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옆에 앉아 있다가 내 팔을 툭하고 쳤다. 오리 털 잠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둔탁하게 들린다. 그 소리에 눈이 떠졌다. 교회 예배시간. 예배당에 앉아서 졸았던 것. 남편은 나에게 피곤하냐고 묻더니 자기에게 기대라고 말했다.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다시 펜을 꽉 쥐었다. 노트에 글씨는 꼬불꼬불 지렁이가 춤을 추고 있었다. 내가 써놓고도 뭐라고 쓴 지 몰라 그냥 지웠다. 그 뒤로도 몇 번 눈을 감았다 떴다. 상모는 돌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눈을 뜰 때마다 글씨는 꼬부랑거렸고, 일부는 지워져있기도 했다. 듣는 둥 마는 둥 예배가 끝났다.
채니는 며칠 전부터 상어가 보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몇 번 검색해 보더니 일산 아쿠아플래닛에 가자고 했다. 작은 교회 모임이 방학기간이라 예배 마치고 바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무교인 남편이 교회에 따라나선 것. 교회 마치고 나서는 길. 채니는 낮잠 시간이라 타서 얼마 안 돼 잠들었다. 가는 차 안이 조용하다. 채니가 깨어있었다면, 노래를 들었을거다. 레스큐 타요나 뽀로로 같은 노래.
아쿠아플래닛 가는 길에 스타벅스 드라이브스루에 들렀다. 남편은 커피, 나는 밀크티를 주문했다.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요즘 채니는 남편과 내가 이야기를 하면, 무슨 말을 하는지 묻는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아빠), 나랑 이야기 하자라고. 남편이랑 이야기할 틈이 없다. 아이가 자면 우리도 자기 바쁘니까.
아쿠아플래닛에 도착했다. 입구와 가까운 곳에 주차 자리가 있나 한 바퀴 돌았다. 근처에 자리가 있어 주차를 했다. 시동이 꺼지면 바로 깨는데, 오늘은 깨지 않는 채니. 깨워서 아쿠아플래닛으로 들어갔다.
네이버에서 남편이 표를 구입했다. 네이버에서 구매하면, 표를 바꾸지 않는다. 입구에서 구매내역을 보여주고 입장할 수 있다. 채니는 잠에서 덜 깨서, 처음에는 시큰둥했다. 나랑 남편이 손으로 가리키면서 물고기를 이야기해도 보는 둥 마는 둥했다. 남편은 채니를 안고 좀 돌아다녔다. 터널식으로 되어 있어 머리 위로 물고기들이 지나갔다. 그쯤부터 채니가 깨서 구경을 하기 시작했다. 피딩쇼도 봤다. 채니는 가오리가 물고기를 먹는 걸 좋아했다. 간식도 사 먹었다. 아이스크림과 빵(무슨 빵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만주 같은 것.). 나오는 길에 놀이터가 있다. 48개월부터 이용할 수 있다고 쓰여있었다. 채니는 놀이터를 보고 뛰어갔다가, 우리가 나이 때문에 안된다고 하니 영문을 모르겠는 듯 울먹거렸다. 설명을 들어도, 심정적으로 안되겠는가 보다.
곤충 전시도 함께 한다던 게 생각났다. 사슴벌레 이야기를 하면서 그 구간을 지나왔다. 지하로 가니 곤충 전시를 하고 있었다. 장 안에 들어있는 곤충들. 보면서 전시장 안쪽으로 쭉 들어갔다.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좋아하는 채니. 어디 있는지 찾으며 같이 걸었다.
전시장 중간 곤충 체험공간이 있었다. 손으로 만져볼 수 있게 밖으로 꺼내져 있는 곤충. 가까이 가서 보니 테이블이 두 개였다. 하나는 장수풍뎅이 2마리, 다른 하나는 사슴벌레 2마리. 채니는 그곳에서 10분 넘게 있었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옮겨가며 왔다 갔다 하면서. 다른 아이들은 한두 번 보고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 만지려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채니 손바닥 위에 사슴벌레를 올려줬다. 채니가 나를 보더니 소리 내며 웃는다. 아빠 손에도 올려준다. 나뭇가지 위에 벌레를 올려뒀다. 조금 걸어가다가 반대편에서 오던 사슴벌레와 만났다. 서로 대치하듯 움직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둘이 가까이 붙더니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채니는 책에서만 보던 장면을 실제로 봐서인지,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갔다. 엄마, 얘네 둘이 싸워라고 말하면서. 힘겨루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그 앞에 서있었다. 서로 잡고 밀치다가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를 넘겨서 나뭇가지 밑으로 떨어뜨렸다. 채니는 사슴벌레가 떨어진 게 좋았는지 자기를 안아서 가까이 보게 해달라고 했다. 남편은 채니를 안아서 가까이 고개를 들이밀어서 보여줬다.
관람을 끝내고 집으로 왔다. 남편은 파스타를 해주겠다고 했다. 채니랑 거실 바닥에 앉아서 놀고, 다녀온 짐 정리하는 사이. 남편은 파스타 만들 준비를 했다. 냄비에는 물을 끓이고, 파스타를 꺼내왔다. 프라이팬에는 기름을 한 바퀴 두르고, 양파를 다져서 넣었다. 소스를 볶을 때, 거실로 냄새가 풍겼다. 채니는 냄새를 맡더니 무슨 냄새냐고 했다. 남편이 파스타 하는 걸 보고 싶다고 해서, 내가 채니를 안고 옆에 서서 같이 봤다. 남편은 익은 면을 건져서 프라이팬에 옮겨 넣었다. 면수도 약간 넣어서 마저 볶았다. 면에 소스가 적당히 묻었다. 나랑 채니는 식탁에 앉았다. 남편은 프라이팬에서 면을 꺼내 각자 접시에 덜어줬다. 나는 냉장고에서 할라피뇨를 꺼내서 종지에 먹을 만큼 덜었다. 같이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설거지를 했다. 채니는 거실에서 블록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오늘 본 사슴벌레 두 마리가 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지. 나는 사슴벌레라고 말하며, 블록을 양손으로 하나씩 쥐고 부딪히기를 반복했다. 잘 놀고 있는 거 같아 채니를 보며 웃음이 났다. 남편은 잠시 식탁에 앉아서 쉬었다. 등 뒤에서 남편이 '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왜 그런가 싶어 뒤돌았다. 오늘 친구네 집에 들러서 달력을 받아오기로 했는데 잊은 게 생각났다는 거였다. 남편은 친구에게 연락을 하는 거 같았다.
설거지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서 여전히 놀고 있는 채니를 보고 있었다. 나는 채니에게 말했다. 이제 방학이 끝나서 내일은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라고. 오늘 일찍 자자고. 채니는 친구들 이름을 말하면서 어린이집을 가는 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설교시간에 졸았다. 의도는 아니었다. 졸지 않으려 필기를 해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아쿠아리움에서 채니는 나이가 되지 않아 놀이공간에서 놀 수 없었다. 울어도 소용이 없다. 울다고 나이를 먹는 게 아니니까. 곤충체험장에서 사슴벌레가 힘겨루기 하는 것을 직접 본 것 역시 의도가 아니다. 싸우란다고 들고 행할 수 없으니까. 때로는 의도와 의지가 불필요하다. 어쩔 도리가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럴 땐 그저 인정해버리면 그만이다. 졸았다는 사실을,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자연현상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