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제

by 보라

나 여기 있다 써놓은 존재감 하나

제발 잊지 말라 수놓은 그리움 하나.


간밤에

하나둘

모두 지워버렸다.


곱디곱게 그린

꼬박 몇 년을

단 몇 초 만에 날려버리고,

마음 곳곳이 쓰려

뒤척였다.


'삭제' 버튼 하나로

사라져 간 오랜 흔적들.


내 곧 후회할 날 오지 싶어도

입술 꼭 깨물고

나란 사람

처음부터 없던 걸로.


간밤에

나의 흔적

너의 기억

모두 지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