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니 치과 검진하는 날. 아침 9시 30분 예약이다. 비가 온다. 미리 남편에게 부탁했다. 저번에 혼자 버스 타고 갔다 왔는데. 그땐 요령이 부족했다. 갔다 온 날 말했었기 때문에. 남편이 미리 시간을 빼뒀다. 마침 비가 내린다. 눈앞이 보이지 않게 내리는 통에. 남편에게 말해두길 잘했다 생각 들었다. 차로는 7~8분쯤 되는 거리. 버스로는 20분이 넘게 걸린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것도 있고.
두 번째 간 치과. 처음 갔을 때는 치과 안에 있는 놀이방에서 놀자고 해도 고개만 흔들고, 가만히 서 있더니. 오늘은 보자마자 놀이방으로 달려간다. 장난감도 자기가 골라서 놀고. 집에 있을 때는 모르다가, 이렇게 나왔을 때 컸음을 느낀다.
찬이 순서가 됐다. 이름을 부르니 들어가지 않겠다고 싫다고 한다. 마침 채니가 좋아하는 포클레인을 들고 있었다. 들고서 들어가자고 했더니 좋다고 한다. 마음 변할까 싶어 얼른 신발을 신겨서 안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진료 침대를 보더니 눕지 않을 거라고 한다. 천장을 손으로 가리켰다. 텔레비전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누워서 영상을 볼 수 있다. 마침 화면에는 타요 버스가 나오고 있었다. 타요를 보더니 순순히 누웠다. 치위생사는 헤드폰을 끼워줬다. 포클레인을 한 손으로 들고 있는 채니. 치위생사는 말했다. 치료 중에 손을 움직이면 포클레인을 들고 있어서 다치거나 위험할 수 있으니 채니 손을 잘 잡고 있어 달라고. 세심함이 느껴졌다. 채니는 처음에는 가만히 있더니 헤드폰을 빼겠다고 했다. 빼면 소리가 안 나온다고 했는데, 그래도 괜찮단다. 뺐다. 조금 있으니 나에게 말했다. 왜 소리가 안 나오지라고. 다시 헤드폰을 끼겠다고 해서 착용하고 진료를 받았다.
치위생사는 이를 닦는 과정을 설명했다. 지금 어떤 걸 하는지. 할 때 전동칫솔을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아픈 건 아니니 걱정 말라고 했다. 과정들을 나에게도, 채니에게도 설명하며 안심시켰다. 평소 양치를 할 때 어디를 신경 써야 하는지. 집에서 치실은 하는지. 나는 옆에서 채니 손을 잡고, 그 과정을 봤다. 치아를 닦으니 이가 하얘졌다. 불소도포도 하면 좋다고 권유해서 하기로 했다. 의사가 와서 검진을 하고, 불소도포했다. 불소를 짜서 치아에 바르면서도 내게 설명한다. 맛은 어떻고, 치료가 끝나고 주의할 점. 아이가 맛 때문에 보이게 될 행동 등을.
채니 치과진료가 끝나고, 나도 도수치료가 있어서 병원으로 갔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다. 도수치료 먼저 받아야 하는데, 일찍 왔더니 기다리기보다 체외 충격파 먼저 받자고 했다. 목이랑 어깨에 받았다. 기계를 내 몸에 가져다 대는데, 부위마다 아픈 정도가 다르다. 어떤 곳은 아무 느낌이 없는데, 어떤 곳은 전기가 찌릿하다. 발끝까지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정도를 이야기하면 치료사가 조절해가면서 치료했다. 이것저것 물어가며 강도도 조절하고, 옆이 아픈지 뒤가 아픈지 꼼꼼하게 확인했다.
마치고 도수치료가 이어졌다. 지난 며칠 어땠는지 이야기하고 시작했다. 나는 어제도 두통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요즘 날씨가 안 좋아서 통증이 더할 수 있다면서 치료를 하다 보면 곧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누운 상태에서 목과 어깨를 손으로 잡아서 문지르고 압을 줬다 뺐다 하는 행동들이 반복됐다. 간간이 치료사는 물었다. 압은 괜찮은지, 아프지 않은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치료사와 하다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피티나 요가도 하고, 집에서도 곧잘 운동했다. 지금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이렇게 아픈가 싶기도 했다. 건강을 신경 쓴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몸도 움직여야겠다. 나를 돌보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어린이집 마치는 시간. 채니 데려와서 간식 먹였다. 이차 저차 하다 여섯시쯤 채니 이발하러 나갔다. 가려고 했던 미용실은 문이 닫았다. 아직 닫을 시간이 아니었는데. 비도 오고 장사도 잘 안되니 일찍 닫은 거 같다. 제일 가까운 미용실이라서 가려고 한 건데. 얼마 전에도 이 미용실을 갔다 영업시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렀다. 그래도 한 40분 전에는 간거 같다. 이발할 수 있냐고 했더니 사장님이 어정쩡한 표정으로 대답을 머뭇거렸다. 한 템포 정적이 흘렀다. 앉으라고 했다. 앉을까 하다가 사장님 표정을 보니 아닌 거 같았다. 이번엔 내가 머뭇거렸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말했다. 이미 마감을 한 상태라고. 에어컨을 껐다면서 다음에 오라고 했다. 알겠다고 하면서 미용실을 나섰다.
집에서 두 번째 가까운 미용실로 갔다. 학생이 이발을 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고개만 내민 채 아기 미용할 수 있냐고 물었다. 사장님은 흔쾌히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미용실도 저번에 간적 있다. 사장님이 두 명인 건지 종업원인 건지 저번에 자른 사람과 다르다. 된다는 소리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았다. 기다리고 있는데 머리를 하고 있던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파마를 하던 아줌마가 화장실에 다녀오느라 미용실 안에 없었던 거다. 파마 손님도 있는데, 얼마나 기다려야 하려나 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 학생 이발이 끝났다. 우리 차례란다. 채니가 잘 앉아 있을 수 있는지 이것저것 물었다. 저번에 이곳에서 자를 때도 잘 앉아있었고, 채니 혼자 앉아서 잘랐다고 대답했다. 나랑 같이 앉아서 자르는 게 더 나을지 물었다. 사장님은 어차피 나중에는 혼자 앉아잘라야 하기 때문에 한 번 그렇게 했으면 계속 그렇게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채니는 앉고 앞에 테이블을 둬서 영상으로 띠띠뽀띠띠뽀를 틀어줬다. 보면서 머리를 잘랐다. 가끔 채니가 움직이기는 했다. 사장님은 빨리 잘라야겠네라고 말하면서 속도를 냈다. 내가 사장님이라면 좀 신경 쓰이는 상황일 거 같았는데. 사장님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실제로 어땠을지는 몰라도, 그런 표정이나 기분이 내게 읽히지는 않았다. 채니에게 농담도 해가며 이발을 마쳤다.
엄마에게만 돌봄의 역할이 있는 건 아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 진정성이 느껴지는 공감과 설명으로 안심을 시켜주는 사람들. 전문성은 이런 때에 더 빛난다. 오늘 만난 나와 채니를 보듬어준 사람들. 그 덕에 오늘, 내 하루에 온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