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내려앉는 성곽의 오후
낡은 돌담과 바람 사이에서 오래된 기억들이 말을 건다.
그 길은 늘, 그리움으로 이어진다.
초겨울 추위가 코끝을 발갛게 물들일 때면
한양도성 길이 그립다.
시간도 공간도 의식할 수 없던
윤동주 시인의 언덕을 지나
열다섯 발의 아픔을 품은 1.21 사태의 소나무가
아련히 떠오른다.
성북동 비둘기가 안부를 전하고
초겨울 오후 햇살이 묻은 빨갛고 파란 지붕의 행렬은
낙산공원, 수많은 연인들의 달콤함만큼 설렌다.
좁은 골목길, 때론 넓은 대로를 밟으며
살아 숨 쉬는 역사를 들이마시고
성곽을 따라 비치는 불빛 아래
새로운 기억을 입힌다.
돌 하나, 흙 하나, 저마다의 길마다
함께 걸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스며 있고
함께 만든 이야기가 숨어 있다.
초겨울 추위가 손끝을 발갛게 물들일 때면
한양도성 길이, 언제나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