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을 느끼고 싶다면

by 서한나

채니 데리고 계곡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남편. 근처에 열두 개울 계곡에 가보기로 했다. 얼마 전 식사하러 근처에 갔다가, 계곡에서 사람들이 놀고 있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그린달이라는 카페로 가기로 했다. 블로그 포스팅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계곡이 있어 발 담글 수 있다고 했다. 채니 낳기 전에 한 번 가본 적 있다. 그때는 아래가 계곡인 줄은 알았지만, 보지는 못했다. 그냥 분위기 좋은 카페로 알고 갔다. 네이버에도 나오니까. 해질녁 도착했다. 주차를 하고 나오니, 정원에 주황색 알전구가 가득했다. 따뜻한 느낌. 마음도 편해졌다. 통 유리창 너머로 카페 안이 보였다. 사람이 가득 차있었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그냥 나왔던 기억이 있다.


주차장이 만 차였다. 일전에 갔을 때는 몰랐는데 제2주차장도 있었다. 주차를 하고 카페로 갔다. 카페 건물 앞으로도 작은 정원이 있고, 테이블이 여럿 놓여있었다. 테이블마다 사람들이 자리를 맡아둔 곳도 있고,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비어있는 테이블 있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문하는 사람들이 대여섯 명은 되는 것 같다. 나도 그 뒤에 줄 섰다. 남편과 채니는 자리에 앉아있고. 통 유리창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물놀이를 하려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상대적으로 카페 안은 사람이 적었다. 밖은 북적였으나, 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옆 테이블과 자리가 가까웠다. 좀 있다 보니 다른 창가에 옆 테이블과 자리가 먼 자리가 났다. 거기로 자리를 옮겼다. 옮겨 앉아 기다리고 있으니 우리가 주문한 음료가 나왔다. 진동벨을 가지고 있던 채니. 진동이 울리며 소리가 나자, 됐어요라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편이 진동벨을 가지고 가려고 하자 자기도 같이 가겠다고 했다. 남편은 채니를 안고 픽업대로 갔다. 나는 통유리창으로 보이는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쟁반에 담긴 음료와 빵. 나는 채니를 의자에 앉혔고, 남편은 그 사이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뒀다. 뽀로로 음료를 들어서 뚜껑을 땄다. 채니는 이게 누구 거냐고 물었다. 나는 채니 거라고 대답해 줬더니, 채니가 웃었다. 양손을 만세 하듯이 들더니 얼른 달라고 했다. 나는 뚜껑을 닫아서 채니에게 건넸다. 채니는 음료 통을 들고 고개를 뒤로 젖혀가며 마셨다. 내가 주문한 딸기 라테. 아래 청이 깔려있다. 빨대로 휘적거려서 음료를 섞었다. 한 모금 죽 빨았다. 달다. 아직 청이 덜 섞였다. 몇 번 더 휘저어서 먹었다. 각자 주문한 음료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페를 나와 아래 계곡으로 가보려고.




카페 한쪽으로 가니 계곡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남편은 채니를 안고, 나는 뒤따라서 걸어내려갔다. 오십여 명 넘게 있었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가족끼리 계곡에 많이 놀러 갔다. 강에도 가고. 여름마다 어디를 갈지 물어보고 좋아했던 기억 있다. 아빠가 투망 질해서 잡은 고기도 먹고. 그래서인지 계곡 풍경이 익숙했다. 채니는 계곡이 처음이다. 남편이 같이 들어자보자고 했더니 안아달라며 바짓가랑이를 붙들었다. 채니를 안고 남편이 계곡에 발을 담갔다. 남편은 채니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그랬더니 조금 있다가 채니가 내려와서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굳어있던 표정도 풀리더니, 웃기 시작했다.


우리 옆쪽에 있던 할머니는 손주들과 같이 온 것 같았다. 채니를 보더니 돌멩이 하나를 건네줬다. 돌멩이에 여러 가지 색이 있다며. 채니는 돌멩이를 받아들었다. 손으로 몇 번 만져보더니, 계곡물에 던졌다. 할머니는 채니를 보고 웃었고, 남편은 당황한 듯 채니에게 말했다. 할머니가 주신 건데 던지면 어떻게 하냐고. 남편은 얼른 물에서 돌을 건졌다. 그 돌을 건져낸 게 난 더 신기했다만. 채니에게 쥐여주자 채니는 다시 던졌다.


나는 물에 들어가지 않고 그 근처 자갈밭에서 둘을 보고 있었다. 어릴 때 생각이 났다. 어느 계곡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산에서부터 내려오는 물살이 세다. 내가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사촌 동생들은 계곡물살을 이용해서 미끄럼틀처럼 물살을 타고 내려갔다. 나도 하고는 싶었지만,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빠. 같이 손을 잡고 계곡 물 안으로 들어가줬다. 물살이 센 포인트까지 같이 가줬다. 아빠는 손을 놓으면 물살에 따라 내려갈 거라 말해줬고. 아빠 말에 따라 부여잡고 있던 큰 바위에서 손을 뗐다. 물살에 쓸려 내려갔다.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허우적대자 아빠는 나를 잡아줬다. 그때는 지금처럼 물놀이할 때 구명조끼가 흔한 시절은 아니었다. 무섭지만 재미있었다. 한번 해봤더니 두 번째는 그리 겁나지 않았다. 몇 번이나 연달아 물살 미끄럼틀을 탔다.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나는 바지를 걷어 올렸다. 신발은 샌들이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발끝에 물이 닿았다. 차가웠다. 생각보다 차가워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발목까지 물에 잠겼다. 조금 있다 보니 차던 물은 익숙해졌다. 시원하다고 느껴졌다. 남편과 채니가 있는 곳으로 걸어들어갔다. 채니는 나를 보더니 엄마라고 말했다. 나에게 손을 뻗어 같이 손을 잡았다. 채니는 내 손을 잡고 방방 뛰었다.




채니에게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 한 남편. 우리 아빠도 그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계곡에 들어갈 때 채니는 주저했다. 남편의 모습을 보더니 이내 채니는 용기를 냈고, 계곡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굳었던 표정은 풀렸고, 계곡 안에 있는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누구나 처음을 두려워한다. 계곡에 발을 담그는 채니 그리고 어린 시절의 나처럼. 하지만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한발 내딛는 순간, 웃음이 시작된다. 두려움을 넘어서야 즐거움도 있는 법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기꺼이 위로자 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