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바람, 사람과 풍경 속에서 스며든 겨울의 기억
겨울이면, 터키가 그립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다만 그곳의 겨울이, 내 마음을 흔들었을 뿐이다.
이스탄불의 겨울은
서울의 겨울과 닮아 있으면서도,
사람들의 눈빛에서 번져 나오는 다정함이 달랐다.
나는 눈이 내리는 성 소피아 성당 앞을 걸었다.
고요한 비늘처럼, 무심한 숨결처럼
돔 위로 내려앉는 눈송이들이
순식간에 이국의 풍경을 무채색으로 물들였다.
그 풍경 속, 조용히 누워 있는 개 한 마리.
누군가 입혀준 조끼를 입고,
누군가 놓아둔 마른 사료를 옆에 두고,
목줄에는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개는 사람을 피하지도, 구걸하지도 않았다.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이미 아는 듯
묵묵히 눈을 맞고 있었다.
조심스레 손을 내밀어 따뜻한 존재를 쓰다듬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닿을 수 있으니.
여행자의 시선은 그랜드 바자르로 향한다.
높은 천장과 얽힌 골목 사이에서
사람들은 흥정했고,
담배 연기와 향신료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차 한 잔 어때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자,
얇은 유리잔에 담긴 진한 차가 내 앞에 놓였다.
따뜻한 차를 마시며
나는 어느새 이 도시에 스며들어 있었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한 풍경 속에서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조금씩 달라져 있었다.
조금 더 느긋한 얼굴,
조금 더 부드러운 눈빛,
조금 더 여유로운 숨결.
그 순간의 나는 여행자가 아니라
잠시나마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때의 기억은 겨울마다 되살아난다.
서울의 창밖에 눈이 내릴 때,
골목마다 차가운 바람이 들이칠 때,
내 마음은 다시 이스탄불로 향한다.
그곳에선 지금도 누군가는 눈을 맞으며 걷고 있을 것이다.
조끼를 입은 개는 성당 앞에서 졸고 있을 것이고,
담배 연기는 천천히 피어오르고,
차는 김을 내뿜으며 그랜드 바자르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 풍경을 그리워한다.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곳의 온도, 그리고 놀라운 눈빛으로 터키에 취했던 수많은 거울 속 내 얼굴까지.
겨울이면, 터키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