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걷는 연습

by 보라

텍사스 포트워스 스톡야드.


서부 개척 시대의 풍경을 간직한 이곳에서는

오늘도 롱혼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행진이 시작되기 전,

한쪽 공터에 모여 연습 중인 롱혼들을 만났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머리 옆으로 길게 뻗은 뿔이었다.


저런 짐을 짊어진 채 살아가야 하다니..

처음엔 거대한 뿔을 보고 신기했던 마음이

곧 안쓰럽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넓은 초원도,

혼자만 있는 자리도 아닌 이곳에서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힘겨울 텐데,

어떻게 나란히 걸을 수 있을까,

솔직히 조금은 걱정이 됐다.


하지만 둥글게 원을 그리며 걷는 연습을 지켜보며

걱정은 금세 사라졌다.


소들은 서두르지 않았고,

옆의 동료를 밀치지도 않았다.

긴 뿔이 닿지 않도록 고개를 살짝 틀고,

앞서가는 이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발을 옮겼다.


뒤엉킬 법한 길 위에서도

그들은 서로의 갈 길을 살피며

기꺼이 속도를 줄였다.


날카로운 뿔은 더 이상

상대를 위협하기 위한 무기가 아니었다.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더 세밀하게 신경 써야 하는

'책임의 무게'처럼 보였다.


​직선으로 뻗은 강함보다,

곡선을 그리며 양보하는 걸음걸이.


롱혼들이 보여준 그 묵묵한 걸음 속에서

부딪히지 않으면서도

앞으로 가는 방식이 있다는 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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