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마젠토로 쇼핑몰을 개발하기로 마음먹고 만난 Victor는 디자이너가 이야기한 대로 정말 은둔 고수였는지 조용하고 소리 소문 없이 스피드 하게 내가 원했던 모든 기능들을 Magento 안에서 구현시켜주었다. 진도를 팍팍 빼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좋아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도 그에 따른 준비를 해야 했다. Victor는 시크하게 "사이트 배너가 필요합니다. 여기여기 이 사이즈로 배너 준비해주세요. 여기도요 여기도요 여기도요"를 외치며 나를 푸시했다.
외주업체에 쪽팔리기도 싫었고, 팀워크란 게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려면 어느 한쪽 부족하지 않고 굴러가야 했으므로 나는 가랑이가 찢어질 정도로 밤을 새워가며 배너를 작업했지만 지나가는 개도 이해 못 할 나의 디자인?! 감각으로는 도저히 각 배너 별로 마침표가 찍어지지 않아! 어느샌가 이마를 탁 때리며! 드디어! 때가 왔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라는 것은!
바로! 인건비 투입!
인하우스 디자이너 한 명을 고용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뷰 일정을 잡았다!
나는 이 인터뷰가 모두 순탄하게 흘러갈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그래! 이제 나 혼자가 아니야! 직원을 뽑는 거야!"
스타트 업을 운영하다 보면, 창업을 하다 보면 직원도 나! 팀장도 나! 이런 경우가 허다하다. 팀의 발전을 위해서 드디어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한 명 고용해야 했던 우리 팀도 마찬가지였다. 좋게 말하면, 프리한 작업 환경, 수평적인 구조!라고 봐야겠고 나쁘게 말하면 아직 셋업 되지 않은 불완전한 팀! Job 구하러 왔다가 오히려 해당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라며 걱정해야 하는 그런 회사가 될 수도 있겠다.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이를 설명하는 동안에 그녀는 내 앞으로 입장하고 말았다.
짧은 갈색 커트 머리에, 무채색의 MUJI 브랜드를 좋아하는 듯한 단정한 옷차림, 수수한 화장... 그녀의 이름은 제시카! 쥬얼리 업계에서 이미 5년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던 나름 경력자였다. 그녀는 내 앞에 또각또각 걸어왔고,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을 신경 안 쓰려고 노력하는 듯 보였으나 그녀의 눈동자가 좌우로 흘깃흘깃 보는 것을 감출 수는 없었다...
"저... 오늘 인터뷰 보기로 한 제시카입니다."
"여기가 00 회사 맞죠?"
그녀는 확신할 수 없다는 말투로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자신감이 100% 충만하였기에
"네! 맞습니다. 잘 오셨어요. 일단 앉으세요!"
이렇게 목에 힘준 체 이야기했지만 사실 내 자리 말고 특별한 자리도 없었기에 그녀에게 철제의자와 간이식 테이블 앞에 앉으라고 이야기했다. 그녀에게 녹차 한잔을 내주었고,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간단한 업무적인 인터뷰가 오고 갔고, 인터뷰가 끝나갈 때쯤 그녀는 내게 작정한 듯 돌직구를 날렸다.
"그런데... 아직 사이트도 준비 중이시고, 물건도 준비 중이시고, 뭐하나 자리 잡힌 게 없는데... 제가 근무해도 될까요?"
"한두 달 뒤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죠?"
(아...!)
쇠방망이로 한 대 맞아서 멍든 자리를 꾹꾹 누르는 것처럼 내 심리를 후벼 파는 그녀의 돌직구 발언이었다. 제시카는 본인을 안 뽑아도 된다는 식이였을까? 한번 질러보는 듯한 느낌으로 나에게 날렸다. 인터뷰 와서 한두 달 안에 없어질 회사는 아니냐는 이 질문 자체가! 당돌하다고 느꼈고, 이 팀의 유일한 팀원이자 팀장인 나의 마음이 아프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솔직한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저기... 제시카 씨! 걱정 마세요! 제가 한두 달 안에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아니, 성공시킬 거라고 약속드릴게요! 솔직하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요! 나를 믿고 시작해봐요!"
라고 나도 솔직한 마음을 던졌고, 나의 진심 어린 눈빛과 약간은 흔들리는 말투가 오히려 더 진솔하게 느껴졌는지 그녀는 약간의 눈웃음을 지으며
"알겠습니다! 팀장님! 연락 주세요!"
라며 자리를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는 시크한 그녀가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될 거라고 확신하였고 진짜 뭔가 시작된 느낌에 왠지 모르게 좋은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시크한 제시카와 나! 우리는 그렇게 같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랜드 오프닝을 앞두고 제시카와 나는 미팅을 꽤나 자주 하였다. 말이 미팅이지 둘밖에 없어서, 각자 책상에 앉아서 언제든지 말을 주고받으면 이게 미팅이었다. 이렇게 끊임없이 브레인스토밍 하면서 우리의 쇼핑몰 웹사이트는 점점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 이제는 그랜드 오프닝을 준비할 때다! 누가 뭐래도! 화려하게 오픈할 것이다.
특히! 이미 오프라인 지점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어느 정도 트래픽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였다. 이유는 각 오프라인 지점에 배너와, 홍보물 형태로 웹사이트를 홍보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시카와 나는 준비를 해나갔고, 그랜드 오프닝 날짜는 점점 다가왔다. Victor도 준비 다 되었고, 우리 팀도 준비 다되었다.
어디에 내놔도 화려한 것으로는 빠지지 않을 이 배너들! 누가 보아도 엄청나게 화려한 그랜드 오프닝 배너! 야심 차게 Logo Event 도 계획하고! 자체몰 리워드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대단하지 않은가?) 추가로! 그랜드 오프닝 때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무려 150 Point(리워드) 제공하는 엄청난 이벤트! 거기에다가 공짜로 Gift Bag도 제공하는데 뭐 남는 게 있겠냐만은!!!
명색이 그랜드 오프닝인데 화끈하게 줘버리자! 에 몰빵한 이 엄청난 짓거리에! 회사 관계자들은 어디 한번 보자!라는 식이였고! 여기에 굴하지 않고! 플러스로! 고객들의 피부까지 생각하여 Free Mask Sheet까지 제공을 해준다는 네고왕에 나와도 될정도의 이리 봐도 대단하고 저리 봐도 대단한 그랜드 오프닝! 이벤트! 서버가 터지지 아니하면 이상할 것 같은 이 엄청난 Grand Opening Event는 계획되고 있었다.
"실장님 이벤트가 대단할 것 같은데!, 이렇게 막 퍼줘도 되나요?"
시크한 제시카도 약간은 걱정이 되었는지 나에게 이리 물었지만 나는
"제시카 씨! 걱정 마세요! 오히려 좋아요! 시작은! 화려하게 해야죠! 서버를 터져봅시다!"
라며 기세 등등하게 리더다운 모습을 보이며 그녀를 리드했다!
드디어 그랜드 오프닝 날짜!
과연 결과는 어떠했을까...?
우리는 야심 차게 카운트 다운을 외치며! Victor와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그랜드 오프닝 서버를 오픈하였다! 그 카운트 다운이 누구를 위한 카운트 다운 인지도 모르고!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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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 텅 비었다!
그랜드 오프닝의 참담한 결과는!!! 엄청난 이벤트에도 불구하고 트래픽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트래픽은 있었지! 웃으시면 안 된다! 무려 2명!!!
"실장님! 뭐가 잘못된 것 아닌가요? 사용자가 2명인데, 저하고 실장님 같은데요?"
라며 제시카는 특유의 무표정한 돌직구로 내 멘탈을 부숴버렸다.
그렇다! 그랜드 오프닝을 했고 화려한 배너를 붙였지만 그 배너를 보고 있고 사이트에 접속해서 흥분하고 있었던 것은 제시카와 나... 우리 2명뿐이었다.
나는 이렇게 자체몰이 어려운 이유! 첫 번째 트래픽의 걸림돌에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오프라인에서 홍보를 했지만 그들은 Why? 에 대한 이유가 없었기에 힘들게 접속하지 않았다.
나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제시카에게 약속한 몇 달 뒤 없어지지 않을 팀을 만들기 위해서 아니 지키기위해서...
그리고 나의 생존을 위해!
나는 차분한 어조로 그녀에게
"제시카 씨! 걱정하지 마세요! 트래픽은 원래 처음에 다 그렇습니다. 저에게 계획이 있으니 걱정 마세요!"
라며 안심시켜 보았지만, 그녀는 아마 눈치챘을 것이다.
내가 계획이 없다는 계획을!
이제 게임은 본격적인 시작이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를 오늘도 역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격적인 그랜드 오프닝을 했는데 트래픽이 제로인 상황!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나갔을까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마케터가 떠들어 대는 쇼핑몰 이야기가 아닌 디렉터가 떠들어 대는 진짜 쇼핑몰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화 - 제로에서 시작해서 결국 서버 터트린 미국 쇼핑몰 이야기!
1화 - 대세는 온라인! 온라인팀 창설하다!
2화 - 오늘부터 온라인 팀 1일 차 팀장
3화 - 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마젠토의 고수를 찾아라!
4화 - 허세 그득그득한 그랜드 오프닝의 최후!
5화 -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오다!(다음 편)
6화 - 트래픽! 을 잡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다!
7화 - 이제는 직원이 필요한때! 드림팀을 구성해라!
8화 -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9화 - 자체 개발! APP으로 혁신해라!
10화 - 잘 나가던 우리에게 OMG! 소송이 들어오다!
11화 - 반품 악성 고객들을 잡아라!
12화 - 고객들로부터 연말 상장을 받다!
13화 - 장밋빛 미래 속에서의 확장!
14화 -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들!
15화 - 이제는 팀장이 아닌 대표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