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화소년 Mar 30. 2023

조금 더 치열할 수 없었나요?

실망했던 독서모임 후기

 10여년 전만 해도 독서는 ‘혼놀’의 대표 종목 중 하나였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은 소개팅이나 맞선을 제외하면 어색하게 여겨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독서모임’이라는 발명품이 그 두 가지 고정 관념을 모두 해체시켰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이 책을 매개로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적으로 이런 독서 모임을 좋아해 모 커뮤니티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몇 차례 참여했었고 2년전 코로나가 한창이라 집합 제한이 있던 시기에 독서 모임에 대한 가상 기획을 브런치에 글로 쓰기도 했었다. ​단순히 참여하는 것도 물론 좋아하지만 모임을 어떻게 구성하고 편집하며 무슨 책을 읽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처음 만나도 괜찮다. 우린 모두 책을 좋아하고 할 얘기도 많은걸~~










마스크 착용에 관한 제한이 차차 풀리면서 각종 대면 모임도 활발해졌다. 자연히 오프라인 독서 모임도 다시 활성화되었고 어떤 곳에 갈까 검색하던 차에 모 독서 커뮤니티를 찾았다. 개인적으로는 거의 3년만에 참여하는 모임이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 재미있게 이야기할까 싶은 기대에 나름 설레었다. 지정 도서가 없고 각자 다른 책을 리뷰하는 모임이라 예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 다시 정독했다. 서평이 의무는 아니었지만 모임에서 보다 자연스럽고 원활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아이패드 메모장을 열고 대략적인 내용 요약과 소감을 적었다. 일찌감치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비도 입금했다. 그렇게 모임 날짜를 기다렸다.


글도 쓰고 입금도 완료…. 이제 몸만 가면 되겠…. 뭐든 기다림이 제일 즐겁고 설렌다


그런데 정작 해당 커뮤니티에선 모임 당일까지 아무 공지도 없었다. 해당 모임에 대해 다시금 자세히 소개하지도 않았고 모임 날짜와 장소도 재차 확인해주지 않는 것이다. 각종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를 예매해도 알림톡은 물론 날짜가 임박하면 확인 차원에서 공지를 발송하는데 이 곳은 모임을 하는 게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물론 처음 오는 사람들 귀찮거나 부담스럽게 하지 않으려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으나 조심스러움이라 쳐도 그 정도가 과해 보였다.


‘슬픈 예감은 틀린 법이 없다’고들 하는데 ‘어색한’ 예감도 마찬가지이다. 당일이 되어 실제로 모임에 참여하니 예상했던 대로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과 부족함이 느껴졌다. 우선 공간의 인테리어가 매우 칙칙했고 조명도 어두웠다. 그리고 서고에 꽂힌 책들도 뭔가 정리되지 못하고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속된 말로 ‘근본’과 ‘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 커뮤니티가 서비스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려고 하는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모임 운영자라는 사람의 태도였다. 처음 오는 사람들의 이름을 묻고 반갑게 맞아주는 친절은 애시당초 베풀지도 않았다. 그에 더해 모임 내내 의자에 눕다시피 했고 배고프다며 과자를 ‘쩝쩝’했다. 수시로 눈을 감고 고개를 젖혔는데 생각에 잠긴 건지 졸려서 자는 건지 알 길은 없었다. 당연히 참가자들간의 가교 역할은 하지 못했고 - 아니 그럴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다! - 대화 내용을 정리하지도 않았다. 모임 특유의 대화 패턴이나 룰 자체가 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세상에 없던 새로움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건 좀…..말잇못…..

 

 그런데 놀랍게도 이 커뮤니티는 단순한 동호회도 아니고 대표자가 사업자 등록증을 내고 운영하는 엄연한 ‘사업’이다. 홈페이지에서 찾아보니 모임을 만든지는 10년, 이 공간을 오픈한지는 6년이 넘었다고 한다. SNS 팔로워가 10K(1만)를 넘긴 것을 보니 제법 인지도는 있어 보였는데, 실제 운영되는 모습은 너무도 허술하고 아쉬워 보였다. 솔직히 말해서 비영리 목적의 동호회도 이런 식이면 오래 갈 수 없다. 오지랖이지만 이렇게 해서 월세나 제대로 내겠나 싶은 생각조차 들었다. 공간의 소재지가 비록 이면도로이고 3층이지만 강남권이기 때문이다. 요즘 꼬마빌딩 스터디에 참여하면서 강남권의 땅값과 소규모 건물의 시세에 대해 조금씩 배우고 있는데 이 자리라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대표가 돈이 많아서 그냥 취미로 사업을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타인의 사업을 놓고 주제 넘게 수익성 실현을 논하지는 않겠다. 잘 되어도 아니어도 그 대표자의 소관일 뿐이다. 다만 사업이라면 수익 실현을 떠나 특유의 ‘치열함’이 고객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고객이 올까, 그들은 무엇을 좋아할까, 행여 불편한 점은 없을까,  우리 제품을 잊지는 않았을까 등등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은 사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특히 무형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 비즈니스에서는 그 치열함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업계를 불문하고 정상에 서 있는 기업들은 진심이든 아니든 최소한 겉으로는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치열하게 관심을 표시한다. 광고, SNS 알림, 각종 프로모션 및 행사 등이 그 수단들이고 소비자는 그러한 매개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알게 되고 다가가가는 것이다.


그런데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이런 치열함은 노골적으로 돈을 밝히는 탐욕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점이다. 탐욕에 차면 고객이 돈으로 보이고 그저 어떻게든 팔고 보려는 저열한 조급함도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고객에 대해 관심과 열정을 갖고 모든 과정에서 치열해지면 제품과 서비스를 최고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물론 초기에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해당 커뮤니티가 특별히 탐욕스럽다고 느끼진 않았다. 하지만 치열함과 열정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당연히 모임 전부터 그야말로 김이 확 샜다. 고객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데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소개로 만난 남녀가 있었다. 첫 만남에서 대화를 나눈 뒤 두 사람 모두 더 만나볼 의사를 표시했고 며칠 뒤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제대로 된 교제를 위해서는 사실 여기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그런데  다음 만남때까지 서로를 너무 배려(?)한 나머지 아무런 연락도 주고 받지 않는다면 두 사람의 만남은 어떻게 될까? 토요일에 만나기로는 했으나 우물쭈물하다가 금요일 밤에 카톡이나 문자로 연락하여 간신히 약속 시각과 장소만 잡고 토요일 당일에는 어디로 가서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고~~ 안타까워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물론 처음 만난 사이라 잘 알지도 못하는데 선을 넘는 관심을 표하거나 무리하게 ’진도‘를 나가려고 하며 ‘들이대는’ 행동은 곤란하다. 하지만 서로에게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로만 일관하면 둘 사이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주지도 받지도 않으며 ’거리두기‘만 지속하면 누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결과와 무관하게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물론 만남의 단계별로 행동은 달라야 하지만).


조심스러운 것과 ‘노관심’은 분명 다르다.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마음을 모른다.



 사업은 궁극적으로 돈을 벌어야 존속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고객과 건전하고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건전한 관심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이성을 쉽게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잘 만들어진 제품과 서비스를 가지고 치열하게 고객의 반응을 갈구하는 기업은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다녀왔던 커뮤니티가 서비스에 자신이 없었는지 혹은 고객에 관심이 없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그들의 미지근한 태도는 분명 아쉬웠다. 조금 더 적극적이면 딱 좋았을 것 같은데 그들은 좀처럼 움직이거나 다가오지 않았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도 끝나가는데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냥 빵일 뿐인데 먹기가 아까웠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