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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Feb 06. 2023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옛날 얘기 같아요

부의 본능  2020년대엔 통할까?

 저자는 브라운스톤이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투자 성공기를 공개해 큰 화제가 되었고 전작 '부의 인문학'을 통해 부의 본질과 시장의 흐름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보여줬다. 평범한 직장인에서 온갖 실패를 이겨내고 자산가로 환골탈태한 사람답게 저자의 주관과 신념은 흔들림없이 탄탄하다. 굳이 여러 가지 투자 전략에 대한 조언을 차치하고라도, 성공한 사람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논리 전개 덕분에 막힘없이 술술 읽었다.


 다만 저자가 사업이 아닌 주식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렸다는 점, 그리고 사회 활동을 하던 시점이 20-30여년 전의 과거라는 점에서 부를 일군 방법론에 대해서는 무조건 따르기보단 시대적, 상황적 맥락과 연관지어 판단해 봐야 할 것 같다. 1988년에 취업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볼 때 저자는 1961-62년생 현 시점에서 60세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세대의 최고 미덕은 절약을 통한 생존이었다. 먹고  사는 문제 이외에는 많은 소비를 하지 않았다. 요즘 말로 ‘취향’이라는 건 배부른 자들의 사치이며 뜬구름잡는 헛소리이던 시절에 성장했고 사회 활동을 했다. 실제로 본문 중 ‘가난을 극복하는 10계명’을 보면 저자의 가치관이잘 드러난다. 멋진 패션, 미식, 스포츠, 해외여행, 영화 관람, 신형 스마트폰 등에 대해 하나같이 부정적인 견해로 일관한다. 나중에 부자되고 싶다면 그런(그 따위!) 아무런 의미없이 돈만 버리는 짓은 절대 하지 말라고 일침한다. 물론 그렇게 살았고 그대로 실천해서 본인은 부를 일구어 냈으니 나름 설득력 있는 말인 건 맞다.


 하지만 지금 2020년대에도 그 논리가 그대로 통용될지는 의문이다. 20세기에는 의식주 위주의 소비가 대세였지만, 지금 세대의 사람들은 기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 가장 많은 돈을 쓴다. 마음을 즐겁고 기쁘게 해주고 외모를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주는 제품과 서비스에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은 대중의 심리에 영합하여 명품과 수입차, 고급 아파트 등으로 본인들을 치장하고 관심을 끌며 연일 큰 돈을 벌고 있다. 그들에게 소비는 단순한 낭비가 아닌 일종의 ‘자본적 지출’이자 투자인 셈이다. 이런 시대 정신을 외면하고 소비를 죄악시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분야에 돈이 몰리는지, 누가 트렌드를 주도하는지 등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 사치까지는 아니어도 감당 가능한 수준에서다양한 소비를 해봐야 하는 이유다. 이것은 우리가 매일 살아가고 마주하는 이 거대한 세상에 대한 일종의 ‘시장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안 되면 사업은 고사하고 직장 생활에서의 성취도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투자에 필요한 통찰력도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 투자, 인간관계 등을 관통하는 성공의 법칙은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장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언급한 마지막 장만 봐도 저자가 자가 당착의 오류를 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지식산업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고급 인재가 모여들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서울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 했는데, 이건저자 스스로 앞에서 주장했던 ‘부자되는 공식’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과거의 제조업과는 달리 지식산업은 세상의 다양한 문화 현상에 대한 관찰을 연료로 하여 발전해 간다. 당연히 이 분야에 필요한 고급 인재상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무엇보다 그들은 저자처럼 ‘엄근진’을 주입받으며 자라지 않았고, 다양한 문화 생활을 통한 행복 추구의 욕구가 강하다. 한마디로 저자가 하지 말라는 건 다 하고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들이다. 그런데 미래 경제의 소비자이자 생산자는 바로 이런 인재들이다. 그들이 만들어 갈 세상에서 과거의 저자처럼 아끼기만 하고 돈이 아까워 세상과의 교류를 줄인다면, 과연 부자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물론 최소한 가난은 피할 것 같지만)


 공교롭게도 리뷰 역시 비판적인 글들이 많았다. 심지어 ‘술자리에서 후배 직원들 앉혀놓고  할 수 있을 꼰대소리를 책으로 팔겠다니 배짱이 과하시네요’란 극딜(!)도 있었으니~~ 물론 저자의 주장에 감명과 자극을 받아 더 부유해진 사람들도적지 않기에, 융통성 없이 좋다/나쁘다는 식의 판단은 유보한다. 명언이냐 망언이냐를 따지는 것도 시간 낭비다. 좋은 말이면 마음에 새기고 아니면 스킵하면 된다. 언제나 그렇듯 책은 그저 책이고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지 않으며 언제나 서재의 그 자리에 꽂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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