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였구나

by 보라

어수선한 잡목 사이

새초롬히 얼굴을 내미니,


아, 곱구나


지난 시간 꽁꽁 숨어 있다

이제야 얼굴을 비추니,


아, 너였구나


언제나 너는 그 자리에서

지나는 나를 보았을 텐데,


아, 몰랐구나


매서운 바람 물러가고

따스한 기운 받아

비로소 드러나니,


아, 봄이구나




금요일 오후,

퇴근하고 집에 걸어가는 길에

버려진 넝쿨 사이,

노랗게 얼굴을 내민 개나리를 보았습니다.


잡목인 줄만 알았던 키 작은 나무가

고운 꽃을 피워냈습니다.


따뜻한 봄이 되어야

비로소 개나리 나무인 줄 알아보는 .

다른 계절엔 알아채지 못하는 무심함에

서운할 만도 하겠지요.


바쁜 3월이 어느덧 저물어 갑니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는 사이,

꽃은 여전히 피어나고

봄은 어김없이 다가와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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