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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Sep 29. 2019

이제 그만 하산해도...

 “은행이 망해도 5천 만 원 까지는 준다고 했었지?”

 

이른 저녁 식사 중 아들 녀석이 물었습니다.

 

“응, 그런데?”

 

금융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기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5천 만 1원이 있으면 그 1원은 어떡해?”

 

열 한 살 짜리 아이가 충분히 가질만한 호기심이었습니다.

 

“돈이 많으면 은행을 여러 개로 나누면 돼. 국민은행에 5천 만원, 신한은행에 5천 만원 이런 식으로....”

 

하지만 녀석의 호기심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런데 1조 원이 있으면 어떻게 해? 은행이 그렇게 많아.”

 

내 생애 1조 원을 은행에 넣어 놓을 일은 없을 것이기에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친절하게 답해 주었습니다.

 

“우체국에도 은행이 있는데 거기에 넣어 놓으면 돼. 우체국은 5천 만원이 아니라 예금한 돈 전액을 보장해 주거든.”

 

참고로 우체국은 ‘예금자보호법’에 의한 금융기관이 아니라 국가기관으로 분류되어 있어 그 금액이 얼마가 되었든 ‘우체국예금, 보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금과 이자 전액을 보장해 줍니다.

 

“그럼 처음부터 우체국에 넣어 놓으면 되지, 뭐하러 귀찮게 다른 은행들에 나누어?”

 

녀석이 예전보다 조금 더 똑똑해졌습니다.

 

“우체국은 이자를 조금 밖에 안주거든.”

 

“아, 그렇구나.”

 

저는 아이가 이왕 관심을 가진 김에 한 단계 더 나아가보자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데, 우체국이나 은행 말고도 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도 있는데 뭔지 알아?.”

 

녀석이 단 1초의 지체도 없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집?”

 

제가 생각한 답은 ‘자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집, 즉 부동산도 자산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니 거의 정답에 가까운 대답이었습니다.

 

“오~ 대단한데~ 아들~ 이제 그만 하산해도 되겠다.”

 

그간의 금융 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었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약간의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이 ‘집이라는 자산을 사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돈을 집에 보관하는 것’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을까?


<경제적 자유를 찾아서> https://blog.naver.com/b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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