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꽃, 남는 마음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처럼, 지난 계절의 기억
샛노란 개나리에 수더분히 싸여 있어,
올해는 벚꽃이 오긴 오는 건가, 잠시 의심했지요.
그러다 어느 날,
몽글몽글, 두덕두덕,
탐스럽게 피어난 벚꽃들이
솜처럼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봄의 절정을 가지 위에 이고,
밤새 불 밝혀 흔들리던 꽃잎들.
그렇게 단 며칠,
함께 웃고 나눈 것도 잠시,
벌써 떠나는구나, 벚꽃은.
파랗게 열린 봄 하늘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훈풍에 쫓겨 사그라지는 모습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꽃비 되어 흩날릴수록,
분홍빛으로 쌓여가는 것은
내 마음속 미련이었나 봅니다.
봄날의 절정이
하나둘 바닥에 내려앉을 때,
내 마음도
벚꽃 따라 함초롬히 젖어들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꽃잎 하나하나가
지난 계절의 기억과 설렘,
그리고 미처 놓지 못한 마음들을 일깨웁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릅니다.
사라져 가는 것이기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그 순간의 빛과 향, 그리고 마음.
벚꽃은,
단순히 피고 지는 꽃이 아니라
마음의 여백을 채우고
기억을 물들이는 여린 수채화입니다.