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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Mar 10. 2021

서울, 모두의 로망이자 고향이 되어간다

그 곳에 살고 싶다는 소망, 부정할 수 있을까?


 최근 몇 년간 비교적 온화했던 것과는 달리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내렸던 겨울이 가고 있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다시 거세진 코로나19의 창궐 덕분에 체감되는 겨울의 지속 기간 또한 매우 길었다. 비록 아직 코로나의 기세가 꺾이진 않았지만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기대까지 누그러뜨리진 못한 듯 하다. 기온도 오르고 연일 화창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요즘 오후가 되면 주요 업무 지구,아파트 단지, 학원가는 식사 후 여유있는 커피(차) 한 잔을 만끽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주말 전국의 쇼핑몰 및 휴양지에도 인파가 넘치며 고속도로 통행량도 다시 늘고 있다. 지난 2월말 여의도에 개장한 현대백화점의 야심작 더 현대 서울에는 코로나 시국을 무색케 하는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요즘 사람들이 특별한 체험이 가능한 쾌적한 공간을 얼마나 원하는지를 증명하기도 했다.


자연체광을 그대로 흡수한 더 현대 서울 5층. 편리했던 백화점은 이제 특별함마저 갖춘 무결점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관찰해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식사 후 커피,주말 교외 나들이 등은 이제 대한민국 모든 지역과 세대에게 자동화된 알고리즘과도 같다. 이 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의 상징이 된 운동, 휴가철의 해외 여행, 공교육 외의(위의?) 사교육 등은 그 세부적 양태와 가격의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의 지역과 사람들에게 낯설지 않은 문화 생활로 자리잡았다. 설령 경제적 여유 때문에 당장 가능하진 못하더라도 여건만 된다면 이렇게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 또한 매우 많다.

 

 정도의 차이 및 예외가 있겠지만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은 서울에서 시작되고 전국으로 퍼졌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 결과 서울은 사람들의 삶에 막대한 실질적, 정신적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대도시 특히 수도에서 사람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끼치고 유행을 주도하는 트렌드의 대부분이 시작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트렌드 세터’이자 ‘얼리 어답터’로서 서울이 갖는 문화 권력은 세계 어느 나라의 수도와 비교해도 남다른 막강함을 자랑한다. 그 결과 현재 ‘일상’의 의식주부터 ‘일탈’을 선사하는 문화 생활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모습은 지역을 막론하고 큰 틀의 관점에서 대동소이하다. 물론 소위 1군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유명 프랜차이즈 매장과 백화점, 수입차 전시장, 1타 강사를 보유한 유명 입시 학원 등은 서울에만 있을 수 있지만, 아파트에 살고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을 가는 모습은 전국 어디를 가도 흔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지방에서도 볼 수 있는 브랜드지만 모두 서울에서 시작해 내려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을 주도하고 트렌드를 만들어 퍼뜨렸으며 대다수의 일자리까지 보유하고 있는 탓에 서울은 높은 물가를 자랑한다. 그리고 지방은 그 트렌드를 따라 비슷한 환경을 만들지만 어디까지나 뒤를 따라갈 뿐이다. 지방 광역시에 자리잡은 거대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서울의 매장보다 규모가 크다고 해서 새로운 소비 생활의 모델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일부의 요식업 브랜드들이 지방에서 출발하여 서울의 유수 백화점에 입점하고 이름을 떨치기도 하지만, 그런 소수의 사례만으로는 ‘문화 대권’의 손바뀜을 말할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히 말해두자면 나는 ‘이런 이유로 서울 부동산은 계속 오를 거고 그러니 집을 사세요’ 류의 흔한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제 서울이 대한민국 전체의 고향이 되어가고 있고 일부 세대에겐 이미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현상이다. 물론 누군가는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논쟁을 통해 굳이 그런 주장을 뒤엎을 생각은 없으며 그럴 권리 역시 내겐 없다. 다만 고향이란 개념의 의미가 보다 더 다양하게 해석되고 심지어 ‘업데이트’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지역에서 원하는 바를 실현하며 불편함없이 살아가고 있고, 연인과 친구 등 소중한 사람과의 행복한 추억이 깃들어 있으며, 직업적 성공을 이루었고 좋은 멘토를 만났으며, 다른 곳으로 이사가기 싫다면, 그 사람에겐 거기가 실질적인 고향인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런 기준에서 상당수 한국인들의 ‘제1옵션’은 서울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 아파트 가격의 거품이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서울에서의 주거를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의 소망은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서울 부동산 불패’의 주장은 상당부분 일리가 있다고 보인다.






 


 


 얼마 전 읽은 ‘강남에 집 사고 싶어요’라는 책의 저자는 서울 근교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해 이사를 거듭한 끝에 강남에 정착하여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이 거주지는 그 동안 거쳐온 어디에도 비할 수 없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의 터전이 되었다. 다음에 인용하는 책 속의 한 구절에서 저자는 서울이라는 공간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차분하고도 분명히 표현한다. 비교적 오랜 세월 동안의 여러 경험이 축적된 후 표현한 바이기에 저자가 서울과 강남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따뜻하고 잔잔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산이 있고 시내가 흐르는 시골만이 고향이 아닙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도심 한가운데서도, 변하지 않는 기억으로 간직되어 있는, 추억의 공간이 바로 진짜 고향인 것입니다.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삼성동, 사람들의 환호와 기대감 뒤에서, 부디 낯설게 바뀌지 않기를 조용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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