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섬만한 후유증

by 보라



이맘때쯤 강천섬이 아름답던가.

제 살려고 떨군 잎들이 흙바닥을 노랗게 물들였겠지.

한 장 한 장 떨어진 잎들이 세월처럼 켜켜이 쌓여 있을 거야.


햇살은 비처럼 쏟아지나,

옷 속에 스미는 바람은 스산하겠고,

백패커들의 작은 집엔 좀 더 두툼한 침낭이 깔렸겠지.


누구나 시 한 줄쯤 품게 하던 계절은

그렇게나 급히 떠나는 인상.


가을이 안타까운 이유는

비 오고 바람 불면 가 버리는 성급함과 무심함도 그러하지만,

그가 떠난 공간을 다음 계절이 채우기 때문이야.


그 계절은 오롯이 버텨내야 하는 시절.


버티다...


‘버티다’라는 의미가 꼭 들어맞는 계절.

추위에 버티고,
감기에 버티고,
긴 밤에 버티고,
폐쇄에 버티고...

찰나 같은 가을은 안타깝고,
사랑하는 봄날은 유독 더디 오고.

사라지는 것,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이렇게 늘 난감하지.

어느 날 갑자기 멀어져 간
누군가의 뒷모습을 그리워하는 것 같은...

강천섬만한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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