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되면 그리워지는,
바다를 닮은 호수
여름의 타호를 찾아서
때 되면 피고 지는 꽃처럼,
어김없이 돌아오는 사계절처럼,
같은 자리를 돌고 도는 시곗바늘처럼,
언제나 초여름이 되면
레이크 타호를 찾고 또 찾곤 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와서 처음 ‘레이크 타호’를 알게 되었을 때,
금방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 마침내 떠올린 건
MBC 방송, ‘우리들의 일밤 – 바람에 실려’.
임재범과 무리들이 음악여행을 떠난 바로 그곳,
시릴 듯이 푸르고 맑은 호수였습니다.
타호가 가까워지는 길
‘타호’는 인디언 말로 ‘큰 물’을 뜻하며,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에 걸쳐 있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깊고 큰 호수입니다.
타호가 가까워지면서
좌충우돌하고 변덕스러운 인간 심리처럼
기온도 무척 변화무쌍합니다.
따사로운 5월 한낮 →
푹푹 찌는 8월 더위 →
찬 바람 부는 11월 깊은 밤 →
차분한 회색빛으로 색칠한 6월 새벽 →
싱그러운 7월 풍경과 잔인한 4월 바람.
불과 몇 시간 만에 여러 계절이 지나갑니다.
창밖으로 누런 힐이 빠르게 지나가고,
활엽수가 달리다 보면,
다시 빽빽한 침엽수림이 나타나고,
남아 있는 산 위의 눈과 쌀쌀한 바람이
레이크 타호가 가까워졌음을 알립니다.
타호의 물빛
하얀 붓칠을 한 듯 떠 있는 요트와
만년설을 이고 있는 높은 산 아래,
마치 바다처럼 넓고 깊은 푸른빛이 출렁입니다.
순환하는 자연처럼,
여름이 되면 늘 생각나는 타호.
하늘은 푸르고,
하얀 구름은 흩뿌려져 있으며,
바람은 번번이 붑니다.
장난꾸러기 같은 바람은
테이블보를 흔들기도 하고,
옷깃을 단단히 여미게도 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테이블보를 고정시킬 돌을 주워야 하고,
겉옷을 가지러 차에 왔다 갔다 해야 합니다.
바람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호수 둘레를 천천히
72마일에 달하는 호수 둘레를 천천히 돌면 약 2시간 30분.
태양의 위치와 시간에 따라,
물빛이 변하고 타호가 발산하는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어느 비스타 포인트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시간에 따라 물빛이 변하는 타호를 바라봅니다.
잔잔한 물결 위로 햇빛이 반짝이고,
사람들의 그림자가 흔들립니다.
서서히 황혼을 맞이할 금빛 하늘도 바람 따라 출렁입니다.
수묵화 같은 풍경
호수를 둘러싼 산의 계곡을 따라 물은 흐르고
폭포가 되어 절벽을 굽이굽이 내려갑니다.
하얀 거품을 내는 폭포수,
바위틈에서 자란 소나무,
모든 것이 마치 수묵화 같습니다.
황혼에 들면 호수의 물빛은 고요하고 잔잔하며,
해뜨기 전과 해 진 후의 모습은
본래부터 같은 인연임을 속삭입니다.
늘 같은 타호
되풀이되는 계절처럼,
계절 따라 추억을 꺼내는 오랜 습관처럼,
때 되면 그리워 찾아간 타호는
변치 않는 산처럼, 늘 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