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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Mar 11. 2019

모든 것은 결국 돈 때문이었다는 합리적 의심

  ‘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고, 왜 그토록 중요한 학문인 것일까?’


  수학이 인생의 걸림돌이었던 학창 시절에는 그 이유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그저 세상이 그렇다고 하니 그대로 따를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 수학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 중요한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 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것은 나의 네 아이들에게도 요구되는 세상의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수학은 모든 학문의 토대가 되는 중요한 학문이며 문명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중요한 지식 가치라는 것을 모두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학을 잘 못해서 고통받고 있는 세상의 모든 수험생들과 학생들을 대신해 한 번쯤은 ‘왜?’라는 질문을 던져 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일일 것이다.         


  나는 왜 이 세상이 ‘수학’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따져 보기로 했다. 먼저 수학이 다른 학문의 토대가 된다는 부분을 살펴보았다. 이른바 ‘국영수’는 좋은 대학에 가서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한 중요한 학문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학입시에서 ‘배점’이 높은 과목들이다.

 

  하지만 수학이 국어와 영어의 학문적 토대가 아니라는 것은 별다른 가설이나 검증 없이도 누구나 인정할만한 부분일 것이다. 수학이 그토록 좋아하는 산술적인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세 개의 과목 중 3분의 1에 지나지 않으며,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교과 과정이라고 해봐야 물리학이나 화학 정도 밖에는 딱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하지만 그 이유를 경제적 관점에서 추론하여 따져 보니 어느 정도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수학과 관련된 교육의 경제적 가치다. 


  한 번 정해진 규칙은 관성에 의해 눈덩이처럼 커진다. 수학 교육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현재 거대한 눈덩이가 되어 있다. 수학을 가르치는 수많은 선생님들과 학원들, 그리고 출판 교재들은 대학입시에서 수학의 배점이 낮아지고 경제나 금융 같은 과목이 더 많은 배점을 차지하는 순간 말 그대로 망해버릴 것이다. 


  어찌 보면 기득권이라고도 볼 수 있는 수학 교육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사회적 요구로 인해 경제와 금융이 수학보다 더 중요한 지식 가치로 인정받는 순간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약간의 궤변을 보태자면 ‘수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수학의 경제적 가치이기 때문에 경제나 금융보다 수학을 더 중요한 학문적 가치로 여기고 있다.’라는 역설적이고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풀어 보면 ‘나와 내 아이가 수학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은 모두 수학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때문이었다.’라는 극단적인 결론으로 치닫게 된다.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은 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가?’도 생각해 보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학에 가는 이유를 ‘학문적 성찰’이나 ‘자아의 실현’ 따위로 포장하는 것은 우스운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는 좋은 직장 혹은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만한 사실이며, 또한 그것은 결국 좀 더 나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귀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초중고 12년간 공부를 하고, 이차 함수와 씨름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의 현실인 것이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아야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 것을 세속적이고 탐욕적이라 치부하며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한다. 하지만 나는 내 아이들에게는 좀 더 솔직해져 보자고 생각했다. 그리고 목적지를 향해 돌아 돌아 샛길로 가는 것이 아닌 가장 효율적이고 정확한 직선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것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과 좋은 직업 같은 중간 목표가 아닌 ‘돈’이라는 직접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일이었다.


  세상에는 돈이 없어서 할 수 없는 일은 많지만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세상은 돈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은 ‘세상은 돈이 전부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에 생긴 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소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나 ‘세상은 감자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은 없으니 말이다.


  물론 세상에는 돈의 가치보다도 자신이 원하는 삶,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사는 삶을 더 고귀하고 유일한 가치로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돈 없이 남을 돕는 것과 많은 돈을 가지고 남을 돕는 것은 그 실제적 도움의 크기에 있어 현실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의 재산 기부로 도움을 얻는 사람들과 무료 배식 봉사를 하는 평범한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대학이나 좋은 직장이라는 중간 목표 없이 ‘돈’이라는 직접적인 목표가 생기자 아이의 교육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이것이 바로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수학 교육 대신 경제와 금융 교육을 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다.


  내가 돈을 간접적인 목표로 삼았던 시절에는 어떻게 하면 내 전문 분야에서 더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또 회사에서 어떻게 하면 더 인정받을 수 있을지 만을 고민하고 노력했었다. 이는 연봉을 높일 수 있는, 즉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간접적인 행위였다고 할 수 있다. 저축이나 투자 같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등한시하고 먼 길을 돌고 수박의 겉을 핥는 소극적이고 간접적인 노력만 하며 살았던 것이다.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먹는다는 행위를 세속적이고 탐욕적이라 치부하며 농사를 짓거나 낚시를 하거나, 요리를 할 생각만 하고 있다면 이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길이 아닐 것이다. 목적지로 가기 위한 과정 또한 중요하다 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지향점을 망각한 과정은 목표에서 더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며, 돈을 얻기 위해서는 돈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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