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니는 요즘 타요 버스 중장비에 빠져있다. 레미콘, 포클레인, 덤프트럭을 좋아한다. 사촌 형에게 중장비 중 세 개를 받았다. 매일 캐릭터 이름도 나에게 물어본다. 나도 모르는 캐릭터들이니,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 캐릭터 이름이 정리되어 있는 파일이 있어 다운로드해 출력해 줬다. 매일 종이를 들고 와서 이름을 묻는다. 나보고 매일 읊으라는 통에 목이 아프다. 한번 읊어준다고 끝나지 않는다. 최소 열 번씩은 반복하는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대여섯 번은 한 것 같다. 이제 그만 어린이집에 가자고 말했다. 나는 목을 잡고 목이 너무 아파서 계속 말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채니는 알았다는 듯 종이를 가져다가 칠판에 붙였다. 그러더니 중장비 세 대를 챙겨왔다. 어린이집 가방에 담아 가겠다고 하는 통에 현관 앞에서 실랑이가 있었다. 결국 채니는 모두 세 가지 장난감을 모두 가지고 갔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주로 자기 말만 하는 편. 가방에 장난감을 모두 넣더니 씩 웃는다. 만족스럽다는 듯 신발을 신고 먼저 앞장섰다.
오늘은 수업하는 날이다. 보통 채니가 어린이집에 아홉시 십분에서 삼십분 사이에 간다. 오늘은 수업이라 평소보다 서둘렀다. 보내놓고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빨리 채니를 보내야 마음이 편하다. 아홉시 전에 집을 나섰다. 채니는 집 밖을 나가자마자 안아달라고 했다. 나는 짐이 많고 무거우니, 현관에 가서 안아주겠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앞으로 다가간 채니. 나를 보더니 눌러눌러라고 말한다. 나는 눌러라고 말하자 까치발을 들고 버튼을 눌렀다. 현관에 가서 채니를 안아 어린이집으로 갔다. 보내 놓고 오는 길, 발걸음이 가볍다. 안고 갈 때와 다르다.
집에 와서 물 한잔 마셨다. 잠깐 나갔다 오는데도 등이랑 배에 땀이 났다. 예전에는 땀을 잘 흘리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 땀이 잘 난다. 임신 이후로 더 그런 거 같기도. 특히 배에. 물이 흐르듯이 땀이 흐른다. 물을 두 잔 연달아 마셨다. 수업할 때 말 많이 한다. 중간중간에도 물을 먹지만, 하기 전에 마시면 더 좋다. 하는 중에 갈증도 덜 나고.
강의 파일 켜고, 어제 준비했던 것 다시 한번 확인해 봤다. 줌도 켜서 이상 없는지 점검해 보고. 알람 맞췄다. 시간 맞춰 링크 보내주려고.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간단하게 스트레칭했다. 목도 풀고. 옷도 갈아입었다. 줌 링크 카톡으로 보내놓고 나도 책상 앞에 앉았다.
접속자가 생기면 알람 소리가 울린다. 딩동 소리가 났다. 나는 수강생을 맞이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근황 이야기를 시작했다. 입장한 수강생 얼굴이 밝아 보였다. 잠을 잘 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밤이 뒤바뀌었다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얼마 전까지 줌 화면에서도 얼굴빛이 좋지 않은 게 느껴졌다. 이야기를 해보니 역시 뒤바뀌었던 수면 패턴을 돌리고 있었다. 수업도 진행했다. 준비했던 내용 말하면서 대화 주고받았다. 어제 있었던 일로 글도 써보고, 주제도 잡아보고. 내가 배운 글쓰기 방법, 그리고 내가 해본 것들을 가지고 시연도 보인다.
이은대 작가 자이언트북 컨설팅 수업에서도 시연이 핵심이다. 인터뷰를 통해 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 라이팅 코치로 활동을 시작하게 될 때는 시연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다. 이은대 작가처럼 능숙하게 할 수 있을까가 걱정됐다. 글쓰기 배우면서 시연을 보는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나도 내 수강생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강의 연습도 하지만, 시연 연습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어쨌든 뭐라도 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하니까. 지금도 부담이 안된다면은 거짓이겠지만. 전만큼 부담스럽지는 않다. 반복하다 보니 마음이 좀 편해진 것 같고, 나름 방법도 터득했기 때문이다. 계속 공부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
점심에 A와 같이 집 근처 식당에 갔다. 밥이 맛있는 집이다. 뷔페식 식당이다. 찬이 여섯 가지 정도 나온다. 국도 있고. 가끔 한 번씩 간다. 지난주는 채니가 여름방학이라 못 갔다. 이 주만이다. 오늘은 어떤 반찬일까 궁금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집에서 육분 정도 거리인데, 삼분같이 느껴졌다.
식당 들어가서 종업원에게 인사하고, 계산했다. 배식대로 가서 식판을 꺼내고 수저를 챙겼다. 열무김치, 감자조림, 갈치구이, 버섯나물, 미역국, 도토리묵 등 지금 생각나는 것들. 눈으로 훑어보고 침이 나왔다. 밥통을 얼른 열어 한 주걱을 펐다. 반찬들도 퍼담았다. 자리를 잡고 앉아 밥을 먹었다. 역시나 맛있는 집. 먹고 있자니 사장님이 나왔다. 사장님은 이모 친구. 그래서 알게 되기도 했고. 인사를 했더니 휴가 잘 다녀왔냐고 물었다. 지난주 채니 방학으로 밥 먹으러 오지 않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
밥 다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이모 친구, A, 나 셋이서 수다 떨었다. 건강, 날씨, 경제, 세금, 휴가, 자녀 등등. 이모 친구는 명리학 배우러 다닌 지 일 년 정도 됐다. 사무실 한쪽 바닥에도 공책이 여러 권 있었다. 그중 노트 한 권이 펼쳐져 있었는데, 지난주 배운 것 복습하고 있던 중이라고 하셨다. 어쩌다 보니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평소에 관심이 있기도 했다고.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서 식당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때 사주카페 같은 것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배우고 있는 선생님이 유명하고, 깊이가 있는 스승이라고 했다. 여덟 가지 글자 안에 인생이 들어있어 매력을 더 느끼게 됐다고. 삼 년 정도 공부하면 잘 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본인 스승이 말해줬다고, 재능이 있다고 했다며 좋아하셨다.
말 나온 김에 연습도 할 겸 A 사주를 봐주시겠다며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를 물었다. 노트에 적으면서 이모 친구는 말했다. 내가 한 번에 여덟 개를 쫙 보고 내용이 떠오르지는 않아. 지금 볼 수 있는 것만 말해줄게. 하지만 나중에 더 공부하고 나면 잘 말할 수 있을 거야. 이게 풀이가 중요하더라고. 얼마나 깊이 있게 설명해 주는지가 중요한데, 공부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야라고 말했다. 보이는 대로 말해주는 A의 사주 신기하게 맞는 것들이 있었다. 고풍적인 것을 좋아하고, 열정 있는 스타일이고 등등. A는 화고 나는 물이어서 둘이 합도 괜찮다는 말도 해줬다.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이모 친구는 내가 식당에서 볼 때마다 공책 펴놓고 공부하고 있었다. 주말에도 뭐 했냐고 물어보면 명리학 공부했다고 했고. 주중에도 식당일 마치고 집에 가서도 공부하다가 잔다고 했다. 잠자는 시간도 줄이셨다고.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서 깨달았다. 반복은 성장의 핵심이 된다는 것을. 채니는 반복적으로 나에게 캐릭터 이름을 물으며 성장하고 있다. 매일 궁금한 것이 많은 채니. 성장하려면 알아야 하니, 반복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걸 지나쳤다. 라이팅 코치로서 나 역시 마찬가지다. 시연에 대한 부담감은 결국 반복연습을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여전히 부담감은 가지고 있지만, 전처럼 막연한 부담과 공포가 아니다. 명리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모 친구도 마찬가지. 잘 모른다고 해주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도 연습할 겸 한 번 봐볼 까라며 가볍게 행동하는 태도. 그리고 틈날 때마다 공부하는 것까지. 성장의 밑바탕엔 반복이 있다. 나의 반복도 마다하지 말아야겠고, 채니의 반복에도 기꺼이 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