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대로, 듣고 싶은 대로

by 서한나

"소장님, 안녕하세요. 강의 중 보여주셨던 동영상을 공유하기로 하셨나요?"

"동영상이요? 동영상 아니고, 강의 PPT 파일인데요."


1박 2일간 진행되는 강의. 연수가 끝나면, 바로 자격시험이 이어진다. 강의 시간에 중요한 부분 강조해서 설명한다. 바로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과목 수도 10개가 넘는 걸로 안다. 각 과목당 70분 수업을 듣고, 공부해서 시험을 쳐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니다. 나는 그중 한 과목 강사. 강의를 마쳤다. 한 사람이 내게 다가왔다. 교재와 펜을 들고. 질문이 있나 싶어 상대방 쪽으로 몸을 돌렸다. 교재 파일을 받고 싶다고 했다. 내가 개인적으로 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는 학회에 제출했으니, 학회로부터 받으면 된다고 하고 강의장을 빠져나왔다.

학회 담당자 전화가 왔다. 내가 동영상을 공유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게 맞는지, 맞다면 공유 해달라는 전화였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난 13~14년간 강의하면서 동영상을 공유해 본 적은 없다. 강의 시간에 보여주며, 시청각 자료로 활용할 뿐이다. 몇몇은 그 자리에서 핸드폰으로 동영상 촬영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그거까지 막지는 못하지만.




담당자도 내가 그랬을까 하는 눈치였지만, 혹시나 해서 연락을 한듯했다. 나는 PDF 파일을 준다고 했지, 동영상을 공유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담당자의 뒤이어진 말. 내 다음 타임 교수가 그 수강생과 하는 이야기를 듣더니, 자기한테도 파일을 공유해달라고 했던 것. 내 다음 타임 교수 요청에 더 난처해졌던 게 아닐까 싶었다. 늘 그래왔듯 동영상 공유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영상 공유를 내가 하지 않는 이유는 내 자료가 아니다. 물론 내가 찍은 것도 있고, 내가 등장하는 것도 있다. 하지만 제작 기관의 직원일 때 일. 영상에는 장애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여러 문제가 얽혀있다.

담당자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수강생에게도 교수에게도 연락해서 이런저런 사정을 말해야 할 터니. 담당자도 골치가 아플 거 같았다.




전화를 끊고 생각했다. 수강생은 거짓말한 걸까. 아니면 내 말을 오해했을까. 아무래도 시험이라는 상황 앞에서 자료라는 것에 동영상을 포함해서 생각한 게 아닐까 싶었다.

종종 진실보다는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해석하는 경우가 생긴다. 내 입에서 나간 자료는 학회에서 받으라는 말은, 그 사람의 귀에 닿기도 전에 동영상으로 바뀌어 입력된 게 아닐까.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의 말을 오해하거나 넘겨짚었던 적은 없나 떠올려본다. 우리는 종종 상대방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듣고 싶은 대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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