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여름 ‘핌스’가 맛있단다.
영국 요리는 가짓수가 너무 적고 그 수준이 조악해서 악명이 높지만, 영국의 음료와 디저트 문화는 다른 차원의 수준에 있다. 영국, 특히 런던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는 주위에서 수많은 음료를 추천받게 될 것이다.
"밀크티 꼭 마셔보고, 기회 되면 애프터눈티도 예약해서 마셔야지."
"가서 꼭 장사 잘되는 펍에 가서 기네스 드래프트를 마셔봐야 해"
"아냐 런던이면 런던프라이드를 생으로 마셔야지."
"위스키의 나라 아니야?" (스코틀랜드인: "아니다!')
그중에 낯선 한 단어가 귀에 꽂힌다.
"Pimm's! 여름이면 핌스 컵 칵테일을 마셔야지!!"
핌스. 뭔가 '영국 스러운' 이름이다. 윔블던 기간에 즐기는 칵테일로 Pimm's 리큐르 (주로 No.1)에 적정량의 레모네이드나 진저에일을 부으면 끝이다. 아, 거기에 신선한 오이와 오렌지, 딸기 가니쉬를 더하는 것은 국룰.
시원해 보이는 게 마음에 든다. 머릿속 런던 여행 버킷리스트에 저장해 뒀다.
Pimm's에는 번호가 있는데, 의미는 아래와 같다. No.1,3,6가 생산되고 있으나 대부분 No.1을 의미한다.
No.1 : 진 베이스
No.2 : 위스키 베이스 (단종)
No.3 : 브랜디 베이스 (단종 후 겨울 한정 제품으로 부활)
No.4 : 럼 베이스 (단종)
No.5 : 라이 위스키 베이스 (단종)
No.6 : 보드카 베이스
영국 여행을 가는 김에 영국에 정착한 선배 부부를 만나기로 했다. 피카딜리 서커스 근처에서 오랜만의 만나을 가진 후 커피를 한 잔 하고, 벤스 쿠키를 한 아름 들고 근처 펍으로 향했다.
https://goo.gl/maps/UGit6Qr2uAE7CL2X7?coh=178573&entry=tt
그리고 메뉴를 보니 핌스 컵이 위풍당당하게 있다. 바로 주문. 오이향과 오렌지향이 어우러지고 달콤 씁쓸한 상쾌함이 물씬 느껴진다. 싱그럽게 갈증을 해소하는 맛, 이맛이구나. 런던에 와서 마시라는 이유를 알았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간단하면서 맛있는 칵테일을 왜 한국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것일까?
"얘 여름 핌스가 맛있단다." 점순이가 약 올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200년 된 전통의 영국 국민 칵테일이, 게다가 모회사가 그 유명한 조니워커의 디아지오다. 영연방 국가들에서는 동네 마트에서도 흔히 보이고, 가까운 일본에서는 주류상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이 맛있는 것을 왜 수입하지 않을까.
핌스 컵 '원툴'이라 시장성이 적어서?
알 수 없는 성분이 한국 식약청에서 문제가 되어서?
사람들이 윔블던을 그다지 보지 않아서?
디아지오 한국 바이어가 핌스 컵을 싫어해서?
알 수 없다. 그저 유명하지 않은 칵테일 중에서는 가장 유명한, 비운의 칵테일인 걸로.
다행히 홈메이드 레시피가 있어서 아쉬운 대로 갈증을 채울 수는 있다. 당연히 제조사에서 공식적으로 레시피를 공개하지 않으므로 여러 레시피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어떤 것은 가정에서 쓰기 애매한 셰리나 포트와인이 들어가고 어떤 것은 3일 숙성을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많다. 여러 출처를 참고한 결과, 아래의 레시피가 노력이 적게 들어가면서도 기억 속 핌스 오리지널과 맛이 흡사했다.
[야매홈메이드 핌스 컵 레시피]
아래의 핌스 재료로 만들어둔 핌스를 적당량 하이볼 잔에 붓고 민트를 제외한 가니시와 얼음을 넣은 후 3배 분량의 탄산음료(레모네이드나 진저에일)를 붓고 마지막에 민트잎을 올려 마무리한다.
[핌스 재료(1병, 10~15잔 분량)]
드라이 진 300ml
스위트 베르무트(버무스) 210ml
코앵트로(오렌지큐라소) 110ml
캄파리 or 아페롤 60ml
[칵테일 가니쉬]
얇게 자른 오이 3~4조각
얇게 자른 오렌지나 라임 3~4조각
세로방향으로 4 등분한 딸기 1개
페퍼민트나 애플민트 잎 3~4개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한국 땅, 핌스 컵이 당긴다. 오랜만에 한 잔 만들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