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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Aug 11. 2020

자기 관리의 진실

나만 똑똑하면 영웅이 될까?

 얼마 전부터 조금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흥미와 자가 학습의 수단으로 유튜브를 꾸준히 시청하고 있다. 경험하지 못한 세상의 다양한 모습들이 궁금하여 구독하기 시작한 채널들을 흝어보니 부동산, 경제, 부자 등의 키워드를 포함한 제목들이 적지 않다. 그 채널들이 하나같이 수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것을 보니 부와 성공을 원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매우 많은 모양이다. 오랫동안 지속된 불황과 양극화 등의 영향에다 한국인 특유의 근성까지 결합한 탓인지 보통 사람들의 성공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때보다 커져 있다. 이런 콘텐츠에서 강조하는 성공의 요건 중 하나로 철저한 자기 관리가 꼽힌다(많은 경우 매력적인 외모 가꾸기와 동일시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자기 관리를 딱히 하나의 의미로 정의할 순 없으나 여러 불필요한 유혹들을 멀리하고 탁월한 판단력과 통제력, 학습 능력을 꾸준히 키우는 습관이란 의미로 많이 통용된다. 이는 성공 이전에 올바르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기본적인 덕목이다.


B급 이미지와는 달리 유재석의 자기 관리는 특 A급인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성공이라는 것은 그저 '기본'만으로 이룰 수 있는 그리 만만한 대상이 아니다. '중급' 및 '심화' 과정을 산 넘고 물 건너듯 이수해도 '수료증'을 딸까말까하다. 세상만사가 그렇듯이 자기 관리 역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치트키' 가 될 수는 없음을 말하는 것이다. 시험의 합격이나 다이어트 등 일부의 경우는 거의 전적으로 본인의 능력에 성패의 여부가 달려있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대부분을 홀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장 생활에서의 승진, 선거에서의 당선, 사업에서 계약이나 거래의 성사 등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상황도 그저 철저한 자기 관리만으로 극복하고 넘어갈 수 있는가는 전적으로 다른 문제이다. 뒤늦게 최근에서야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동안 겪었던 크고 작은 실패로부터 딱히 얻어낼 교훈조차 찾아내기 힘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최근 다시 읽은  '파토' 원종우의 '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 유럽편'으로부터 해법까지는 아니지만 힌트에 가까운 그 무엇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한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관찰하고 인간사를 좌우하는 본질적 가치는 시대가 변해도 그대로임을 보여준다. 딴지일보 논설위원 시절부터 명성을 날렸던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문장력 및 통찰력은 읽을수록 감탄을 자아낸다. 딱딱하고 지루한 일부 역사서들과는 결이 다른 역동성을 느낄 수 있으니 역사에 대한 차원이 다른 식견과 재미를 원하시는 분들께는 적극 추천드린다.


 3번째 읽는 거라 목차를 자유롭게 넘나들었고 프랑스 혁명 파트부터 읽기 시작해서인지 로베스피에르와 나폴레옹의 삶을 초반에 접하게 되었다. 저자도 이 파트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다. 사실 두 인물의 캐릭터는 많은 점에서 유사하다(흥하고 망한 과정도 그렇다). 다만 로베스피에르의 몰락이 오늘의 주제와 더 부합한다는 점에서 소개하려 한다. 서평을 쓰려는 것이 아니고 지면의 한계도 있기 때문에 책에 나온 다른 시대의 사건들은 나열하지 않겠지만, 여러 시대에 걸쳐 유럽 사회에 존재했던 오만과 독선, 선민의식은 많은 비극을 양산했다. 프랑스 혁명 역시 예외가 되지 못했다.

 국가 최고의 엘리트였고 권력의 정상에까지 올라섰지만 얼마 못 가 단두대에서 처형된 프랑스 혁명의 풍운아 로베스피에르의 사례는 타인과의 협상 능력이 결여된 자기 관리가 얼마나 덧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캐릭터의 분석을 통해 로베스피에르의 몰락을 설명한다.


"이런 로베스피에르의 결벽증은 절제와 수양의 결과였지만 문제는 도가 지나치다는 데 있었다. 이런 사람이 자기 기준에 맞는 세상을 만들려 하는 경우 그 엄격함의 수준은 보통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선다. 약간의 호의호식도 인격파탄이나 부패로 보이고 자신의 생각과 생활방식만이 선이며 악마의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살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지나친 단호함과 이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과격함이다"


'로베스피에르는 이 부분에서 전략상의 오류를 범해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일 수 있는 사람들을 최악의 적으로 돌려놓고 말았다. 이상주의자인 그는 각각의 상황에서 옳다고 믿는 행동을 과단성 있게 추진하는 데는 누구보다 능했지만, 맹수처럼 살아 날뛰는 혁명의 본질과 그 복잡다단한 역학관계 및 인간감정의 미묘한 부분에 대해서는 둔감했던 것이다"


로베스피에르는 혁명의 적나라하고 거친 현실을 그저 책에 나오는 ‘모범 답안’처럼 평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그쳤다



 외로움과 각종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실험실'에서 모종의 성과를 이룬 당신은 내심 야속할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치열하게 노력하고 고민해서 만들어 놓은 걸 왜 안 따라하고 안 사고 안 쓰는 거야?"

물론 당신의 능력과 노고는 백번 인정한다. 문제는 당신이 아무리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능력있다고 해도 남의 마음까지 잘 이해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사업의 버전으로 설명하면 자기 관리만으로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생산자까지 될 수는 있어도 소비자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탁월한 판매자는 되기 어렵다.

 세상을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격언은 단지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착한 마음'을 가져야 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그에 더하여 타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간파하고 상황에 맞게 연대하거나 협상할 줄 아는 '매력적인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기 관리 위에 현명한 처세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고 유지하는 진짜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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