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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표 Oct 08. 2021

영화 1,000편 보고 1,000번 기록하면 생기는 일

인격 어항 속 '꾸준함' 키워드

인생에서 무엇인가에 빠져보신 적 있으신가요?


 삶 속에서 정신없이 빠져들어 본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어렸을 때 내 호주머니 안에 500원은 오락실 공간에서 꼬마였던 나를 몰입시키고 꼬마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구경만 해도 학원 갈 시간이 늦는 건 부지기수이니까, 얼마나 몰입했는지 가끔은 그 시절의 몰입력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무엇인가에 몰입해 본 적은 있었겠지, 흔한 연예인, 게임, 이성친구, 운동, 무언가.. 시간이 흘러 사람은 어느 순간 '성장'이라는 것을 통하여 덜컥 어른이 되어버리는데 아이러니하게 성장을 하면 더 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고도의 집중과 몰입도 더 수준급이 되어야 할 텐데, 어찌 된 게 지갑 속 10 만원으로 무엇인가를 해도 500원 오락만큼이나 근사하게 꽉 차는 몰입력을 선물해주지는 않는다.


영화 1,000여 편 이상 봤던 그 시절


 영화를 내 삶에서 빼놓을 수 있을까? 절대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에게 영화가 그러했듯이 누구에게나 그런 비슷한 무엇인가 있었을 거다. 그게 나한테는 영화였고 그렇게 중학교 막바지와 고등학교 생활까지 영화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저녁 9시부터 새벽 3-4시까지 영화를 시청했었는데 컴퓨터에 다운로드해서 보는 영화를 좀 더 편하게 보기 위해서 그 당시 유행하던 접이식 침대(라꾸라꾸)를 장만해서 정말 영화만 하루에 미친 듯이 봤었다. 


 일주일이 7일이면 7일을 그렇게 하루에 3-4편 정도를 보게 되었는데, 주로 유럽 영화를 많이 보았었다. 비주류 영화를 나 홀로 폭식하는 뭔가의 우월감에 빠져서 더 몰입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영화광인 나에게 어떤 영화를 봤냐고 물어보게 되는데, 정말 별것 아닌 친구의 질문에 나는 그만 뻥 지고 만다,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만다. 분명히 본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내용인지 친구에게 설명이 안되는 경험이였기 때문인데, 분명히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이걸 말로써, 글로써 그 친구에게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는 영화를 하루 걸러서 보는 대신에 영화를 보고 난 다음날 영화의 평론을 글로써 기재하기 시작했다. 고등학생이었던 내 평론에는 엄격한 룰이 하나 있었는데 절대 줄거리를 쓰지 않고 내 느낀 점만을 포인트로 평론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작성한 내용을 누군가가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 올려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은 생각했다.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게 되면 어떻게 될까? 영화 감상문 쪽에서 내 나이에 나보다 글 많이 쓴 사람은 없겠지? 그렇다고 이게 뭐가 될까? 에라,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그렇게 해서 거의 1,000여 편의 영화와 감상문을 작성하게 된다. 이는 나에게 전혀 생각지 못한 인생의 타이밍에서 리턴이 되어 돌아오는데...

(당시에 올렸던 곳은 PD BOX라는 콘텐츠 사이트 그리고 씨네 서울 매거진 사이트였습니다.)


예술 학부에서 왜 왔어?


 나는 시각 디자인 전공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문계열에서 디자인 전공으로 전과 시험을 통해서 전과를 하게 되었다. 그 해 여름 그렇게 하루하루 디자인 학부에서 적응 생활을 하고 있을 무렵, 디자인 학부에서 사귄 친구 한 명은 나에게 포스터를 하나 던져 주면서 "이번에 학교 축제인데, 실컷 마시고 놀자고!" 라며 굉장히 들뜬 채 나에게 학교 축제를 알려줬다. 철없던 친구를 뒤로 한 채 그래 봤자 학년이 낮아서 학과 축제 준비를 해야 할 텐데, 나는 실컷 마시고 노는 것 말고 명색이 대학 축제인데 무엇이 더 있을까? 포스터를 위아래로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때 내 눈에 띈 심심한 한 줄, 철학과에서 주체하는 '영화 감상문 대회'였다. 그때 문득 든 생각! 나보다 영화 감상문을 많이 작성한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이는 당연히 영화 감상문 대회의 참여로 이어졌다.


 감상문 대회에 들어서자 유난히도 안경 낀 친구들이 많았고, 스치기만 해도 인문계열, 철학과 등에서 왔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 나름 드라이한 친구들이었다. 대회는 심플했는데 오래된 흑백 영화를 보여주고 영화가 끝나면 그 자리에서 B4 용지로 앞뒷면을 꽉꽉 채워서 제한시간 1시간 만에 제출하는 것이었다. 나는 자신 있었으며, 영화가 끝나자마자 뭐에 홀린 듯 오래간만에 제대로 몰입한 체 B4용지 앞뒷면을 꽉꽉 채우고 거의 2-3번째로 심사위원(철학과 교수) 면전에 내 B4 용지를 제출하였다. 철학과 교수님은 교양 수업 때문에 나를 알고 있었는데 예술 학부에서 왜 왔냐는 식으로 나에게 안부를 묻는 건지, 핀잔을 주는 건지, 쪽을 주는 건지, 비웃는 건지 알 수 없는 느낌의 대화 몇 마디를 건넸다. 그러나 나는 영화 감상문을 나보다 더 많이 작성한 사람은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한 체 웃으면서 대회 강의실을 나왔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결국 나는 그해 영화 감상문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그다음 해에도 우수상을 받았다. 철학과 교수님은 나를 따로 불러서 "사실 철학과 인문대 축제인데, 네가 상을 2번이나 타서 좀 그렇다. 심사위원이 나만 있는 게 아니어서 그런데 너는 이미 2번 상을 탔으니 앞으로 좀 안 나오면 어떻겠니? 철학과 축제인데"라며 무언의 불편한 기색을 건넸다. 어차피 군대도 가야 했고 해서 그 이후로 대회에 참여 안 했지만 그때 처음으로 무엇인가를 '꾸준히' 성실히 하게 되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때 내 삶에서 기회가 온다 라는 깨닫게 되었다.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 브런치에서 작가로서 글을 작성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꾸준함'이라는 키워드는 나의 인격 어항에 들어오게 된다.


 여러분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성과가 지금 당장 나오지 않는다고 실망하시고 좌절하시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그 습관은 언젠가 포텐 터지듯 여러분의 삶 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개구리가 점프하기 전 준비하는 것처럼요. 꾸준함은 모여서 습관이라는 불씨를 만들고 그 습관은 모여서 성공을 피우게 됩니다. 여러분의 꾸준함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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