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화소년 Aug 11. 2020

SNS, 어색해 말고 이용하자

보통 사람에게 오히려 더 절실한 '필수템'

 잉글랜드 중부의 공업도시 맨체스터(Manchester)를 전세계의 '핫 플레이스'로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다. 그리고 맨유를 잉글랜드를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이가 Sir  Fergie, 알렉스 퍼거슨(Alex Ferguson)이다. 이 거장의 존재가 한국에서 해외 축구 매니아들을 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것은 두 번의 계기를 통해서였는데 첫번째는 2005년에 있었던 박지성의 입단이었고 두번째는 2011년에 있었던 그 유명한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이다' 발언이다(참고로 퍼거슨 감독의 발언 원문은Twitter is 'a waste of time. Go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instead' 이며 말 그대로 '시간 낭비'라는 정도의 의미라는 게 합리적인 해석이다. '인생의 낭비'라고까지 하기엔 다소 와전된 측면이 있음을 밝힌다)


'영감님'의 충고는 이후 말조심하지 못한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참교육'을 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번역의 정확성과는 별개로 이 발언은 유독 한국에서 널리 알려졌고 수많은 밈(meme)과 패러디의 소재가 되었다. 공교롭게도 이후 여러 유명인사들이 온라인을 통한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르면서 본의 아니게 이 발언은 희대의 명언으로 등극하게 되었다(논란이 있을 때마다 추가한 퍼거슨의 '의문의 1승'을 합치면 몇 백승은 되었을 것이다). 사실 퍼거슨의 지적은 그 정확성과 적절성에 있어 흠이 없는 그야말로 깔끔한 '팩폭'이었다. 맨유의 멤버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개인의 브랜딩이 확실히 자리잡다 못해 최첨단으로 수려하게 조각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심지어 당시 지적의 직접적인 대상은 그 유명한 웨인 루니(Wayne Rooney)였다). 일터 자체가 런웨이이며 퍼포먼스가 곧 갈라쇼인데, 굳이 작은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탐색하며 절실히 본인의 마케팅과 홍보에 열을 올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럴 시간에 차라리 독서하며 교양이나 쌓아라"는 말은 '경제적 자유'를 일찌감치 달성한 자신의 대단한 '아이들'에게 충분히 건넬 만한 점잖은 조언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서는 교양 습득을 위한 '제1옵션'의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영원히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이다. 그 어떤 격언이나 조언도 모든 상황에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정확히 말해 셀럽이 아닌 각종 스펙과 인지도, 자본, 매력 등이 뛰어나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과연 SNS가 의미없는 시간 낭비이기만 할까? 물론 남을 의식하지 않고 돋보이려 애쓰지도 않으며 본인의 주장과 취향 등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과다한 활동으로 내실없는 '관종'이 되느니 본인의 내적 가치관에 충실한 삶이 훨씬 더 의미있다는 주장도 충분히 존중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그저 조용히 살아가기엔 세상이 너무도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난이도 높은 지식과 기술 뿐만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삶의 일상도 콘텐츠의 소재가 되었고 아무런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콘텐츠 제작의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는 기존의 산업 구조 및 노동 시장의 기본 프레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 유력하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 흐름에 적응한 이들이 부와 명예의 대부분을 가져갈 것이다. 자본주의의 본질적 특징인 독점과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테고 흐름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그저 '평범한' 삶마저 침해당할 수도 있다. 남과 비교하지 않겠다며 안분지족하기엔 그 위험수위가 점점 높아져 가는 것이다. 한 발짝 세상으로 나아가 자신의 콘텐츠를 알리고 그것이 세상에 '먹히게' 된다면 원하던 것을 소유하고 경험할 수 있다(심지어 아주 많이). 상황이 이런데도 과연 많은 사람들이 그저 '가만히' 있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일까?


박막례 할머니가 셀럽이 되는 데 젊음, 고학력,많은 돈은 필요치 않았다. 본인은 이런 날이 올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니 우리 모두 당장 유튜버가 되자'라는 평면적이고 거친 결론을 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의 세상은 과거와 비교해 어떤 개념을 배우고 익히는 인터페이스(interface)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점만큼은 반드시 명심해야 함을 말하고 싶다. 그저 책상 위에서 성실하게 읽고 듣기만 해서는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파악하기 어렵다. 매사를 직접 경험해 보고 감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본인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새로운 시대가 원하는 인재의 '필수템'이 될 것이다. 이를 외면한다면 시간을 들인 성실한 노력이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단지 두렵고 어색해서 자신을 브랜딩하고 경쟁력있는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그 수단으로서 SNS가 반드시 최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으나 대단한 장점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조금만 검색해도 넉넉하고 자유롭게 질적으로 멋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랜선 셀럽'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게 당신이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그림자를 지레 두려워하며 빛을 피해 '자중할' 이유는 전혀 없다. 빛이 주는 따뜻하고 밝은 '은총'만 받기에도 우리의 시간과 역량은 모자랄지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개팅 ‘업계’에 헌정하는 보고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