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표 Oct 04. 2021

고양이를 백팩에 넣어 달리던 꼬마

인격 어항 속 '고양이' 키워드

우리 집은 수족관


 사람의 성장판은 닫힌다. 정신도 육신도 때가 되면 성장을 멈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살면서 믿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 만나는 사람들, 사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장점도 단점도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 채 그들만의 틀 안에 갇히게 되는 거겠지, 그리고 그 틀은 각자의 어항이 된다. 그 어항 속에서 나라는 물고기는 헤엄치며 안녕한다. 그렇게 인격 어항은 완성되는데, 나의 인격 어항을 형성했던 나의 유년기는 해수어, 열대어, 관상어, 거북이, 이구아나, 햄스터 많은 친구들이 함께했다. 나는 남들이 부르는 수족관 집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당시에는 흔하지 않은 수족관 매장을 운영했고,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나는 생명의 죽음과 탄생을 참 많이 목격하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수족관 특유의 물 냄새가 싫었고 특히 죽은 물고기를 건지는 작업과 큰 어항을 싣어야 했던 아버지의 트럭도 싫었지만, 어른이 되어보니 아버지는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한 어른의 행동이었다. 성인이 되어서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누구보다 치열했었구나 라고 느낀다. 지금에는 그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 아버지 덕분에 형성된 나의 인격 사람을 존중하고, 무시하지 않으며, 더 나아가서는 생명을 존중하며, 선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는 따듯한 인격 어항을 갖게 해 준 내 유년기의 아버지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고양이를 백팩에 넣어 달리던 꼬마


 삶 속에서 허겁지겁 달려본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 사람이 정말 죽을힘을 위해 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12살 꼬마였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나의 품 안에는 검은색의 찌그러진 JanSports 백팩이 있었는데 백팩을 뒤에 들쳐 매지 않고 조그마한 내 품에 안고 뛰어갔던 이유는 그 안에 내가 키우던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양이의 이름은 '양이' 고양이 그대로 따서 지은 이름, 세상의 허세 따위는 없는 꾸밈없는 이름 그 자체였다. 그 양이가 백팩 속에서 호흡이 곤란한지 입을 벌리고 개구 호흡(호흡을 코가 아닌 입으로 하는 호흡)을 하면서 연식 쌕쌕 되고 있었다.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그때의 나는 이미 물고기의 죽음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양이의 눈동자에게서 물고기의 죽음이 보였고 그 죽음을 맞닥뜨릴 용기가 없었던 12살 꼬마였던 나는 그렇게 백팩을 품고 최선을 다해 고양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나의 죽을힘을 다해서 동네 동물병원으로 뛰어갔다.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간호사가 앉아있는 프런트 데스크 위로 백팩을 올리고 백팩 안에서 꿈틀거리는 고양이가 내 고양이이고, 현재 어딘가 아픈 것 같다고 그렇게 소리쳤다. 간호사들은 꼬마의 다급한 모습에 당황했는지 정신없는 모습이었고 주변의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흔한 경우는 아녔는지 의사 선생님은 최대한 빨리 내 고양이를 봐주었고 "병원에 빨리 와서 다행이야, 호흡곤란 증상인데, 뭘 잘못 먹었는지 이제 괜찮아 조금 있으면 진정될 거야, 검사를 좀 더 해봐야 하겠지만 괜찮을 거야" 라며, 그렇게 나에게 이야기했고 그 말에 안도가 된 나는 가쁜 숨과 울음을 고르고 참으며 고양이를 돌려받았다. 그때 즈음 부모님은 오셨고 나는 그렇게 양이와 함께 병원을 나서면서, 내가 늦게 왔더라면, 만약 죽을힘으로 병원으로 달리지 않았더라면 고양이가 위급했을지 모른다는 생각과 어항 속 죽어서 둥둥 뜬 물고기들처럼 죽음을 맞이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인가 죽음 힘을 다해서 노력하면 뭔가 해낼 수 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건은 그렇게 내 삶, 나의 인격 어항에 고양이를 넣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고양이와의 인연은 저때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3마리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격 어항에는 어떤 것들이 헤엄치고 있나요? 안녕하고 있나요? 앞으로 연재될 10편의 인격 어항 편에는 저의 유년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사건들 저의 인격 어항 속 친구들을 꺼내보려 합니다. 오늘은 고양이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