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차량등록을 왜 안 해놨어"
전화를 받자마자 들린 소리. 말이 없길래라고 말하고 얼른 차량 등록을 했다. 아까 온다고 하지 않았냐고 A는 말했다. 대체로 출발할 때 연락을 했기 때문에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아파트 입, 출입 시 사전 등록을 해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오거나, 앱에 미리 저장해둬야 한다.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핸드폰에서 앱을 켰다. 등록했다. 한 1~2분 흘렀을까. 다시 전화가 왔다. 등록 안 하고 뭐 하냐고. 나는 바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앱을 다시 열어 확인했다. 분명 있다. 뭐가 잘 못됐나 싶어서 다시 등록했다. 전화가 툭 끊겼다.
나도 일전에 단지 기계 앞에서 바로 등록해 본 적 있다. 차가 대기하던 중 입력하자마자 차단기가 올라갔다. 입력했으니 바로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안됐나 보다.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미리 등록 안 해둔 것도 맞다. 짜증을 내니까 기분이 잡쳤다.
방금 글쓰기 수업 들으면서 마음이 좋았다. 수업에서 감정에 대한 이야기 나왔다. 내가 기분이 평온한 상태일 때. 다른 사람에 의해서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많은 연습도 필요 없다고 했다. 수업내용이 떠올랐다. 굳었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아프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아프니까 좀 쉽게 짜증 날 수 있지 싶었다. 걱정은 하되, 짜증을 내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나도 욱했던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집에 오자마자 옥수수를 내려놓더니, 간다고 한다. 얼굴도 안 좋아 보였다. 이렇게 아프면 오지 말지, 내가 가도 되는 걸 뭐 하러 무리했냐고 했다. 온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그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후문에서 열리지 않아, 정문으로 돌아갔다. 정문에서도 마찬가지. 비번을 치려는데 몰랐고. 나는 등록을 했다고 하는데 열리지는 않고. 차단기가 열리지 않으면서 경비 아저씨가 뭐라고 했나 보다. 요즘 보니 경비 아저씨는 절대 열어주지 않는다. 그냥저냥 하고 열어줬다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뭐 그랬던 거 같다.
얼마 전, 아팠다.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렸다. 약을 먹어도 듣지 않았고. 그날 일정이 있었는데, 갈까 말까 고민했다. 울렁거리는 속. 꾸역꾸역 갔다. 다음날 더 중요한 세미나가 있었는데. 결국 못 갔다. 전날 무리가 됐기 때문이다. 스스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누군가도 내가 응당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못 왔는지에 대해 몇 차례 이야기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내 스스로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의미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온다고 했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데 안 올 수가 없었다는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다른 사람의 기대, 혹은 스스로 기대하는 바에 부응한다는 건 뭘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날을 세우고 긴장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 마치, 오리가 물 위를 평온하게 떠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 밑에서는 엄청난 발길질을 해대는 것처럼. 이제는 물 밖에서만 평온하게 보일 게 아니라, 물 안에서도 허우적대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물속에 있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