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글을 쓰는데 팔에서 진동이 울렸다. 얼마 전 남편이 갤럭시 핏을 사줬다. 다른 알람은 꺼뒀지만, 전화가 오는 것은 알람으로 설정해뒀다. 쓰다 말고 고개를 돌려 갤럭시 핏을 찬 팔을 봤다. 동생이다. 아침부터 무슨 일인가 했다. 안 그래도 조금 있다 만나기로 해서, 나도 전화를 할 참이었는데. 어제 이케아를 가기로 약속했다. 가자고 하니까 별달리 생각 없었다. 광복절. 남편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했다. 나 혼자 집에서 채니와 있어야 하니, 어디든 나가면 좋다.
전화를 받으니 동생은 말했다. 다른 일정이 생겨서, 이케아를 가지 못할 거 같다고. 다른 날 가자고 했다. 알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평일에 충분히 갈 시간을 낼 수 있는데, 사람 많을 게 예상되는 공휴일에 가야 해서 바꾸자고 할까 하다 말았던 참이었기 때문에.
이케아 갈 약속 잡기 전에는 채니와 함께 타요 키즈카페에 가려고 했다. 요즘 채니가 대근육이 발달하는지, 집에서 가만히 있질 않는다. 침대 위에서 뛴다. 헤드를 잡고서 방방 뛰듯이. 내려오라고 해도 나를 쳐다만 보고 웃는다. 내가 손짓을 하거나 말이 많아지면, 더 빨리 뛰어댄다. 소파는 점프대다. 소파 위에 서서 혼자 하나, 둘, 셋 외친다. 그리고 점프라고 말하면서 뛰어내린다. 바닥에 매트가 깔려있어 망정이다. 뽀로로 노래 중에 침대에서 뛰면 머리 쿵 해요라는 노래가 있다. 원숭이 다섯 마리가 침대에서 뛴다. 한 마리씩 떨어져 머리가 쿵 한다는 내용이다. 의사선생님은 침대에서 뛰면 머리 쿵 해요라고 말한다. 채니는 소파에서 뛰어 바닥으로 착지하면서, 머리 쿵 해요라고 말한다. 장난기가 가득하다. 말해도 소용이 없다. 그만하라고 하면 이제 빨래건조대로 간다. 정글짐 삼아 올라간다. 양손으로 빨래 건조대를 잡고 방방 뛴다. 건조대가 휘었다. 나사도 다 돌려서 빼놓고. 난리다. 살림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다. 집에서 뛰는 것보다 키즈카페가 나을 것 같았다. 가서 힘 빼고, 점심 먹고 올 생각이었다. 와서 낮잠 자면 맞으니까.
원래의 계획대로 하기로 했다. 네이버 앱을 켰다.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입하고 가면 천오백 원인가 저렴하다. 타요 카페를 검색하고, 티켓을 샀다. 공휴일이라 평일보다 몇천 원 더 비싸다. 두 시간이 기본. 나랑 채니 거를 구입했다. 결제를 했다. 구입하자마자 알람이 울린다. 예매가 됐다고.
채니와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남편이 결혼식장 갈 때맞춰서 같이 따라나서기로 했다. 그래야 이동이 편하니까. 남편과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 채니는 타요타요라고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레스큐 타요도 틀어달라고 하고. 남편은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노래를 틀어줬다. 가는 길. 비가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오분도 안 돼서 앞이 보이지 않게 비가 내렸다. 장마 비처럼. 원래는 길가에 정차하고 내리려고 했다. 우산도 없고 비가 많이 내려 주차장에서 내렸다. 채니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키즈카페 앞으로 갔다.
키즈 카페 카운터는 타요 버스다. 채니는 타요 버스를 보고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나는 카운터에 가서 예약했다고 말했다. 점원은 이름과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불러달라고 했다. 예약 내역이 확인됐다. 자동문이 열렸다.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채니는 나에게 얼른 신발을 벗겨달라고 했다. 나는 허리를 숙여 채니 신발을 벗겨서 카페 안으로 채니를 밀어 넣었다. 나도 신발을 벗었다. 받은 사물함 키를 확인했다. 자리로 가서 사물함을 열고 신발과 가방을 넣었다. 문을 닫고 열쇠를 잠갔다. 주머니에 열쇠를 넣었다. 채니는 안으로 빨리 들어가고 싶어 했다. 내가 뒤따라 오는 것을 보더니 혼자 뛰어갔다. 나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채니를 뒤따라갔다.
키즈카페에는 두 팀 있었다. 열리자마자 들어와서 그런지 사람이 없다. 채니는 계단을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탔다. 나는 뒤따라 다녔다. 방방도 타러 가고, 편백방에도 가고. 채니가 가는 곳을 뒤따라 다녔다. 키즈카페에 거의 일 년 만에 왔다. 그 사이 채니가 커진 게 느껴졌다. 저번에 왔을 때는 잘 놀지 못했다. 채니가 날 따라다녔다. 반대가 됐다. 한 시간 정도 채니랑 놀았다. 안내 방송이 나왔다. 카트 타는 시간. 카트 존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라는 내용이다. 편백방에서 놀고 있었다. 편백방은 카트 존이랑 가장 가깝다. 채니가 카트 타는 것 좋아한다. 방송 듣자마자 나는 채니를 안고 나갔다. 첫 번째로 줄을 섰다. 그 사이에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열 팀은 넘는 거 같았다. 예닐곱 명 정도가 줄을 섰다. 첫 번째로 카트에 탔다. 채니는 핸들을 돌리는 걸 좋아한다. 내가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 핸들을 내가 같이 잡아야 조종이 되니까 같이 잡아야 한다고 했다. 엑셀도 자기가 밟겠다고 해서 안된다고 했다. 핸들만 연신 돌려대는 채니. 트랙을 세바퀴 돌았다. 이용이 끝났다. 채니는 차에서 내려서 나와 같이 트랙을 나왔다.
카트를 타고났더니 흥미가 떨어진듯했다. 매점으로 가서 과자와 음료를 사 먹으면서 쉬었다. 채니는 요즘 자기의 먹는 것에 다른 사람이 손대는 걸 싫어한다. 과자라도 하나 먹으려 치면 안 된다며 소리를 지른다. 그럴 때 나눠 먹자거나, 하나 먹을 수도 있지라고 말하면 통하지 않았다. 어쩌다 내가 산 거라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바로 수긍했다. 좋아 먹으라고 말하면서. 그 뒤로 뭔가 나눠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묻는다. 누가 산 거냐고. 내가 샀다거나 아빠가 샀다고 말해주면, 먹던 걸 나눠준다. 채니 과자 주면서 엄마도 하나 먹어도 되냐고 했더니, 누가 샀냐고 물었다. 내가 샀다고 하니까 응 먹으라고 말해줬다. 같이 나눠 먹다가 편백방에가서 좀 놀았다. 두 시간이 다 되어가기도 하고, 채니가 졸린지 흥미를 잃은 거 같아 짐을 챙겨 나왔다.
타요 키즈카페는 백화점에 있다. 식당가로 갔다. 어디서 먹을까 둘러보다 보니 돈가스 집이 사람이 없었다. 채니랑 조용히 먹기 좋을 거 같아서 들어갔다.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았다. 메뉴를 보니 등심과 안심이 같이 있는 메뉴가 있었다. 그걸 주문했다. 종업원은 아기 식기, 포크, 가위를 가져다줬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미리 가져다준 가위로 돈가스를 잘랐다. 채니가 한 입에 먹기 좋을 크기로. 자른 돈가스를 포크로 찍었다. 호호 불어서 채니를 줬다. 채니는 입을 벌리고 돈가스를 받아먹었다. 입을 앙다물고 오물오물 씹는다. 좀 뜨거울 법도 한데, 아무 말 없다. 맛있다는 뜻이다. 자기 마음에 내키지 않으면 바로 뱉어버린다. 채니 먹는 동안 나도 먹었다. 채니 한 입, 나 한입 번갈아 가면서 먹었다. 먹다가 중간쯤 되었을까. 채니는 나에게 안겨서 먹고 싶다고 했다. 졸려서 그런 거 같았다. 왼팔로 채니를 안았다. 오른손으로 젓가락질을 해야 하니까. 먹다가 채니가 잠이 들었다. 눕혀볼까 했더니 깨서 칭얼댔다. 잠든 채니를 안은 채로 마저 식사를 했다.
음식을 다 먹고 나왔다. 후문 쪽으로 가면 택시를 탈 수 있다. 없으면 카카오택시를 호출할 생각이었다. 후문 출입구에 가서 밖을 내다보니 택시가 있다. 비도 멈춰서 다행이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왔다. 잠든 채니를 방에 눕혔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물도 한잔 마시고, 한숨 돌렸다. 남편에게 집에 왔다고 톡 보냈다. 남편은 아직 식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돌아오는 일요일까지 제출해야 하는 강의 교안이 있다. 강의가 두 개다. 하나는 강의 자료를 완성했다. 다른 하나는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다. 채니 자는 동안 하면 좋을 거 같아서 컴퓨터를 켰다. 자리에 앉았다. 목차 메모해놓은 것 보면서 강의 교안 만들었다. 한 시간쯤 만들었을 때, 채니가 깼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대답을 하면서 공부방에서 나갔더니 채니가 나에게 와서 안겼다. 채니는 아직 잠이 깨지 않은듯했다. 방으로 데려가서 눕히고 토닥였더니 다시 잠이 들었다. 나도 졸려서 채니 옆에서 한숨 잤다.
우리가 자는 사이, 남편이 집에 왔다. 나는 자다가 더워서 깼다. 에어컨을 켰다. 채니는 자고 있길래 깨우지 않았다. 채니가 자는 사이 피피티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몇 장 더 피피티를 만들고 있자니 채니가 깼다.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저장을 해두고,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껐다. 저녁시간이 되어 식사를 준비하고, 다 같이 먹었다. 식사 이후 나는 강의 자료를 더 보완했다. 오늘 밤까지는 완성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강의자료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엄마로, 강사로 오늘 하루 종일 마음이 분주했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키즈카페를 가고, 같이 식사를 하고. 잠든 채니를 안은 채로 식사를 했다. 집에 돌아와서 채니가 잠든 틈을 타 강의 자료를 작성했다. 채니가 잠든 밤, 자료를 완성했다.
하나의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역할을 끊임없이 번갈아가며 해야 한다. 소규모 극장에서 연극을 본 적 있다. 흔히 멀티맨이라고 불리는 일인 다역을 하는 배우. 혼자서 대여섯 가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규모가 작은 연극일수록 멀티맨의 역할이 커진다.
어떤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그 역할을 해야 하는 때에는 그것에만 충실해야 한다.
채니가 혹여나 깰까 싶어 저소음 키보드로 바꿔가며 강의자료를 만들 때, 나는 강사였다. 나를 부르는 채니를 품에 안고 다독일 때, 나는 오직 엄마였다. 모든 역할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저 내 무대에서 멀티맨으로 충실하게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