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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Aug 17. 2020

‘해봤다’는 이름의 권력

기회는 경험의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다


“해보기나 했어?”​



시작도 하기 전에 두려워한 나머지 물러서려는 사람들을 향해 그 분께서 이렇게 일갈하신 한 마디는 명언의 클래식이 되었고 회사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격상시키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본인 스스로 앞장서 실천했기에 더욱 설득력과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말이었다.


고성장 시대라는 운도 따랐지만 왕회장 특유의 도전 정신과 놀라운 실행력이 없었다면 현대 그룹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역시 오늘의 위치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헌데 언제부터인가 이 말이 당초의 ‘기획 의도’와는 다르게 오남용되기 시작했다. 불확실한 그 무엇 앞에서 두려워말고 도전하라는 뜻인데, 먼저 보고 듣고 배웠다는 이유로 후발 주자들을 누르고 위축시킨 나머지 되려 두려움을 조장하는 데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진 자라는 개념에 무엇을 먼저 경험해 본 자를 포함할 수 있다면 그들이 기득권 혹은 텃세를 휘두를 여지는 충분하다(역사가 증명하듯이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기대이다).

 이러한 기득권은 부당하므로 당장 퇴출시켜야 한다며 투쟁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그 기득권이 진짜 실력을 그대로 반영하느냐를 차분히 따져보자는 것이다. 누군가의 주장이 어리석고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즉시 반박하지 말고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 물어보면 된다. 대책이 없다면 알아서 접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직접 경험의 가치를 폄하할 의도는 없다. ‘케이지’가 아닌 ‘사바나’에서 제대로 단련하여 지식과 개념, 기술을 깊이 이해한 고수의 조언이라면 언제나 경청할 준비가 되어 있다. 자신의 유익하고도 의미있는 경험을 타인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는 사람이라면 늘 곁에 두고 그 지혜로움을 배우고 싶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떻게 그 경험을 온전히 본인의 것으로 만들었는지이다. 깊이있는 이해를 위해서는 수많은 간접 경험을 통한 담금질이 필요하다. 잘 알려진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식을 습득하고 개념을 이해한다.



진정한 고수일수록 다양한 학습을 통해 경험을 진정한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한다

 

 직접 경험 그 자체는 탁월한 장점이 있지만 누구의 손에 쥐어지는지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 실은 그저 유리한 조건 - 자본, 교육 수준, 거주 환경, 성별, 외모 등 - 때문에 기회를 얻었을 뿐인 일부의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현상과 사건을 접하고도 그에 대해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해석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며 배우려는 의지도 별로 없다. 그저 ‘좋았다’, ‘의미있었다’, ‘즐거웠다’ 등의 단편적인 느낌만을 내뱉듯이 말할 뿐이다. 이런 사람들이 ‘난 어디 가봤고 뭘 해봤으며 누구랑 잘 아니까 넌 얘기하지 마’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폭력처럼 휘두르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정보 권력의 격차가 크게 줄어든 현대에 이런 말들은 설득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뇌피셜’에 불과하다. 자신만의 해석과 가공을 거치지 않고서는 그 경험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가 경험의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자신이 처해있는 입장을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해석하여 무언가를 경험하고 배우기를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저 본인의 유리한 조건 때문에 얻은 기회만으로는 경험을 시작할 수 있어도 완성할 수는 없다. 그러니 어딘가로 떠나고 누군가와 만나기 어렵다고 하여 실망하지 말고 꾸준히 읽고 생각하자. 몸은 떨어져 있어도 업계(?)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그리하여 결국은 화려하게 컴백했던 어느 느와르 만화에 등장하는 전설의 주먹 이야기가 떠오른다. 충분한 준비를 갖춰 ‘강호’에 입성한다면 적은 횟수의 기회만 주어져도 성공의 계기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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