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행하다

by 서한나

결국 여행에세이 원데이 클래스는 취소됐다. 어제 저녁. 다음 달로 미뤘다. 날씨와 여러 영향들로. 만들어진 자료만 혼자 손으로 훑어봤다. 아쉽다. 에너지를 마무리하지 못해서. 마무리하고 다시 다른 일에 시간을 쏟으면 좋은데. 아직 마쳐지지 않았으니. 하지만, 시간을 벌었다. 조금 더 매끄럽게 준비할 수 있게.

어제 치료 받고 나서 뒷목이 더 아프다. 뻐근한 감도 있고. 통증크림 계속 바르고 있지만. 잠시뿐이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두통이 계속됐다. 아마 뒷목 영향이터다.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것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더 아프다. 통증이 계속되는 목을 주무르면서 일기 쓰고, 책 읽었다. 핵심 메시지 잡는게 잘 안된다. 몇번을 썼다 지웠다 했다. 잘 떠오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오늘은 아닌 날. 챗GPT랑도 이야기 해봤다. 얘는 나보다 더 못잡는다. 어설퍼도 내가 하는게 낫겠다 싶은정도. 얘도 정신을 못차리네. 나처럼.

아침 루틴을 끝내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어쨋든 몸이 안아픈건 아니니까. 배에서 꼬르륵소리가 난다. 배가 고팠다. 요즘 금세 배고프다. 청소년기도 아닌데 이럴일인가 싶게. 이유를 생각해봤다. 떠오르는 건 두가지. 첫번재는 구충제 먹을 시기, 두번째는 단백질 부족. 우선 구충제 부터 사먹어야겠다. 한 번에 두개를 하면 뭐 때문이었는지 알 수 없으니까.

소파에서 뒹굴고 있는데 남편이 일어났다. 배는 고프지만, 음식을 차리기는 싫었다. 집 근처 조식카페가 생각났다.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9시 30분부터다. 가기로 했다. 채니 임신 전부턴가 같이 가보자고 한거 같은데. 이야기 한지 5년 만에 가는거 같다.

배가 찰 생각에 신이났다. 노래 흥얼거리며, 남편과 수다 떨었다. 차에 탈 때까지는 몰랐다. 비오는 줄. 집에서 창밖으로 내다볼 땐 보이지 않았다. 차 앞유리에 후두둑 비가 떨어진다. 와이퍼 움직이는 소리가 난다. 규칙적으로 왔다가는 소리. 꼭 매트로놈같다. 듣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진다. 정박자를 찾아가는 것처럼. 채니는 비가 왜 오냐고 계속 물었다. 남편은 내 이야기에도, 채니 이야기에도 대꾸를 해줘야 하고, 운전도 해야 해서 정신이 없는 듯했다.

열시쯤 도착했는데. 벌써 매장 테이블 절반이 차있다. 남아있는 좌석이라곤 2인석, 6인석, 그리고 넓은 열댓명이 공동으로 앉는 곳. 어디에 앉아야 할지 정하지 못해 잠시 서있다 6인석에 앉았다. 직원이 오더니 열댓명이 앉는 공용석으로 가달라고 했다. 자리를 옮겼다. 테이블이 넓고, 의자는 간의 의자여서 그런지. 채니는 갑자기 잘 떨어져 있다가 나나 남편에게 안겨서 밥을 먹겠다고 했다. 우리는 채니를 번갈아가며 안고 식사를 했다. 식사 하던 중 4인테이블에 자리가 났다. 테이블을 닦고 있던 직원에게 물었다. 옮길 수 있는지. 직원은 20대 초중반 정도로 보였는데. 당황한 표정이었다. 얼굴이 조금 굳고, 빨개져서 서있었다. 다른 직원(그 사람보다 경력이 좀 되보이는, 혹은 직급이 있는?)이 지나가다 우리를 본건지 옮겨드리라고 말했다. 젊은 직원은 오라고 하며, 테이블을 마저 닦아줬다. 그자리로 옮기고 나서야 채니는 의자에 앉았다. 본격적인(?) 먹타임. 채니는 빵과 시리얼을 네번 가져다 먹었다. 남편도 채니가 혼자 앉아서 먹기 시작하니까, 이것저것 가져다 먹기 시작했다. 자리를 옮긴게 잘한 거였다.

여행 에세이 수업은 취소됐지만, 오늘을 여행하는데 충분했다. 내 루틴을 이어가고, 생각지 않았던 카페투어까지. 오늘 여행 에세이 수업 자료에 내가 예시로 썼던 문장이 기억났다. '여행은 목적저에 도달하는 것만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순간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나는 내 박자대로 나의 순간을 인정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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