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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현 Dec 31. 2018

어디 한 번 따져 보자, 월급의 수익률

  

   ‘월급쟁이는 인생을 파는 노예’라는 얘기만 주야장천 들어왔던 당신은 한 편으로는 걸어 다니는 건물이기도 하다는 얘기를 듣고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안도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그 월급의 수익률이 생각하는 것보다 결코 높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월급이 적다.’는 것과 ‘월급의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서로 다른 얘기다.   

  

   건물을 임대할 때도 임대 수입에서 비용을 차감해야 실제 수익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월급에서도 비용을 차감해야 실제 수익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사회 보험료나 근로 소득세처럼 회사에서 친절하게 떼어 주는 비용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걸어 다니는 건물’은 말 그대로 ‘걸어 다니기 위한 비용’이 존재한다. 출퇴근을 위한 교통비, 점심 식사비뿐만 아니라 회사에 가지 않았다면 사지 않았을 그 옷과 구두도 비용에 포함시켜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와 가까운 곳에 살기 위해 구한 집의 월세와 동료와의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산 맥주값, 상사에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간 주말여행경비 까지도 모두 비용 처리 대상이다.

  

   이 정도 비용이라면 월급에 비해서는 그리 크지 않으니 쿨 하게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취업을 위해 가야 했던 대학교 등록금과 영어 학원비, 그리고 회사에 가지 않고 다른 일을 했었다면 얻을 수도 있었던 기회비용까지 포함한다면 월급의 실제 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연봉이 5천만 원인 사람은 현금 5천만 원을 1년 동안 벌 수 있는 돈의 크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던 비용들을 제외하고 나면, 연봉 5천만 원과 현금 5천만 원은 절대 같은 크기가 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자신이 1년 동안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의 크기를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은 미래를 위한 계획에도 큰 차질을 빚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이유로 계획했던 목돈은 생각처럼 쉽게 모아지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걸어 다니는 건물이라고 생각한다면 다른 건물들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실제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수익이 얼마인지 알아야 수익률을 계산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굳이 귀찮고 복잡한 가계부를 쓸 것까지도 없다. 그저 한 달에 한 번, 근로 소득 등을 통해 벌어들인 금액의 합을 수입란에 적고,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지출된 총합을 지출란에 적기만 하면 그 차액이 플러스인지 마이너스인지, 또 플러스라면 그 금액의 크기가 지난달보다 늘었는지 줄었는지 정도는 파악이 될 것이다. 단 몇 달 간만이라도 이런 작은 노력을 기울인다면 자신의 평균 수익과 수익률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돈을 어떻게 모을지,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불릴지는 그다음에 할 일이다. 의사도 환자의 상태를 먼저 살핀 후에야 치료가 가능하듯, 자신의 재정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월급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들은 대부분 일정하기 때문에 고정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비용이 월급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월급이 많은 사람의 월급 수익률은 높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의 월급 수익률은 낮을 수밖에 없다. 물론 승진이나 성과급 등을 통해 월급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이는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월급 수익률을 높여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 가지만 남게 된다. 그것은 바로 비용을 줄이는 일이다. 똑같은 비용을 줄이더라도 월급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얻는 효과는 다를 것이다. 월급이 백만 원인 사람이 십만 원의 비용을 줄이는 것은 10%지만, 월급이 천만 원인 사람이 십만 원의 비용을 줄이는 것은 1%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월급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줄이는 행위는 월급이 적으면 적을수록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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