탐스럽게 피어나고
채소들은 마음껏 쑥쑥 자랐어요.
어느 날, 송이가 꽃 한 송이를 꺾었어요.
그때부터 송이는 계속 꽃을 꺾었어요.
좋아하는 친구를 위해서 한 송이
선생님 꽃병에 꽂기 위해 세 송이
친구에게 생일 선물과 함께 주려고 두 송이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도 한 아름 꺾었어요.
채소밭 인기도 높아졌어요.
끼니때마다 바구니 한가득 채소를 뜯어가고
이웃 사람들에게도 나누어 주고
할머니를 만나러 갈 때도 갖가지 채소를
큰 바구니 가득 따서 가져갔어요.
화단엔 여기 저기 꺾이고 뜯어진 자국이 드러났어요.
“네 꼴이 구멍 난 옷 같아.”
꽃밭이 채소밭에게 말했어요.
채소밭도 지지 않았어요.
“그렇게 자랑하던 꽃들이 다 사라져버렸구나.”
하지만 둘은 더 다투지 않았어요.
싸우고 싶지 않았어요.
초라해진 서로의 모습을 보고서
깜빡 잊었던 게 생각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