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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Mar 26. 2023

‘그냥’은 낭만이 아니라 허술함에 가깝다

자기 만족과 시장의 선호, 그 냉정하고도 현실적인 간격

 2017년부터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 무렵 일상의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했었고 꾸준히 기록하고 생산물을 만들어보라는 ‘자기 계발러’들의 권유에 영향을 받은 것도 한 몫했다. 독서 후 서평, 영화(넷플릭스) 감상평, 스포츠 직관 후기, 맛집 리뷰 등이 주된 콘텐츠이며 짧더라도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간단한 내용을 쓰더라도 업로드에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하지만 6년간 340여개의 게시물을 올렸으나 팔로워는 230명에 불과하며 포스팅에 붙는 ‘좋아요’도 50개를 넘기지 못했다. 꼭 유명해지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사람이다 보니 생기는 약간의 ‘관종 본능’ 탓에 아쉬운 건 부인할 수 없다.


어쩌다 보니 계정 공개(홍보?)가 되어버렸다. ‘문화’라고 하기엔 스포츠의 점유율이 좀…..




 그런데 많은 경우가 그렇듯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 답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는 인물의 빼어난 외모, 멋진 도시 경관, 매혹적인 음식 플레이팅, 반려동물의 움직임 등이다. 또한 사색을 담은 글보다는 일상에서의 소소한 느낌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한 경우가 더 많다. 사진 기반의 SNS이기에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내가 올린 포스팅은 그런 류의 사진이 거의 없고 텍스트도 길다. 간혹 장문의 글을 올리면서도 10K(1만) 단위 팔로워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대부분 해당 업계의 ’네임드‘들이고 인플루언서인지라 나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자영업만 했던 탓에 인맥도 좁고 특별한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기에 ’후광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런 점에서 나의 게시물들은 대중의 선호라는 방향과 어긋난 각도로 흘러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포스팅이 인스타그램의 ‘대세’이다.










‘그냥 하지 말라’의 송길영 저자는 바로 이 방향성에 대해 여러번 강조한다.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되 엉뚱한 방향으로 노력하면 곤란하니 생각을 한 후 실행하라고 말한다. 생각없는 근면은 과정만 낭만적일 뿐 스마트하고 이성적인 고민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전문성을 갖추게 되고 많은 사람에게 환영받을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그저 개인적인 선호를 앞세워 브랜딩과 마케팅을 한다면 자기 만족은 될지 몰라도 사업적으로 전망은 밝지 않아 보인다. 내가 아닌 시장과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파는 게 모든 비즈니스의 기본이다.


당사자들은 그저 좋아서 했다고 하겠지만 실상 대중에게 ‘먹어줄’ 것이란 자신감이 없었다면 당당히 공개하지 못했을 거라 본다.


 다만 억지로라도 강제로라도 개인의 취향을 바꾸고 수정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저자가 인용한 반려동물 유튜브 채널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끝까지 밀어 성공한 경우이다. 해당 채널 운영자는 초반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암흑기(?)를 극복하고 자신의 취향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결국 빛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흐름을 타지  않았다면 몇십만 구독자를 끌고 다니진 못했을 것이다. 단적인 예로 나는 겨울에 스키를 즐기지 않고 농구/배구 직관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는데 이런 개인적 취향에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줄지 의문이다. 내가 전문가 수준의 평론을 할 수 있고 아기자기하게 V-log를 만든다 한들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다면 과연 그 취향이 인기를 얻을까? 보다 노골적으로 말해 돈이 될까? 나아가 의도적으로 반려동물에, 제주도 여행에,  골프에, 등산에 관심을 갖고 콘텐츠를 만든다 한들 전문성을 갖출 수 있을까?


또한 저자는 경쟁이란 필연적으로 타인에게 평가받는 것이며 궁극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독창성을 갖춰 무한경쟁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주장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독창성을 갖췄다는 말 자체가 경쟁을 이겨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창성을 갖췄다 한들 자기만족에 그치면 저자가 누누히 강조한 ‘방향성’과도 어긋난다. 게다가 현대 사회에서 독창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저 개미같은 노력이 아닌 문화적 경험과 고등 교육, 외적인 매력 등이 복합적으로 요구될 수 있는데 과연 평범한 사람들에게 이것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책에 인용된 판교 부부처럼 학력과 경제력, 커리어, 가정형편이 다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매니아적인 팬덤도 있고 번드르르한 말의 편집이라며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저자의 주장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힐링, 위로 등의 레토릭을 써가며 의미없는 희망고문을 시전하기 않기 때문이다. 전작 ‘상상하지 말라’에서도 저자는 어설픈 열정에 기대어 섣불리 실행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사실 상상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에필로그에 나오는 다음 문장은 시대의 대세를 지적하고 저자의 솔직한 성향을 표현하는 이 책의 ‘시그니처’이다.


‘일단 도전!‘ 하는 식으로 그냥 하지 말고, 세상의 변화에 내 몸을 맞추는 과정을 성실하게 치러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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