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촌스러운 꽃은 안 해."
예전에 이런 생각으로 꽃을 대했던 적이 있다.
내 눈에 어떠한 대상이 세련되어 보이지 않고 이뻐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을
"아 촌스러워" 이 한마디로 퉁치고는 했었다.
미적인 부분을 감상할 때 나만의 잣대로 마치 이것이 나만의 특수한 예술적 재능이라고 착각한 채 어떠한 시기를 보냈었다.
넘쳐나는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sns 속 수많은 꽃 이미지들의 향연 속에서 찰나를 담은 그 순간의 이미지를 찬양했었다. 그리고 그 이미지들을 흉내도 내보고 나도 그들처럼 그럴듯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자 부단히 노력했었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나를 잠식시킬 때는 더욱더 강박적으로 타인의 작품 이미지들을 보고 또 보며 나는 왜 이들처럼 앞서 나가지 못할까 이처럼 세련된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 자책하며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스스로 촌스러운 꽃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고 세련된 꽃만 할 거야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그저 남들을 쫓아가기 급급 하던 어느 날, 원예치료 실습차 노인복지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원에 치료 공부 또한 커리어를 쌓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했지 어떤 대단한 의미를 두고 시작한 공부는 아니었다.그러했기에 나에게는 실습 또한 자격증을 받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과정일 뿐이었다.
복지기관에서 행하는 수업들은 최소한의 재료비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에 우리가 소위 꽃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장미조차도 쓸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소국, 메리골드, 해바라기 등 단가가 그리 높지 않은 꽃들, 어쩌면 촌스럽다고 생각되는 꽃들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그 꽃들을 보시며 매시간, 매번 감탄하셨다.
불편하신 손으로 꽃 한 송이 한송이 소중히 만져보시고 자르는 것도 아까워하시며 조심스럽게 꽃꽂이를 해나가셨고 연신 아유 곱다 이쁘다 라며 칭찬을 하셨다. 그리고 수업 말미에는 원예수업이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라며 우리들 손을 꼭 잡고 감사 인사도 전하셨다.
그분들에게 그 꽃들은 어느 꽃보다 아름답고 자신에게만 주어진 소중한 꽃이었다.
내가 촌스러운 꽃들이라고 단정 짓고 외면하던 꽃들이 그곳에서는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너무나 아름다운 한송이 한송이였다. 그리고 그 꽃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은 어르신들의 품속에서 어떤 작품보다 당당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여태껏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아왔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그어놓았던 꽃의 경계가 사라지는 듯했다.
내 멋대로 재단해버렸던 촌스러운 꽃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시작했던 실습은 어느새 많은 의미와 깨달음을 나에게 던져주고 끝이 났다.
물론 아직도 나만의 미적 기준을 가지고 꽃을 바라보기는 한다.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내가 보고 싶은 꽃만 바라보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꽃들을 바라보고 그 꽃 한 송이 한송이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감탄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