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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자기소개가 제일 쉬웠어요. (직무 면접)

다사다난했던 취업 스토리 11

by 참깨보꿈면

1. 면접 준비, 이렇게 해보자!


면접 준비는 참으로 떨린다. 심지어 단순히 면접 질문에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고경력, 그리고 실무자들 앞에서 내 연구 자료로 PT를 해야하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 된다.


나는 학회 구두발표 경험만 수십 회가 될 정도로 학위 과정동안 학회를 많이 다녔지만, 면접은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간만에 삼성전기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내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면접을 보았는지.

그 친구는 세 가지 조언을 해줬다.


1) 회사 로고, 회사 색깔을 넣은 발표자료를 만들어라.

회사에 대한 정보를 미리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별 것 아닐수도 있지만, 적어도 회사 CI(Corporate Identity)를 찾아보고 자료에 녹여주는 것이 그 회사에서 수 년간 일한 사람들의 기분을 나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직무면접 발표자료 예시
LG 에너지솔루션 직무면접 발표자료 예시


2) 직무와 관련있는 포인트들을 짚어라.

경험적으로 알게 된 일이지만, 마음에 드는 지원자에게 연구 내용 관련한 질문은 거의 하지 않더라.

오히려 내용이 이해가 안 되면 직무 면접이 아니라 내 연구 결과에 대한 소개자리가 되어버리는 식이다. 그러니까, 혹시나 면접을 보고 와서 내용에 대한 질문이 없었다고 낙담하지는 말아라.

그러니까, 연구내용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서 꼭, 이 연구가 회사에서 원하는 직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분석하고 그 내용을 발표에 포함시켜라.

직무와 관련 있는 결과를 통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3) 연구 과정에서의 문제점, 그리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이야기해라.

면접관이 궁금한 내용은 내가 무슨 연구를 했는지가 아니다. 연구 과정에서 어떤 문제점이 발생했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였는지 그 과정에서의 집념, 창의성, 열정을 비롯한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고 싶어 한다.


그러니 PT면접이 준비되어 있는 사람들은 당황하지 말고 위의 원칙들을 지켜 자료를 만들어 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자부한다. (나는 4번의 PT면접에 모두 합격했다!)



뿐만 아니라 반드시 준비해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1분 자기소개를 비롯한 일반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다.


이때가 되어서야 나는 면접용 자기소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벌써 지난 5개월 간 7건의 자기소개서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자기소개를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어안이 벙벙했다.


나는 면접왕 이형님의 Youtube와 아내의 조언을 참고해서 준비를 했다.

(https://youtu.be/qAXAdqpKL6s?si=No_JiNgYCMAL9ck5)

이 분과 개인적인 친분은 전혀 없지만, 만약 이분을 만난다면 정말 끌어안아 주고 싶을 정도로 나에게 고마우신 분이다. 면접이라는 걸 한번도 본적 없는 내게 아주 큰 도움을 주셨다.


내 자기소개 대본을 일부 공유해본다. 사실 처음엔 이게 1분 자기소개였는데, 면접을 볼 수록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마지막 면접 때에는 20초 자기소개가 되어 좀 더 내용을 추가했었다.


안녕하십니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OOO 직무에 지원한 지원자 OOO입니다.
저는 OO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저는 박사학위 과정 동안 OOO 관련 총 0건의 연구과제를 수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OO를 통한 다양한 OO를 수행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OO를 박사학위 주제로 삼았으며, 이를 구현하고 최대 OO 성능을 도출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OO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제 경험을 통해 얻은 OO에 대한 지식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OO를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눈감고 연습하다 잠들고, 자다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눈 뜨기 전에 이 1분 자기소개를 읊는 것일 정도로 정말 입에 붙지 않는 저 자기소개를 외우고 또 외웠다.

심지어 회사 이름을 틀릴까봐 걱정도 했는데, 한 번도 그런 일은 일어난 적이 없었다.


특정 회사는 5분 자기소개도 요구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그 회사 이야기를 할 때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 면접, 이렇게 하는 거군요!


그렇게 나는 40분 가량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무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면접은 오전 이른 시간에 진행되었고, 온라인으로 안내를 받았다.


면접은 줌 미팅을 사용했고, 사전에 전달받은 접속 주소로 접속을 하게 되면 먼저 인사담장자가 대기실에서 안내를 해준다. 이후 면접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면접관들이 있는 장소로 이동되는 식이었다.


면접 대기실에서 대기하면서는 솔직히 PT자료를 더 보고 연습할 자신은 없았다. 머릿 속이 멍하고

그냥 중얼중얼 평소 하던 대로 1분 자기소개 준비만를 했다!

그렇게 면접장으로 옮겨진 후, 면접관들께 인사를 드리고 안내에 따라 발표를 시작했다.


역시나, 가장 먼저 요청하셨던 것은 1분 자기소개였다. PT 자로 가장 처음에 내 이력에 대한 소개가 있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하긴 했는데, 문제없이 지금껏 준비했던 자기소개를 읊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내 자기소개는 아마 외운 티가 팍팍 났을 것으로 생각한다.

"안녕하십니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OOO 직무에 지원한 OOO입니다. 저는 ..."


면접 한참 후 나중에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지만,

프레시 박사들(아마 학/석사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 즉 '전문가'라는 티를 내는 것은 면접관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통 '학생 다운 맛'이라는 것이 갓 졸업한 대학(원)생들에게 많이 티가 나는데 (본인들은 모를지라도), 이걸 굳이 숨기고 마치 알은체를 하며 면접관들에게 자기 자신을 뽐내는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이다.


아마 2024년 말의 내가 면접에 갔다면 저 '학생 다운 맛'을 숨기고 면접을 보았을 텐데, 수 번의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겸손해진 나는 이 첫 면접이 정말 소중했다. 그래서인지 면접관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거의 굽신거리다시피 답변을 진행했던 것 같다.


여하튼, 그 '학생 다운 맛' 중에 하나가 바로 외운 티였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일부러 그런 티를 내라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유창한 것이 플러스가 될 것이다.)

내가 이 회사를 가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지, 내가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것 자체에 안주하지 않고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지 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해야하겠다.


면접 PT자료 또한 그렇다. 정말 유창하고 스토리있는 발표라는 것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다. 회사 실무자들이볼 때에는 학교에서 기초연구를 수행하며 얻은 지식들을 마치 전문가인 양 발표하는 것이 귀엽게 느껴질 지 모르겠다(물론 회사에게도, 면접자 본인에게도 중요한 것이지만). 내부 정보를 모두 알고 있을 수도 없고, 그들 입맛에 맞는 발표를 준비하는 것 자체도 사실 어렵다.


단지 내가 회사의 니즈를 파악하고, 얼마나 그걸 표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는지, 그리고 내가 회사에 가서도 이런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그런 의지가 표현된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당연히 그 회사가 원하는 전공 지식은 베이스라인으로 갖고 있어야 겠지만.)


여하튼 발표를 마친 후,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1) 전공하신 부분과 지원하신 직무에 좀 차이가 있는데, 우리 회사/직무에 왜 지원하게 되었나요?
2) 다양한 연구를 해오셨는데, 이걸 통해서 얻은 가장 자신있는 역량과 그걸 회사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3) OOO 직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이고, 그 역량을 기르기 위해 노력해온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4) 팀워크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5)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주도적으로 수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그 과정에서 발생했던 갈등 경험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몇 가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내 PT자료를 기반으로 그리고 여기에 설명되지 않은 경험도 많이 여쭤보셨다. 이 때까지만 해도 경험을 정리하는 데 소홀했었는데, 이 면접을 계기로 실무면접에서 질문할 수 있는 다양한 내 경험들에 대한 정리를 시작 했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40분간의 면접이 끝났다.

이 때 같이 지원했던 다른 박사님들은 나 이후에 면접을 봤는데, 그들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똥줄이 탔다.

면접 경험이 없었다보니 내가 잘 본건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질문을 받았는지가 궁금했다.


다른 박사님들도 유사한 질문을 받았고, 분위기도 훈훈했다고 했다는데... 이 때 약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 붙을 수 있을까?


그렇게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실무면접 결과를 받게 되었다.

실무면접 결과도 제목에 좀 적어주세요!

두근거리며 열어본 메일은 다음과 같았다.

면접 합격!!!!!!!!!!!!!!!!!!!!!!!!!! 쏴리 질뤄!!!!!!!


첫 면접에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 임원면접이 걱정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민망하게도 나를 포함한 세 명 중에서 두 명만 합격 연락을 받고, 다른 한 명은 아예 합/불 메일조차 받지 못한 것이다!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물론 다음 날 그 박사님도 합격 메일을 받았다.

잠깐의 헤프닝이긴 했지만, 이 면접 결과 하나로 하늘이 무너지고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게 무섭기도 했다.


여하튼, 나는 처음으로 면접 합격 소식을 받았고 2차 임원 면접을 위한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임원 면접 후기는 12화에서!)


그리고 이후로 나에게는 점차 새로운 기회의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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