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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Aug 17. 2020

브랜딩은 결국 태도이다

필요한 건 위로보단 솔직함이다


 정신의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healing)이 전사회적 유행어로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이 거대한 샘으로부터 수많은 콘텐츠가 흘러나온다. 어느 영역에 가도, 어떤 연령층의 집단에서도 힐링의 탈을 쓴 제품이나 서비스는 이른바 ‘치트키’가 되어 사람들에게 속삭인다. 그냥 이대로의 당신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하라, 약간 뒤쳐진들 무슨 문제이냐고~~ 그야말로 힐링 과잉의 시대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부당한 대우를 받았거나 큰 실패를 겪은 사람에게 다시 마음을 추스릴 것을 다급하게 독려해서는 곤란하다. 진정으로 위로가 필요한 사람은 위로부터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위로에 중독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계속 위로만 받을 뿐 현재 상황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의 삶은 전혀 질적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무조건적인 위로는 잠깐 기분을 달래줄 수는 있겠지만 결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물론 있는 그대로의 적나라한 조언(지시?)을 듣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당장 ‘팩폭’이란 말만 봐도 팩트’의 강력한 위엄과 ‘폭력’의 매정함을 동시에 담고 있다. 사람들이 본인의 만족스럽지 않은 현재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를 고스란히 표현하는 단어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피상적인 위로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하늘도 안다. 그러므로 이런 진실을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콘텐츠가 공감을 얻게 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마케터 강민호(롯데의 강민호)의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은 브랜딩이란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아한 이론놀음보단 거칠고 현실적인 실습이 필요함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강조한다. 이미 저자는 본인의 SNS와 브런치, 전작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서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우러나온 마케팅에 대한 깨달음을 예전부터 꾸준히 알려오고 있었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지만 여타의 경영/마케팅 서적과는 다르게 그의 글에서는 전문 용어라는 이름 하에 흔히 사용되어 왔던 어렵고 생소한 단어들을 찾기 힘들다. 뿐만 아니라 현업에 종사하는 경영자나 실무자들끼리만 사용하는 ‘업계 용어’도 대부분 배제했다. 대신 평이한 단어를 사용한 문장으로 본인의 주장을 명쾌하게 전달한다.

 

 역설적이게도 간간이 엿볼 수 있었던 저자의 독서 이력은 주로 역사, 경제, 정치, 철학 등 세상을 구성하는 근본 개념을 파헤친 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어렵게 공부해야 하고 제대로 체험해야 함을 비교적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프로 근성이 나타난다. 또한 무작정 독자에게 포근한 위로만을 건네지 않는다. 대신 따뜻하지만 솔직하고도 단호하게 그러나 정확하게 문제의 본질을 지적하고 독자 스스로 처해있는 상황을 극복하길 주문한다. 이런 용기있는 진정성을 보여주기에 그의 글은 늘 매력적이고 향기를 남긴다.


공부가 제일 쉬웠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는가? 어렵게 제대로 끝까지 해낸 사람만이 쉽다고 말할 수 있는 법이다.







 저자가 전달한 레슨은 결국 태도(attitude)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로 귀결된다. 주어진 대로 그저 끌려가며 살지 말고, 남의 탓 하지 말고, 아니다 싶음 솔직히 말하라는 어찌 보면 평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두툼한 책으로 나올만큼 실천하기 어렵기도 하다.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개인적 해석을 거쳐 가공한 버전으로 소개한다.


 진정한 워라밸을 원한다면 우선 뇌에 단내나도록 제대로 노력해서 일이나 사업에서의 역량을 한 차원 올릴 것.


그저 한때 붐업된 기분을 열정이라고 ‘드립’치지 말 것. 그게 진짜 열정인지는 난관이 닥쳤을 때 수그러드는지 아닌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율이 좋다면 실력부터 쌓을 것. 일 시키기 불안한 사람을 누가 그냥 놔두겠는가?


좋은 게 좋다는 말은 결국 서로 못 믿는다는 뜻이다. 진정 서로를 신뢰한다면 ‘직썰’은 물론이고 심지어 ‘팩폭’까지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그리고 부족하다고 한들 크게 잘못되지 않는다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본인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으면 실천도 없다. 브랜딩을 말한다면 반드시 본인의 삶부터 돌아보고 그 모든 과정에 정직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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