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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화소년 Mar 16. 2023

그냥 빵일 뿐인데 먹기가 아까웠습니다

한남동 패션5를 다녀오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로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실은 수많은 식음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보급형에서 프리미엄 레벨에 이르기까지 그 구성 또한 다양하다. 당장 대중적으로 흔히 알려진 것만 해도 던킨도너츠, 카페 파스쿠치, 파리크라상, 베스킨라빈스31, 잠바주스 등이 있으며 라그릴리아나 디퀸스케이터링 같은 레스토랑도 SPC에서 운영하고 있다.


SPC의 F&B포트폴리오는 양과 질에서 부족함이 없으며 균형이 잡혀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SPC의 ‘시그니처’이자 ‘알파오메가’는 빵이다. 2세대 경영인인 허영인 회장이 젊은 시절부터 해외를 넘나들며 전수받아온 노하우가 기반이 되어 오늘날 SPC는 국내 제일의 제빵 기술을 갖추게 되었다. 이런  SPC가 차원이 다른 빵맛은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기 위해 운영중인 공간이  있다. 바로 한남동에 위치한 프리미엄 베이커리 카페 패션5인데 이 공간을 두고 SPC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증거라고도 한다. 소문만 듣던 그 곳을 찾아가 보았다.









 지하철로 접근하기 힘든 곳이 진정한 ‘부촌’이라고 한다. 도산대로를 끼고 있는 청담동, 산 중턱에 위치한 성북동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한남동 역시 일부 고급 주택가의 경우 자가용으로만 다닐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패션5가 위치한 일명 ‘꼼데가르송’길 근처는 6호선 한강진역에서 내려 5분만 걸어가면 갈 수 있다(발레파킹이 가능하나 주차 공간이 매우 부족하므로 가능하면 지하철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


 창문이 없는 큰 건물 1층 매장 입구로 들어서자 보통의 빵집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온갖 화려한 ‘비주얼’이 몰려왔다. 맛집이라고 왔다지만 외관이 이 정도면 설령 맛이 없다한들 불만이 없을 정도였다. 들어서자마자 화려하게 전시된 온갖 제품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시만 정신을 놓았다면 보이는 데로 다 집어들었을지도 모를 정도로. 식재료 자체는 일반 빵집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빵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구성과 편집은 차원이 달랐고 모든 제품에 대한 기대를 한껏 올려놓았다.









식사 겸 간식으로 베이글과 크로크무슈를 골랐다. 결재를 하자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먹으라며 레인지에 데워준다. 음료는 지하층으로 내려가야 고를 수 있었고 자리를 잡으니 직원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여기까지 왔는데 싶었지만 홀로 와서 와인을 마시기도 어색해 늘 먹던 걸로‘ 카페라떼를 시켰다. 온기가 느껴지는 빵을 한 입 베어 물으니 과연 소문이 허언이 아님이 느껴졌다. 예민한 미식가 취향이 아닌 내가 느끼기에도 보급형 빵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만족감 때문인지 양에 상관없이 속이 든든했으며 특별할 것이 없는 라떼의 맛까지 음미하고 싶을 정도였다.



지하층의 고객들은 점심 이후 간단히 디저트를 즐기러 온 경우가 많았다. 각종 와인이 준비되어 있는 걸 보니 저녁 모임을 위해 오는 사람도 많을 듯 했다. 1층에는 포장을 해가려는 고객들도 많았는데 실제로 선물하기 좋은 제품이 수십 가지는 되어 보였다. 롤케익이나 다과 세트 정도를 선물로 기억하는 세대라면 과거의 기억은 완전히 잊으시길 바란다. 그야말로 먹기가 아까울 정도로 수려하고 고급스러운 제품이 넘쳐났다. 백화점 명품 수준의 고가 선물은 부담되지만 약소하면서도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한다. 물론 카톡 선물하기에도 ‘패션5’의 키워드가 등록되어 있다. 하지만 보다 세심하게 고르고 무엇보다 선물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되도록이면 직접 방문을 추천한다.









 요식업종에서 맛은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이제 많은 사람들은 외식을 단지 식생활로만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 및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여가를 보내기 위해 식사 일정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미식과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은 문화 생활의 일부분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소 부담되는 비용이 들어도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만큼 오늘의 세상에서 ‘기쁨’은 ‘배부름‘을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맛집’이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는 대부분의 매장은  ‘맛’을 넘어서는 ‘멋’을 선보이며 수많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카페나 베이커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SNS에 하루가 멀다하고 수많은 포스팅이 올라오며 과연 개인이 창업했는가 싶을 정도로 훌륭한 수준을 갖춘 매장도 많다. 하지만 대기업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역량과 훌륭한 시스템 그리고 그를 통해 축적된 안목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거꾸로 말해 이 정도의 역량은 되어야 고급 상권이라 불리는 한남동의 진입 장벽을 너끈히 넘을 수 있다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베이커리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거나 궁금한 모든 사람들에게 빵의 ‘1타 매장’으로 패션5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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