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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Aug 13. 2020

어느 세입자가 만든 기적

내 멋대로 ‘레 미제라블’

 최근에 ‘론칭’된 부동산 정책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각종 분석이 난무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시장의 플레이어들 모두가 자신이 피해자라는 프레임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한 시비는 쉽게 가려질 것 같지 않다. 정부가 특정 세력의 지지를 염두에 두기보단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서 현명한 처사를 하길 바랄 뿐이다(개인적인 생각으로 현 정부는 세상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가 많이 부족한 듯 하다. 인간의 욕망은 그리 고상하지 않다).

 서울 및 수도권에 집을 소유하지 못했으며 부동산 관련 지식이 없다시피 한 ‘부린이’인 내가 감히 부동산 업계 전반에 대한 ‘거시적 분석’을 하겠다고 부동산에 관한 화두를 꺼낸 것은 아니다. 다만 비참하게 살아가던 어느 딱한 사람의 운명이 특정한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바뀐 이야기를 부동산 용어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이 비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함이다

 “천상의 양심이라는 세입자가 어느 날 불쑥 한 인간의 영혼이라는 집에 찾아와 눌러앉았다. 세상의 온갖 불행을 지켜보면서도 월세를 꼬박꼬박 냈고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사실은 집이 수명을 다한 것이지만) 자신이 지불한 월세가 세상을 이롭게 한 찬란한 빛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미련없이 돌아갔다”


아마도 월세는 사명감, 정의, 사랑, 배려, 용기 등의 형태로 지불되었으리라. 그리고 집주인은 그것을 다음과 같은 일에 쓰는데~~


1. 사업가와 시장이 되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었다.


2. 마차에 깔린 포슐방의 목숨을 구했다


3. 절망에 처한 팡틴을 도왔고 코제트를 구출한 후 정성을 다해 키웠다.


4. 툴롱의 법정으로 찾아가 본인이 장 발장이라고 양심선언을 하여 무고한 사람을 구해낸다

(‘낙원에 머물면서 악마가 되느냐, 혹은 지옥으로 다시 돌아가 천사가 되느냐’의 치열한 고민 끝에 내린 고차원적인 결정이었다)


5. 자신에게 포위된 자베르를 풀어준다


6. 시위 도중 큰 부상을 입은 마리우스를 구해낸다


7.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행복을 위해 훗날을 준비해주고 뒤로 물러난다.



세입자는 능력 내에서 양질의 가치를 지불했고 집주인은 그것을 받아 좋은 일에 썼으니 이만하면 서로 ‘윈윈’한 셈이다(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하지만).


100년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셀 수 없을만큼 재해석(재창조)된 대작에 대한 논평 등을 할 생각도 능력도 없다. 다만 어쨌거나 나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독한만큼 작품의 핵심을 담은 나만의 고유하고도 간단한 해석 한 줄쯤은 남기고 싶었다(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나는 의무적 서평 작성에 공감하지 않는다).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독서란 결국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변화시켜야만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작은 느낌과 생각 하나라도 표현하고 편집하면서 시작된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단 1도라도 틀어 시작하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벽돌(Brick)’이라 불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과장이 아니고 정말 ‘역대급’으로 방대한 분량의 작품이다.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빅토르 위고의 끝없는 사설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TMT(Too Much Talker)가 전달하는 TMI(Too Much Information)이란 표현으로도 모자라는, 그야말로 ‘의식의 흐름’대로 쓰여진 글이 폭우처럼 투하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때마침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뮤지컬 25주년 공연(2010년 런던)이 올라왔는데, 반대로 이건 너무 줄여서 책으로 읽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을 모를 정도였다. 그나마 뮤지컬의 형식에 충실했고 무대의 구성과 편집이란 볼거리는 있었다. 하지만2012년에 개봉한 영화는 뮤지컬도 영화도 아닌 그야말로 어정쩡한 작품이었다. 런던 공연의 OST를 거의 똑같이 사용하여 참신함이라고는 없었는데다가 많은 장면에서 무반주로 노래가 강행되었고(!)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헐리웃 영화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유럽 작품이 원작인데 모든 대사가 영어라는 것도 편히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물론 이 작품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다 읽었음을 후회하진 않으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독서란 지나치게 가벼워도 곤란하지만 극기 훈련일 필요도 없다.


청소년판 도서, 성인판 도서, 뮤지컬 공연, 영화를 모두 조금이라도 본 입장으로 말하자면,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나무위키의 설명을 정독한 후 유튜브 영상 몇 편만 봐도 대략적인 이해는 가능하다. 당시의 프랑스 및 유럽의 역사를 조금 알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지만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다. 더 많이 안다고 반드시 지혜로워지거나 더 감동한다는 법도 없고 또 안 그래도 괜찮다. 안다는 것과 느낀다는 것 모두 우리가 살아가며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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