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신경과 이성의 전쟁, 그리고 달콤한 패배
달콤한 순간 속에서 자신을 잠시 잊는,
망각의 동물 이야기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등산, 스피닝, 요가, 자전거 등
각종 다이어트 후기를
눈에 불을 켜고 읽었으면서,
채소와 단백질 위주의 저칼로리 식단을
노트에 꾹꾹 눌러 적으며
반드시 실천하리라 굳게 다짐했으면서,
그랬으면서...
불과 30분 후에
놀라운 속도로 ‘오레오’를 먹고 있는
그분은 누구일까요?
'다이어트는 개나 줘 버려!'
바삭바삭,
우적우적,
꾸역꾸역,
냠냠쩝쩝.
'먹는 게 남는 거야!'
달콤아삭,
꿀꺽꿀꺽.
어느 순간,
한 개밖에 남지 않은
초라한 봉지를 바라보며
화들짝 놀랍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거울로 달려가
후회의 심장 소리가 쿵쿵 울리는
얼굴을 비춰 봅니다.
까만 부스러기가
망각의 동물 입가에 훈장처럼 붙어 있고,
후회에 덜미를 잡힌 슬픈 얼굴.
이쯤 되면
너무 심각한 망각 증상입니다.
혀끝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오레오!
저 과자 상자를 갖다 버리지 않는 한,
망각은 지속될 것 같습니다.
달콤한 만족감을 주는
말초신경의 감정과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중추신경의 이성 간 싸움에서,
이성이 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갖다 버리는 것조차
잊어버릴 것 같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