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떠졌다. 팔에 찬 갤럭시 핏부터 확인했다. 일곱시에 수업이 있는데. 전날 늦게 잤다. 자면서도 걱정이 됐다. 혹여나 일어나지 못할까 봐. 여섯시 오십칠분. 한숨을 몰아쉬었다. 일어나서 공부방으로 갔다. 기지개를 켜면서. 의자에 앉아 노트북 전원 버튼을 눌렀다. 컴퓨터가 켜졌다. 손가락을 전원 버튼에 가져다 댔다. 지문인증이 되고, 화면이 켜졌다. 카카오톡부터 들어갔다. 강의 링크를 전달받기 때문이다. 줌에 접속했다. 이미 수업은 시작됐다. 삼사분 정도가 지난 시간. 이은대 작가 목소리가 들렸다. 수업 시작 전 오프닝 중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 다시 방으로 왔다. 수업을 듣고 있는데, 화면에 인터넷 연결이 불안정하다고 떴다. 이은대 작가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렸다. 화면이 멈추고. 왜 그런지 몰랐다. 우선 줌을 나갔다. 모를 때는 껐다가 다시 하는 게 상책이다. 다시 링크를 접속했다. 줌 프로그램이 멈췄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창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컴퓨터를 재부팅했다. 줌에 접속했다. 연결은 여전히 불안정하다고 떴다. 핸드폰 전파처럼 몇 칸 뜨는지 나오는데 그 부분이 노란색이었다가 빨간색이었다가 계속 바뀌었다. 그래도 접속은 됐고. 이은대 작가 말은 들리니 그냥 앉아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중간쯤 들었을 때 채니가 깼다. 나에게 왔다. 나는 채니를 안고서 수업을 들었다.
수업을 더 듣고 있자니 남편이 깨서 나왔다. 남편은 어제오늘 아침에 감자 샐러드 빵을 만들어 먹겠다고 했다. 재료를 준비해둔 상태. 나는 수업을 듣고, 남편은 샐러드 빵을 준비했다. 남편은 감자를 삶았다. 채니는 부엌에서 달그닥거리는 소리가 나니 안겨있다가 남편에게 갔다. 무슨 소리지라고 하면서. 가서 참견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남은 시간은 수업을 편하게 들었다.
수업 끝나고 나갔더니 남편이 감자와 계란을 삶아둔 상태였다. 오이를 썰려고 칼을 들었길래 내가 하겠다고 했다. 남편은 산도쿠 식도 작은 것을 들고 있었다. 나는 칼통에서 식도를 꺼냈다. 남편이 쓰는 칼이 마음에 안 들었다. 서로 편한 칼이 다른 거니까. 오이를 절반 갈랐다. 채 썰었다. 그릇에 담아 소금을 쳤다. 양파도 잘랐다. 사각 썰기를 했다. 그릇에 옮겨 넣었다. 물을 채워서 아린 맛을 뺐다. 남편은 그 사이 감자와 계란 껍데기를 벗겨서 볼에 담아 으깼다. 남편은 절여진 오이를 양손으로 꽉 쥐었다. 오이에서 물이 떨어진다. 양파 담아졌던 그릇은 채반에 엎었다. 아래로 물이 떨어졌다. 채반을 털었다. 오이와 양파를 볼에 넣었다. 마요네즈를 넣어서 섞었다. 나는 후추와 머스터드도 같이 넣는 것을 좋아한다. 채니가 매워서 먹을 수 없으니 마요네즈만 했다. 남편은 식빵을 한 장 꺼내서 접시 위에 올렸다. 한쪽에 내가 만든 블루베리잼 바르고, 감자샐러드를 듬뿍 올렸다. 식빵 한 장을 더 꺼내서 빵을 덮었다. 칼로 썰었다. 네 조각을 내서 채니에게 한 접시를 줬다. 나에게는 머스터드도 같이 바른 빵을 줬다. 채니는 잘라주더니 나는 통으로 주길래 남편에게 말했다. 애정이 식었다고. 나도 채니처럼 잘라서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남편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통으로 먹어야 더 편하지 않냐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말했다. 잘라진 게 더 편하다고.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채니는 옆에서 나에게 한마디 했다. 얼굴을 찡긋거리며. 엄마는 어른이니까 그냥 먹어야지. 나는 말했다. 엄마도 작게 먹는 게 좋다고.
샐러드 빵을 먹은 우리는 각자 준비를 했다. 남편과 채니는 나가려고. 나는 강의 녹화를 하려고. 강의 녹화해서 보내야 한다. 내일이 마감일. 강의 자료는 며칠간 틈틈이 만들었다. 오늘은 녹화일. 남편에게 미리 말해뒀다. 남편은 며칠 전부터 채니와 함께 어디를 갈지 찾아보는 듯했다. 내가 집에서 녹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해가 되니까. 남편이 피해준다고 했다. 녹화를 하려면 아무래도 문을 잠그던지, 조용한 환경에서 해야 하니 남편의 배려였다. 혼자 있어야 집중하기 좋으니까. 나는 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전의 일도 생각났다.
온라인으로 수업한다. 수업하기 전, 채니에게 이야기한다. 엄마 수업해야 하니까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채니는 자기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한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 경우 많다. 그럴 때는 채니랑 같이 듣는다. 그러니 채니가 같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는 말한다. 엄마가 수업을 들을 때는 상관없지만, 수업을 할 때는 다르다고. 칭얼대며 우는 채니. 어르고 달래서 남편에게 넘겨준다. 엄마 이제 문 잠근다는 말도, 아빠랑 조금 놀고 있으면 엄마가 곧 올 거라는 것도 빼놓지 않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들리지 않는 거 같다. 나도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하며 운다. 우는 아이를 두고 방으로 와서 문을 잠근다. 수업을 하다 보면, 채니가 와서 문을 두드리며 나를 부른다. 자기도 같이 하고 싶다며. 처음 문을 두드리던 날, 등 줄기에서 땀이 흘렀다. 입이 떡 벌어졌다. 하던 말을 버벅댔다. 그간은 잘 떨어졌는데 왜 그런가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가 우는소리가 혹여나 들릴까 싶기도 하고. 수업을 마칠 때까지 한 삼십분은 문밖에서 두드리며 운거 같다. 문밖에서 남편 목소리도 들린다. 채니에게 이말 저말 하면서 달래는 목소리. 안아주겠다고도 하고, 장난감에 책에 여러 가지 미끼(?)를 던져보지만 통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공지사항을 하고, 다급하게 줌을 껐다.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 걸어갔다. 방문을 열고, 허리를 숙여 앉았다. 채니는 나를 보자 안겼다. 나는 채니 얼굴을 보면서, 손으로 눈물을 닦아줬다. 왜 이렇게 울었냐면서. 채니는 눈물을 그쳤다. 얼굴이 빨개져있었다. 몸도 뜨거웠다. 그때 이후로 문을 잠그는 걸 싫어했다. 강의할 때마다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었다.
둘이 나간 집. 시끌벅적했는데, 조용해졌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다. 나는 다시 한번 강의 자료를 훑어봤다. 컴퓨터를 켰다. 아침에 줌이 버벅거렸는데 괜찮을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줌 접속해서 연습 삼아 한 번 녹화해 봤다. 오프닝 멘트했다. 영상 봐야 하는 것 있어서 재생해 봤다. 녹화 종료를 눌렀다. 줌 회의를 마쳐서 저장된 녹화 확인해 봤다. 녹음해도 될 것 같았다.
해야 할 강의 자료 피피티로 띄우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인사를 하고, 내 소개를 했다. 저번에 한번 해봤을 때 잘 안됐던 부분 체크해둔 것 다시 떠올리며 녹화를 이어갔다. 삼십분씩 여섯 번 녹화를 했다. 삼십분이 넘기도 하고 조금 덜되기도 했다. 어쨌든 상관없다. 기준 시간에 맞췄으니까. 강의 종료 멘트를 하고, 녹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마우스 옆에 있던 물 잔을 들이켰다. 머리가 띵하다.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인듯했다. 한숨도 내쉬고 기지개도 폈다. 열두시쯤 시작한 녹화. 네시 이십분쯤 끝났다. 중간에 밥을 먹을까 했는데, 빨리 끝내는 게 좋겠다 싶었다. 삼십분에 한 번씩 쉴 때마다 물만 들이켰다. 말을 많이 하니 갈증이 났다. 강의 하나 끝났을 때는 상투 과자 몇 개 집어먹었다. 배고픈지 모르고 했다. 끝나고 나니 허기가 밀려왔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녹화를 끝냈다고. 남편은 아이와 함께 박물관에 갔고, 곧 관람이 끝난다고 했다. 만나서 저녁 같이 먹기로 했다. 남편이 집으로 왔다. 이런저런 얘기 하다가 친정에 가기로 했다.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저녁 준비해 주신다고 했다. 엄마와 아빠는 밖에 일보러 나왔다가 저녁을 사 먹고 집에 들어가는 길이라고. 나는 귀찮게 뭘 준비하냐고, 가서 챙겨 먹겠다고 말했다. 엄마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와서 언제 해먹을 거냐며, 금방 만든다는 말. 알겠다고 하고 출발했다.
친정에 도착했다. 차 대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빠가 창밖으로 우리를 내다봤다. 나는 현관으로 들어섰다. 엄마가 날 보더니 문 앞으로 나왔다. 채니는 잠들어서 남편이 안고 내 뒤를 따라왔다. 가방을 내려놓고 주방으로 갔다.
엄마는 아직 밥이 덜됐다고 했다. 밥솥을 보니 칠분 남았다고 쓰여있다. 금세 된다며, 반찬을 가지러 냉장고로 간 엄마. 엄마의 뒷모습이 분주해 보인다. 딸내미 온다고 또 부랴부랴 만들었을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괜히 볶아놓은 고기 향이 좋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오늘 강의 녹화한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엄마는 식탁에 앉아 말하고 있는 나를 쳐다보며 반찬을 덜어서 식탁 위에 올려뒀다. 고생했겠네라는 말이 다정하게 들렸다. 이 정도 고생이야 누군들 안 하겠냐만 괜히 엄마 앞이라 힘들었다는 둥, 한 번 했다가 시간을 못 채워서 다시 했다는 둥 이런저런 말 해본다. 엄마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 사이 밥이 됐다. 맛있는 밥이 완성됐다는 멘트가 밥솥에서 나온다. 그 말에 군침이 돌았다. 식탁에도 반찬이 대여섯 개, 제육볶음까지 차려졌다. 나와 남편은 식사를 했다. 채니는 자고 있어서 방에 눕힌 후였다. 엄마 밥이 제일 맛있다며 밥을 두 번이나 더 먹고, 반찬 그릇까지 싹싹 비웠다. 아팠던 머리가 낫는 것 같았다. 엄마는 웃었다. 더 먹으라며. 이미 세 그릇째라고 말해줬다. 엄마 밥이 제일 맛있다고 나는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식탁을 치우고, 그릇은 식기세척기에 넣었다. 세제를 넣었다. 전원 버튼을 켜고 시작을 눌렀다. 문을 닫자,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가 났다.
내가 문을 잠그고 온라인 수업을 하던 때, 우는 채니를 달래줄 수 있는 것은 나였다. 녹화강의를 마친 후, 온몸에 긴장이 풀리고, 힘이 나지 않는 순간. 엄마의 밥상이 위로가 되었다. 채니에게 유일한 위로자가 나였던 것처럼, 나에게도 엄마가 그랬다. 삶은 누군가에게 힘을 주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힘을 받는 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기꺼이 위로자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도 위로가 필요한 순간, 도움의 손을 잡을 수 있을 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