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값이 떨어질 때쯤 찾아오는 나의 봄

어린 시절 딸기 한 바구니에 담긴 기다림의 추억

by 보라

나의 봄은

상큼한 딸기 향내와 함께 시작합니다.


요즘은 한겨울에도 붉게 윤기 도는 딸기를

쉽게 살 수 있지만,

어릴 적, 그리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두꺼운 겨울 점퍼를 벗고

엄마 손을 잡고 시장에 가던 날부터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딸기를 담은 다라 앞에 쭈그리고 앉아

향을 깊이 들이마시던 순간.


붉고 탱탱한 몸에 점점이 무늬를 수놓고,

상큼하고 달콤하며,

조금은 앙큼한 매력을 풍기던 딸기.


"엄마, 딸기 사줘!"


아이의 소망은 늘 같았지만,

​엄마는 며칠만 더 기다리라고 하셨습니다.

딸기값이 곧 떨어질 거라고.


그 시절의 봄은 늘 그랬습니다.

가장 탐스러운 봄을 가장 늦게서야 맛볼 수 있었던,

조금은 느리고 애틋한 계절.


겨울 끝자락 처음 등장한 딸기는

봄마중의 설렘을 안고 내 눈과 코를 자극했지만,

넉넉지 못했던 우리 형편에

그 딸기는 쉽게 데려올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딸기 향기만 한가득 들이마신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딸기 맛을 보기까지

어린아이는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목련이 지고

개나리가 수줍은 노란 꽃잎을 접을 즈음,

봄의 끝자락에서야

딸기는 내 것이 되었습니다.


수북이 담긴 바구니의 끝물 딸기를

엄마 손에 들고 돌아오던 날.

입안 가득 퍼지던 비타민의 감촉,

봄의 설렘이 톡톡 터졌습니다.


그렇게 딸기가 전해준 추억은

향기로 남아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이제,

건조하고 마른 겨울은 모두 털어내고,

우울함과 아픔은

딸기 향기에 실어

둥실둥실 날려 보내야겠습니다.


딸기 향기 하나로 봄의 기운을 얻고,

돈으로는 살 수 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이제 알기에

더 이상 겨울의 끝자락이 두렵지 않습니다.

나의 봄은 이미 이 향기 속에 와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