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지난날, 나는 빅터, 제시카와 우여곡절 끝에 자체몰을 오픈했다. 그리고 트래픽은 몇 날 며칠 동안 없었다. 빅터는 외주였기 때문에 같이 얼굴 보고 속 썩을 일은 없었지만, 제시카와 나는 한 공간에서 9-6 내내 서로 얼굴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주문이 들어와야 쇼핑몰이 돌아가고 디렉터인 내 어깨에 뽕도 들어가고, 디자이너인 제시카에게 배너 작업이라던지, 어떤 일도 더 시킬 수 있을 텐데 우리의 시간은 멈추었다. 온라인 셀러에게, 쇼핑몰 오너에게 주문 없음 is... 죽음! 그 자체이다. 시간은 째깍째깍, 누군가의 핸드폰 알림은 크게 들리는 그 시간들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누가 뭐라고 할 것도 없이 제시카와 나는 몇 시간째 말없던 입을 열었다.
"저 실장님..."
"저 제시카 씨...?"
"아.. 네 먼저 이야기하세요"
고요해서 미칠듯한 공간에서 제시카는 먼저 입을 열었다.
"저희 광고를 좀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실장님"
"아! 네 안 그래도 할 예정입니다. 요 며칠은 분위기 좀 보려고 했던 것이고요. 이제 본격적인 광고를 해야죠. 걱정 마세요. 이제 이렇게 한가하게 제시카 씨하고 이야기할 시간도 없을 거예요~!"
나는 태연하게 당황하지 않는 드라마 속 실장님처럼 최선을 다해 연기했다. 마치 나에게는 플랜이 있고, 결국에는 그 플랜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러나 실상은 광고를 하기 위해 광고비 집행을 받아야 하는 것이고 광고비 집행은 그야말로 성과가 없으면 적자의 늪으로 흘러가는 출입구였기 때문에 실무자인 나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깊은 숨소리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경험이 없다면, 광고를 한다면 바로 팔릴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이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지식이 없는 무지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특히나 구글 광고는 더 그렇다. 구글에서 검색은 쇼핑만을 목적으로 둔 사람들이 아니기에, 클릭하고 나가면 광고비만 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물론 지속적인 광고를 하면 팔리기야 팔리겠지만 이는 결국 광고비를 태우는 것이고 광고비를 태웠으면 그 이익폭을 넘는 결과 즉! 구매가 일어나야 한다! 반드시 결과가 뒤따라야 하는 그야말로 전쟁터에서 피보며 진격하는 꼴이다.
우리는 빅터와 함께 구글 키워드 광고, 쇼핑광고를 집행했고, 처음 쇼핑몰 운영하는 사람들이 그렇듯 공격적으로 광고비를 집행했고 어디에서 광고비 좀 태워봤다! 명함 정도는 내밀 정도로 몇 날 며칠 광고비를 많이 태웠다. 첫 주문이라는 결과가 뒤따르기를 기다리면서!
"저... 실장님 광고하고 계신 것 맞죠...?"
언제나 돌직구 같은 제시카! 그녀의 말은 나를 더욱더 정신 들게 만들었다.
"그럼요! 이제 곧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어제 세팅했으니까 이제 곧 판매될 거예요!"
"알겠습니다... 실장님, 기다릴게요... 저 뭐 더 할거 없나요?"
"예 잠시만요..."
나는 제시카에게 없는 일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일을 주기 위한 일을 찾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제시카가 나를 다급하게 불렀다!
"실장님!!!!"
"실장님!!!"
항상 느긋하고 차분한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나는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짜증이 약간 나려고 하기도 했다.
"예... 제시카 씨!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크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다 들려요"
"실장님! 마젠토 대시보드 새로고침 한번 해보세요! 숫자 "1"이라고 뭔가 떠있는데요"
나는 태연하게 새로고침을 해보았고 Order에 "1"라고 표시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아싸... 드디어 주문인가?!) 이제 이 주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아직 경험이 없지만 나는 뭔가 프로페셔널한 척! 또한 엄청나게 놀랐음에도, 최대한 놀라지 않은 척! 이 경험이 나에게도 첫 경험이지만, 마치 무수히 경험을 한 베테랑 셀러인 것처럼...
그녀에게! 최대한 낮은 목소리, 도시적인 어조로다가...
"아 제시카 씨... 주문이에요! 내가 이야기했죠? 주문 곧 들어오라고요! 이제 계획대로 됩니다"
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머릿속은 온통 어떻게 배송해야 하지? 쉬핑 라벨은 어떻게 해야 하지? 등등 복잡한 생각들이 휘젓고 있는 와중에도...
너스레를 떨면서도 어떻게 배송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뭐든 일이 닥치면 하게 되어있다고 빅터에게 전화로 물어보고 차근차근 배송절차를 진행하고 이런 모습이 신기하다는듯한 제시카를 뒤로 한 채 사무실을 멋지게 나와서는 근처 우체국(USPS)으로 가서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꽤나 올 것처럼 눈도장을 찍으며 드롭하고 왔다. 아! 물론, 그냥 창구에 가지 않고 우체국 한편에 드롭해도 되지만, 나는 일부러 줄을 서서 창구에 가서 직원에게 드롭하고 첫 드롭! 첫 판매! 우체국 영수증을 기념적으로 받아왔다.
영수증을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면서 첫 주문의 기분 좋음을 간직하면서도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었는데... 바로 그 생각은 공격적인 광고비였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광고비가 아니라 "공격적인" 이 포인트 되겠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트래픽이 제로 0 였던 우리 쇼핑몰이 공격적인 광고 끝에 판매가 되었고... 그렇다면 과연 광고비는 얼마나 썼을까? 인생을 살면서 "공격적인" 것에 대해서 수치화해 본적이 없었는데 공격적인 광고비는 얼마가 나갔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하면서 뭔가 약간 쌔한 느낌이 오기도 했다. 나는 빨리 사무실로 가서 내 두 눈으로 이 쌔함이 무엇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내 발걸음은 누가 뒤에서 미는 것처럼 강풍에 몸이 밀리는 것처럼 사무실을 향해 빨라지고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와 여유 있는 듯한 미소로 제시카에게 눈인사를 하고 외투를 벗은 채 차분히 구글 광고 대시보드를 열었다.
그 결과...!
혹시... 잘못 본 것은 아닐지 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아니 안경까지 고쳐 쓰며 다시 봤는데...
$500 정도가 광고비로 나갔다.
나는 누구에게 들리지 않도록 특히 제시카에게 들리지 않도록 독백으로
(고작 $35짜리 하나 판매하면서...$500 광고비를 쓰다니 이건 미친 짓이야...) 라며 분명히 읊조렸고
실로 이 일은 엄청난 짓이었다. 자선 사업하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해서는 나도 제시카도 곧 없어질 것이라는 동물적인 필이 딱 꼽혔는데... 빅터에게 물어보니 초반에는 구매전환율이 낮아서 어쩔 수 없다는 식이였고. 나는 이 문제를 마케터가 해결해줄 수 없고, 누구도 해결해줄 수 없으니 뭔가 대책을 세워야 했다.
고민을 하기 위해 나는 건너편 던킨 도너츠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생각을 곰곰이 해보았다.
오후 3시에 던킨 도너츠는 매우 한가했다.
그러다
갑자기 전두엽을 내리치는 듯한 깨달음이 왔다!
그래! 이거야!
안녕하세요!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를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 4화에서 쇼핑몰을 오픈하고 나서 오늘 5화에서는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오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광고비에 피눈물 꽤나 흘리셨을 텐데요. 이는 자체몰도 마찬가지이고, 오히려 더합니다. 다음 편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사표를 던지는 팀장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0화 - 제로에서 시작해서 결국 서버 터트린 미국 쇼핑몰 이야기!
1화 - 대세는 온라인! 온라인팀 창설하다!
2화 - 오늘부터 온라인 팀 1일 차 팀장
3화 - 재야의 고수를 찾아서! 마젠토의 고수를 찾아라!
4화 - 허세 그득그득한 그랜드 오프닝의 최후!
5화 - 드디어! 첫 주문이 들어오다!
6화 - 트래픽! 을 잡기 위해 출사표를 던지다!(다음 편)
7화 - 이제는 직원이 필요한때! 드림팀을 구성해라!
8화 - 팀장님 서버가 터졌습니다!
9화 - 자체 개발! APP으로 혁신해라!
10화 - 잘 나가던 우리에게 OMG! 소송이 들어오다!
11화 - 반품 악성 고객들을 잡아라!
12화 - 고객들로부터 연말 상장을 받다!
13화 - 장밋빛 미래 속에서의 확장!
14화 -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들!
15화 - 이제는 팀장이 아닌 대표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