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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표 Oct 09. 2021

학생! 홈페이지 주제가 무엇인가? 고양이입니다만?

인격 어항 속 '차별성' 키워드

8비트 컴퓨터, 하드 디스크가 없는것이 특징이다.

큰 외삼촌이 심어준 컴퓨터 씨앗


 손바닥 사이즈의 스마트폰에 세상을 들고 다니는 요즘, 컴퓨터 없이 돌아갈 수 있을까?

당장 브런치의 이 글도 사각형의 모니터 뒷면을 타고 세상에 얼굴을 비추니 컴퓨터 없는 세상은 연료 없는 자동차, 빛조차 못 보는 나와 글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년 전만 해도 컴퓨터로 노는 꼬마는 흔하지 않았는데, 나는 큰 외삼촌을 잘 둔 덕에 내 삶에 컴퓨터는 늘 함께 했다. 마치 사람 몸에 피가 흐르는 자연스러운 현상처럼, 들숨 날숨이 서로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순간처럼 컴퓨터는 그렇게 내 주변에 늘 존재했다. 큰 외삼촌은 컴퓨터 대리점을 오랫동안 하셨는데 나는 녹색 화면만 나오는 8비트 컴퓨터부터 흑백 화면 16비트 컴퓨터, 32비트, 386, 486, 586, 펜티엄 등등 모든 시대의 컴퓨터들을 항상 할 수 있었다. 물론 그 당시 내가 주로 했던 것은 오락(樂)이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내 삶에 컴퓨터가 락(樂'즐거울')하게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은 늘 떨린다

홈페이지 경시대회의 주제를 찾아라!


 내 삶은 큰 외삼촌이 심어준 컴퓨터 씨앗 때문에 늘 컴퓨터와 함께 했기에 당연하게도 고등학교 때 나는 전산 부라는 교내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다. 전산부에는 2가지 반이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부터 코딩을 배우는 프로그래밍 반과, 웹사이트를 만드는 홈페이지 반이었다. 나는 딱딱한 코딩보다는 그래픽이 좋았고 또한 중학교 때 자체적으로 나를 알리는 홈페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에 코딩반보다는 홈페이지반을 선택했다. 그렇게 무난하게도 동아리 활동은 흘러갔는데 그러던 어느 날 까무잡잡한 피부의 얼굴과 이를 더 강조하는듯한 Bold 한 고딕체 같은 뿔테 안경을 쓴 평소에 좀처럼 보기 힘든 3학년 선배 한 명은 컴퓨터 앞에 있는 우리들에게 소리쳤다.


 "이번에 경시대회가 열리는데, 2학년들은 참가해서 성적들 좀 내고! 1학년들은 참가하는데 의의를 둬라! 참고로 주제는 자유 주제이지만 상 타고 싶으면 한국의 문화, 전통, 교육 쪽 주제로 하는 게 좋을 거야! 다음 주 금요일까지 주제를 가지고 나한테 와라! 대충 해오면 각오하고" 라며 굉장히 거창하고 거칠게 이야기했지만 그냥 홈페이지 경시대회 교육 주제로 대회에 나가고 1학년은 상 안타도 된다. 이런 뜻이었다. 꼭 가볍게 이야기해도 될 이야기들을 유난히 폼 잡는 사람들이 있다. 여하튼 그 이후로 나와 내 동기들은 열심히 주제를 찾았고, 문제의 시간 다음 주 금요일은 우리에게 찾아왔다. 또 한 번 폼을 잡던 까무잡잡한 내 선배는 단상에 올라가 "자! 한 명씩 주제를 이야기해!" 라며 역시 거창하게 소리쳤다. 


 이에 내 동기 한 명은 "저는 한국의 단청(丹靑)을 준비했습니다.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알리고 싶습니다" 또 다른 동기 한 명은 "저는 태권도를 준비했습니다! 태권도야 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무예입니다" 라며 자신 있게 이야기했고 까무잡잡 내 선배는 고개를 연신 끄덕거리며, 납득이 충분히 간다는 얼굴이었다. 그리고는 이번에도 거창하게 "마지막! 너는 무슨 주제야?" 라며 나에게 이야기했고 전산부 동아리원들은 모두 내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거짓말을 할까?... 진짜 내 주제를 여기에서 말해도 되나?" 속으로 이렇게 되뇌며 시간이 멈춘 듯했다. 생각하는 시간이 조금 길었는지 정막이 흘렀고, 땀이 약간 나면서 더 이상 못 버티고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그런 싸한 공기가 전산부 실을 감싸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어서 나는 거미줄 친 것 같은 내 입을 열게 되는데, "고양이입니다! 초등학교 때 고양이를 키웠는데 편견들이 심한 것 같아서 홈페이지를 통해서 편견을 바로잡아 주고 싶습니다!"라고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시작했지만 끝에는 포부처럼 당당히 던졌다. 마치 출사표를 던지는 국회의원처럼, 그리고 1분 정도 적막이 흘렀고 까무잡잡한 내 선배는 "야 너! 앞으로 나와바" 라며 거창하게 이야기했다. 앞으로 나간 나에게 그는 "분명히 한국의 전통과 관련된 주제가 좋다고 이야기했을 텐데, 고양이가 무슨 상관이냐? 그냥 참가하는데 의의를 둬라" 라며 혼내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더 기분 나쁜 그냥 무플같은 무시의 눈빛을 그의 뿔테를 넘겨서 나에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대회 준비는 흘러갔다.


 그 선배는 그 이후로 대회 당일까지도 저의 홈페이지는 한 번도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가망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요. 단청과 태권도에는 꽤나 신경을 써줬습니다. 결국 대회 당일 대학교 심사위원 교수들과 각 고등학교에서 온 그 발표 자리에서 저는 그들의 앞에 섰습니다. 심사위원 교수 한 명은 학생! 홈페이지 주제가 무엇인가? 라며 저에게 이야기했고 모두가 바라보는 그 순간에 "저는 고양이가 주제입니다."라고 이야기했고 학생들은 웃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양이의 편견을 바로잡아주고 싶어서 홈페이지를 교육용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라고 나름 교육이라는 키워드도 넣어서 어필했었습니다. 분위기는 점점 진지해져 갔고, 결국 결과는 어땠을까요?
 결과는 1,2, 3학년 중에서 저만 유일하게 동상이라는 성적으로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저의 인격 어항에 '차별성'이라는 키워드가 들어오게 됩니다. 저는 그 이후 지금 까지도 항상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차별성'에 흥미가 생깁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하려고 하는 것이 나만 왜 이상한가?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여러분의 남과 다른 점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만의 '차별성'이 빛나는 시기가 올 것입니다. Best One이 되지 말아라! Only One이 되어라!라는 말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여러분의 남과 다른 점 '차별성' 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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