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울렁거린다. 머리도 지끈거리고. 금요일에 도수치료, 체외 충격파 받았다. 일자목이라 통증이 계속되는 거라고 했다. 받을 때 강도가 좀 셌나. 근육통같이 불편감이 있다. 옆으로 서서 거울을 봤다. 어깨에 멍이 보였다. 그래서 아팠나 싶었다. 통증 크림을 한 움큼 짜서 목이랑 어깨에 바르고 문질렀다. 멘톨 성분 때문에 청량감 있다. 통증 부위가 시원하다 후끈거렸다. 통증이 좀 가라앉는 기분이다.
오늘 계획된 일정들 있으니 컨디션이 좋길 바랐다. 하지만 주말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전히 몸에 힘이 빠졌다. 각종 통증들. 거기에 오늘은 아침부터 배도 아팠다. 배에 손을 가져다 대보니 차다. 유산균과 따뜻한 물을 한잔 마셨다.
아침에도 일어나기가 어렵길래, 다시 잤다. 채니 보내놓고 틈틈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숨 더 자고 일어나서 영양제도 챙겨 먹었다. 아무래도 약을 먹어야 할 것 같아 시리얼을 한 그릇 먹었다. 좀 괜찮은 거 같기도 해서 눈앞에 보이는 장난감 치우다가 다시 드러누웠다. 진통제라 식후 바로 먹어야 하는데, 놓쳤다. 다시 뭔가를 먹기도 싫고, 약도 먹기 싫었다. 채니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와서 소파에 좀 앉아있었다.
집에서 열한시 반에는 나가야 했다. 몸이 쳐지니까 갈지 말지가 고민됐다. 이 정도 아픈데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진통제 먹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점심 차려먹고 바로 약을 먹었다. 먹고 조금 있으니 울렁거리는 것도, 목덜미랑 머리가 아프던 것도 가라앉았다.
밥 먹고 이러저러하다 보니 나가야 할 시간이 좀 지났다. 택시를 타고 지하철까지 갔다. 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서 지하철역까지 가는 시간과 택시를 타고 몇 정거장 앞 지하철역으로 가는 시간이 똑같다. 그러면 세미나장에 늦지 않고 도착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로 불렀다. 시간 맞춰 택시가 서있는 곳으로 갔다.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탔다. 창밖을 내다봤다. 며칠 비가 내리더니 해가 떴다. 구름이 많다. 예쁘다. 푸른빛과 흰 구름을 쳐다보는데, 마음이 풀렸다. 통증도 가라앉은 탓이었을거다. 길가에 있는 백화점. 광고판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네 옆에 내가 있음이 그냥 행복이다.'라는 문구가 보였다. 현수막에는 아빠와 딸이 있었다. 아빠는 자세를 낮춰 딸아이 뒤에서 양팔을 벌리고 있다. 딸은 헬멧을 쓰고, 스케이트보드 위에 올라서 있다. 딸이 혹여나 넘어질까 아이에게 가까이 있는 모습.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예쁘다는 생각이 들어서.
택시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다. 마침 자리가 났다. 러키 비키. 한 사십분을 가야 하는데. 앉아서 갈 수 있다면 좋다. 통증이 사라지니, 책을 읽을 마음이 생겼다. 마침 지하철 안에서 자리도 나서 앉아 책 읽으며 갔다. 메모도 하고 밑줄도 쳤다. 내가 생각했던 분량까지 읽고 책을 덮었다. 전광판을 보니 내려야 할 때도 얼마 남지 않았길래, 짐을 정리했다.
요새 채니는 입이 트이면서 이것저것 묻는다. 왜냐고 물을 때 많다. 모든 상황에서 왜 그런지를 묻는다. 나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내 등 뒤에 식탁에 채니는 앉아있었다. 블루베리가 담긴 통을 들고. 하나씩 집어먹던 중 채니는 이건 왜 이렇게 터졌지라고. 나는 고개를 돌려 채니를 보면서 대답했다. 통에 너무 많이 들어서 그랬나 봐라고. 채니는 내 말을 듣더니 다시 블루베리를 집어서 먹었다. 터진 게 몇 개 있었나 보다. 터진 걸 발견할 때마다 왜 터졌지, 이건 뭐지, 왜 그렇지 등을 반복했다. 물러서 그랬나 봐, 너무 얽었나 봐, 통이 작아서 좁아서 그랬나 봐 등을 말해줬다. 끝나지 않았다. 한 열 번 넘게 한거 같다. 나는 채니에게 말했다. 내가 앞서 말했던 이유들을 한 번에 다 말하고, 그러니까 그냥 먹으라고.
설거지 마치고 해야 할 일도 있어, 빨리 끝내고 싶었다.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올 때는 사람이 많았다. 한 시간을 서서 왔더니 다리도 아팠다. 약발이 떨어질 때가 됐다. 다시 통증이 시작됐다.(이것들은 핑계다.)
말해놓고 뒤를 도는데, 아기한테 너무 심하게 말했나 싶었다. 잠깐 멈췄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채니를 봤다. 블루베리를 한 개씩 집어 입에 넣고 오물거린다. 내 모습과 채니가 비교됐다. 나는 궁금한 게 별로 없다. 채니는 모든 게 궁금하다. 나도 어릴 때는 채니처럼 모든 게 궁금했겠지. 커가면서 삶에, 생활에 익숙해지면 무덤덤해지는 게 아닐까. 그냥 그러려니 하며 살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해지니 왜라는 질문을 잊는다. 익숙해지니 네가 내 옆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이라는 것을 잊는다. 존재 자체가 행복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오늘 잘 때는 채니에게 말해줘야겠다. 채니 덕에 행복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