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우이령길
축축히 젖은 낙엽 위로
겨울 옷을 껴입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지나갑니다.
옷엔 겨울이 묻어 있지만, 길은 온통 가을입니다.
낙엽과 물기가 잘 어우러진 커피색 흙길.
가끔씩 휘몰아치는 바람이 겨울 소식을 실어 오지만,
폐부 깊이 스며드는 공기엔 여전히 가을 향이 남아 있습니다.
숨을 한껏 들이마시면 낙엽 냄새가 코끝을 찌릅니다.
산객들의 걸음은 점점 느려집니다.
걷다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고,
또 멈춰 붉게 물든 나뭇잎 군락을 바라봅니다.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나뭇잎 하나를 조심스레 주워 듭니다.
그 안에 가을의 기억을 한 아름 담아둡니다.
아기 손바닥보다 작은 단풍잎.
그러나 그 붉은빛에는 열정으로 타올랐던 여름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길을 걷다 또 멈춥니다.
다시 걷고, 멈추고...
아쉬운 듯 뒤돌아보는 발걸음,
그들은 지금 ‘가을 발걸음’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붉고 노란 단풍,
흙길을 메운 낙엽,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휘몰아치다 잦아드는 바람,
잠시 스미는 햇살과 상큼한 공기.
이 모든 것이 가을의 주요 구성 요소가 되어
우이령길을 천천히 채워갑니다.
지금, 우이령길은 조용히 가을을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