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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표 Oct 06. 2021

오징어 게임 같은 학창 시절, 내가 살아남은 법!

인격 어항 속 '관리자' 키워드

요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요즘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K-콘텐츠 '오징어 게임'이 화제이다. 한국에서 아무리 떠들어 대도 막상 미국 본토 현지인들은 모르는 공감하지 못했던 가짜 열풍들이 그동안 많았던 반면에 '오징어 게임'은 내가 속해있는 미국 페이스북 커뮤니티 그룹에도 나름 활발히 짤들이 올라오는 것을 봐서는 정말 현지인들에게 콘텐츠가 통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건 진짜 인정이다. 그런 열풍 속에서 나 또한 넷플릭스로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는데, 456명이 1등을 향해서 똑같은 게임에 참여하고 1등부터 꼴등까지 살기 위해 치열하게 게임을 하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자꾸만 나의 학창 시절이 오버랩되었다. 


 누구나 되는 성인이 덜컥 되어버린 채 우두커니 컴퓨터 앞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글을 작성하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인생을 살면서 똑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수업에 비교적 가장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었던 곳이 어쩌면 학교가 아녔을까? 룰도 통하지 않는 이 지옥 같은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오징어 게임 같은 룰이 심플하게 적용되는 곳은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접하던 단체 '학교', 그곳이 아녔을까 생각해본다. 그 속에서 하나의 오징어 게임 참가자였던 나는 어떻게 생존했을까?



오징어 게임 같은 학창 시절, 내가 살아남은 법!


 40명 정도가 하나의 반이 되고 그 반이 10개 정도... 400명 그리고 그렇게 1학년부터 3학년 1,200명 그렇게 해서 학교 하나, 그리고 또 다른 학교들 이렇게 우리는 오징어 게임 속 참가들처럼 각 반에 번호를 부여받고 그렇게 학교 생활을 한다. '오징어 게임' 속에 캐릭터들의 성향이 모두 다르듯이 그 시절 학교 안에 있던 우리들도 폭력적인 성향의 참가자 친구, 이해타산에 빠르고 머리 굴리는 참가자 친구 , 앞뒤 잴 것 없이 절박한 생활고 참가자 친구, 공부 잘하는 천재 참가자 친구,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참가자 친구, 참 다양하다.


 참가자들은 2명 이상이 모이면 파워 게임이 시작되는데 언제나 힘 있는 친구들이 힘없는 친구들을 괴롭히는 시절이었다. 그런 오징어 게임 속에서 나는 아주 편한 학교 생활을 했었는데, 날카로운 힘으로 살아남았을까? 아니면 공부를 잘하는 천재였을까? 어떻게 해서 나는 편하게 학교 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모두의 타입도 아니었다. 나는 '관리자'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게시판 '관리자'였다. 그 당시에는 미니홈피가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이였는데 그것과 비슷하게 역할을 해주었던 것이 라이코스에서 제공하는 무료 게시판(bbs) 기능이었다. PC 통신과 인터넷 채팅이 유행하던 그 시기에 채팅의 붐은 일어났고 너도 나도 소위 잘 나가는 친구들은 본인만의 게시판을 갖기를 원했다. 그리고 그곳에 글이 누가 더 많은 것에 따라서 인기의 척도가 되어갔다. 그리고 어느 날 우리 반에서 가장 잘 나가는 참가자 친구는 나를 불러서 게시판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면서 본인 게시판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고, 나는 그에게 1,000원 정도의 비용을 받았다. 이것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한 자본주의 거래일까? 성인이 된 지금과 그때와 액수의 차이만 다를 뿐 두 사람이 만나면 각자 원하는 것이 있다는 현실은 같다. 그렇게 해서 그의 신상정보를 받고 나는 가입을 해주었고 게시판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서 그 친구의 소개 소개로, 나는 옆 학교의 힘 있는 친구들의 게시판도 500~1,000원 정도의 비용으로 만들어 주었고 힘 있는 친구들 뿐만 아니라 소극적인 참가자 친구, 얼굴만 반반한 참가자 친구, 공부 잘하는 참가자 친구, 남 웃기는 재주가 있는 참가자 친구, 다양한 친구들의 게시판을 만들어 주게 되었고 나중에 게시판 개수를 세어보니 200여 개 정도의 게시판을 만들게 되었고 그것들을 관리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용돈 벌이도 했고, 학교 생활도 나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내 인격 어항에 '관리자'라는 키워드가 들어오게 되었다.


세상의 이치를 깨닫다


 나는 중학교 3년 동안 이런 관리를 해주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성인이 된 지금 느끼는 세상의 이치와 전혀 다를 것 하나 없는 같은 상황들이 그 시절 나에게 펼쳐졌다.

돈을 주기로 해놓고 안주는 상황

돈이 없으니 다른 것으로 대체해 주겠다고 딜을 들이대는 상황

내 것을 카피해서 똑같은 서비스를 만드는 상황

카피하는 것을 넘어서 무리를 만들어서 모함하는 상황

겉으로는 웃으면서 소통하고 뒤로는 모함하는 상황

친구가 잘되는 게 배 아파서 절교하는 상황

거짓말하는 상황

친한 척하는 상황

그냥 무력으로 굴복시키려는 상황

협박하는 상황

이러한 모든 것들이 그 시절에도 벌어졌던 일들이고 지금도 이 사회 속에서 똑같이 일어나는 일들이다. 어쩌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맞을지 모르겠다. 각자의 인격 어항에 본인을 대표하는 성향의 키워드들을 넣을 텐데, 그 키워드들은 인격 어항을 벗어나는 법을 모른 채 그렇게 어항속에서 죽을지 모른다. 나라는 사람도 마찬가지이겠지. 그때부터 '관리자'라는 키워드는 나의 인격 어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때 시작되었던 200여 개의 게시판 관리는 저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게 해 주었습니다. 지금은 카카오톡에서 1500명이 속해있는 방을 1년 넘게 운영하고, 유튜브, 블로그, 클럽하우스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나 봅니다. 오늘은 제 인격 어항 속 '관리자'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여러분의 인격 어항에는 어떤 키워드가 안녕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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